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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부서지는 고통으로 일어나지만, 평안 느끼죠"

[이영광의 '온에어' 201] 정민아 CBS 아나운서

등록|2022.11.01 11:53 수정|2022.11.01 11:59
CBS 음악 FM < 정민아의 Amazing grace >의 DJ 정민아 아나운서가 방송을 진행한 지 지난 10월 29일로 10년을 맞이했다. 해외 찬송가 전문 프로그램인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연과 음악을 아침 시간 전하면서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정민아의 Amazing grace > 진행 10년을 맞이하는 소회가 어떤지 궁금해 지난 10월 28일 정민아 CBS 아나운서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 <정민아의 Amazing grace>포스터 ⓒ CBS


다음은 정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10주년 축하드려요. 먼저 소감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가 쌓이고 1년 1년이 쌓이다 보니 10년이 됐네요. 10년 동안 되돌아보면 쉬었다고 여겨지는 때가 단 한 해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오늘을 맞게 되고 또 건강하게 지금도 마이크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게 가장 감사한 것 같아요. 그리고 되게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정신 차려야지 내가 무너지면 안 되지'라면서 절 지켜줬던 존재가 바로 < 정민아의 Amazing grace >였던 것 같아요."

- 처음 프로그램 제의가 왔을 때 어땠어요?
"제가 이 프로를 시작한 건 2012년 10월 29일이지만 진행하라는 말을 들은 건 한 2012년 8월 정도였을 거예요. 가을 개편을 앞두고 '나 이 프로가 너무 하고 싶어요'라고 해서 맡은 건 아니고요. 이 프로를 진행했던 선배가 휴직하고 미국에 잠깐 나가게 돼서 제가 우연히 맡은 거죠. 그런데 운명처럼 10년이 됐네요."

- 새벽방송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제가 진행하기 전에는 녹음 프로였어요. 그래서 제가 맡았을 때도 초반 1년은 녹음이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국장님께서 '아무래도 아침 6시면 사람들이 한창 많이 깨고 이동할 시간인데 생방송을 해보는 건 어떠니'라고 제안 주셔서 생방송을 시작하게 된 거죠. "

- 생방송 제안 받았을 때 어땠어요?
"제가 처음에는 '(새벽) 6시 생방송이요? 그러면 제가 3시 반에 일어나서 4시 반에 회사에 와야 되는데 못할 것 같다'고 국장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국장님께서 '아니다, 우선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녹음으로 진행할 때와 청취자 호응도가 너무 다른 거예요."

- 어떻게 달랐나요?
"죽어 있던 프로그램이 생방송이 되면서 살아있는 생명력 있는 프로가 된 거죠. 즉각적인 반응을 청취자에게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니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그 순간의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하는 거예요. 사실 새벽에 사연을 주시는 분들은 되게 삶이 고단한 분들이거든요. 제가 대단한 걸 해드리는 건 아니지만 그분들의 성함을 한번 불러드리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시더라고요."

-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잖아요.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죠. 어떻게 된 게 10년 동안 일어나는 건 매일매일 너무 힘들고 어려운 것 같아요.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항상 일어나죠."

- 새벽방송의 청취 층은 주로 연령때가 어떻게 되나요?
"우선 저희 프로 청취자분들은 60~70대 어르신들이 절대적으로 많아요. 어르신들이 아침잠이 없으시고 또 새벽 예배를 많이 가시니까요. 그리고 또 30~40대 직장인들은 직장가야 하니까 방송에 참여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항상 우리 엄마나 할머니 등 어르신 모신다는 생각으로 방송하죠. 그리고 삶이 고단하신 분들이 많아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우신 분들도 많고 또 삶의 무게를 무겁게 짊어진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위로를 얻기 위해서 사연을 보내시죠. 또 제가 알기로는 사회 고위층이나 회사 CEO분들도 일찍 출근하시니까 많이 듣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분들은 참여를 안 하세요."

-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아침 찬송 예배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우리 말 찬송가를 부르고 듣는 시간은 아니고 해외 찬송가를 틀죠.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찬송의 월드 뮤직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단순한 음악 프로가 아니라 찬송도 듣고 우리 삶의 얘기도 나누니까 매일 아침 드리는 라디오 새벽 예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해외 찬송 트는 방송, 유일무이하지 않을까요?"
 

▲ 정민아 CBS 아나운서 ⓒ 정민아 제공


- 왜 해외 찬송을 하는 건가요?
"'왜 가사에 은혜받는 경우가 많은데 왜 우리 말을 안 틀고 영어로 트냐'라는 질문들을 아직도 많이 받는데 사실 세상에 굉장히 많은 찬양 방송들이 있잖아요. CBS에서만 해도 찬양 방송이 10개가 넘거든요. 그 방송들과의 차별성을 위한 거예요. 아마 제가 확신은 못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는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해요."

- 해외 찬송의 매력은 뭘까요?
"사실 우리가 교회에서 보통 부르는 우리 일반 찬송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왔잖아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찬송을 원어로 듣고 있는 건데 우리 CBS 음악 FM 애청자분들이 꼭 크리스천만 있는 게 아니고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제가 체감할 때는 크리스트 반, 그다음에 종 비기독교인이 반인 것 같아요. 그 비기독교인 중에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 성당 다니는 분, 불교를 믿으시는 분도  계세요. 이분들이 처음에는 좋은 팝송 프로인 줄 알고 듣는 거예요. 그러다가 '아니 이게 팝송이 아니라 찬송가였네. 찬송가가 이렇게 좋아?'라면서 애창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게 아주 자연스러운 선교의 방법이 되더라고요."

- 원래 찬송을 좋아하셨나요?
"저는 원래 찬송가를 좋아했어요. CCM도 물론 은혜가 되고 아름다운 곡이 많지만 약간 세상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편곡 자체가 좀 가요스러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찬송가는 기독교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가사가 정말 시 같거든요. 단어 하나하나가 보석 같아서 찬송가는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도 그 매력을 잃지 않죠."

- PD가 따로 없던데 제작까지 하는 게 어렵지 않나요?
"뭐든 길고 짧은 게 있는데 사실 PD가 있으면 편한 점이 많죠. 선곡도 해주고 연출도 해주고 기획도 해주고 녹음도 해주고 편집도 해주죠. 그런데 PD가 없다 보니 모든 일을 제가 다 하잖아요. 근데 이걸 10년을 해보니까 내가 이 분야에서만큼은 웬만한 PD보다 전문가라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어떤 PD가 와도 불편할 것 같아요."

- 멘트 쓸 때 주안점 두는 부분이 있다면.
"우선 저의 기조는 '말을 적게 하자'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 Amazing grace >의 인기 비결을 물으면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 하거든요. 백마디의 말보다 우선 한 곡의 좋은 노래가 주는 위로가 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DJ의 멘트에서 위로를 얻고자 하는 청취자들도 많기 때문에 공감과 위로의 말을 장황하지 않게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10년 동안 너무 많은 청취자가 다녀가고 또 지금까지도 인연을 맺은 청취자들이 많아요. 항상 기쁜 일보다는 슬픈 애환이 담긴 사연들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사실 어려울 때 기도를 부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어려움이 해결됐을 때 감사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 애청자분들은 항상 중보 기도를 요청해 오셨다가도 상황이 극복되면 감사했다고 보답하러 또다시 꼭 와주세요. 그래서 어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기억난다기보다 우리 청취자들 모두가 너무 은혜롭고 좋아요. 그리고 10년 전 중고생 자녀를 뒀던 분들이 최근 아이들이 결혼했다고 전해주시는데 세월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의 계획은 거창한 건 없어요. 그냥 어제처럼 평안하게 오늘도 내일도 은혜로 살자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이 프로그램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듯이 우리 애청자분들이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세상과 다른 평안함을 이곳에서 계속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 10년 동안 들어주신 청취자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그냥 감사하다고 말하면 너무 식상하고요, 저는 가끔 '애청자분들이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우리 청취자분들은 나를 왜 이렇게 사랑해 주시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청취자분들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DJ를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챙겨드려야 되는데 'DJ님 추운 날 나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얼마나 일어나기 힘드세요'라고 저를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도 사실 아침에 힘든데 나오는 거고 또 삶의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서 움직이는 우리 애청자분들도 힘들고요. 아침의 고단함을 함께 지는 동지 같은 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의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사실 아시듯 이 프로는 되게 낮고 어두운 곳에 있는 프로예요. 다른 프로들처럼 굉장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간대의 인기 프로그램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사랑받는 프로로 10년 장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하루하루 그 보통의 시간을 매일매일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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