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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기 33득점' 김단비, 우리은행에서도 에이스

[여자프로농구] 2일 BNK전 33득점 퍼부으며 대승 견인, 박혜진은 '트리플더블'

등록|2022.11.03 09:37 수정|2022.11.03 09:37
우리은행이 시즌 첫 경기에서 BNK를 완파하며 우승후보의 위용을 과시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우리WON은 2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BNK 썸과의 홈 개막전에서 79-54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이자 KB스타즈 간판스타 박지수의 초반결장이 불가피해지면서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우리은행은 홈 개막전부터 BNK에게 완승을 거두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우리은행은 박혜진이 11득점11리바운드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첫 트리플더블을 기록했고 박지현도 15득점7리바운드4어시스트2스틸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의 최고 수훈선수는 박혜진도,박지현도 아닌 이 선수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이적 후 첫 공식경기에서 33득점4리바운드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한 김단비가 그 주인공이다.

WKBL 역사에도 흔치 않은 원클럽맨
 

▲ 김단비는 지난 5월 15년 간 활약했던 신한은행을 떠나 우리은행으로 이적을 선택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스포츠에서 프로 입단부터 은퇴까지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고 오직 한 팀에서만 활약하는 선수를 '원클럽맨'이라고 부른다. 여자프로농구는 3시즌마다 FA자격을 얻을 수 있어 타 종목에 비해 이적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라 원클럽맨은 그리 많지 않다. 프로 출범 당시부터 활약했던 정은순과 전주원(우리은행 코치), 박정은(BNK 감독),이미선 등이 이적 없이 한 팀에서만 활약하다 은퇴했지만 이들은 모두 실업농구 시절부터 활동했던 선수들이다.

WKBL이 출범된 이후 프로 시작부터 끝까지 한 팀에서만 보냈던 대표적인 선수는 바로 '미녀슈터' 김은혜(KBS N 스포츠 해설위원)였다. 200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한 김은혜는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정확한 3점슛을 무기로 우리은행의 확실한 공격옵션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전성기가 그리 길지 못했고 2012-2013 시즌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전성기 시절 많은 팬을 몰고 다니던 '햄토리' 최윤아 역시 프로생활의 전부를 신한은행에서만 지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현대 하이페리온에 입단한 최윤아는 전주원이라는 걸출한 선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07-2008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했다. 최윤아는 2008-2009 시즌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전성기를 보냈지만 2012-2013 시즌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인 끝에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WKBL의 외국인 선수 재도입과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프로생활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전성기 시절 만큼은 리그를 압도했던 '거탑' 하은주 역시 프로생활 10년을 모두 신한은행에서만 보냈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레알신한'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하은주의 입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하은주는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기간 동안 3번이나 챔프전 MVP에 선정되며 골밑에서 엄청난 위력을 떨쳤다.

아직 어느 팀에서 은퇴할지는 알 수 없지만 2009년 우리은행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또치' 박혜진도 13년째 우리은행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유망주 시절 우리은행의 암흑기를 견딘 박혜진은 2012년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우리은행의 왕조시대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박혜진은 2013-2014 시즌부터 2019-2020 시즌까지 5번의 정규리그 MVP와 3번의 챔프전 MVP를 휩쓸며 WKBL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고 있다.

새 도전 선택한 김단비, 첫 경기 33점 폭발
 

▲ 우리은행의 새 원투펀치는 개막전에서 44득점15리바운드14어시스트2블록슛을 합작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사실 김단비야말로 지난 시즌까지 '원클럽맨'이라는 수식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신한은행의 전성기가 시작된 2007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신한은행에 입단한 김단비는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 밑에서 농구를 배우며 순조롭게 성장했다. 프로 입단 후 5시즌 동안 5개의 챔프전 우승반지 획득했을 정도. 사실 그 때까지 김단비와 신한은행은 "우승이 가장 쉬웠어요"라고 말해도 전혀 건방진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2012년 7년 동안 코치로 재직하던 위성우 코치가 우리은행의 감독에 부임하면서 신한은행의 왕조시대는 빠르게 저물었다. 김단비는 WKBL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포워드로서 다방면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김단비를 보좌해 줘야할 동료 선수들의 기량이 김단비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김단비는 2013-2014 시즌 챔프전 준우승을 끝으로 8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21-2022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었을 때도 김단비가 신한은행을 떠날 거라 예상한 농구팬은 많지 않았다. 신한은행과 김단비는 분리시켜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한 몸'처럼 느껴지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단비는 지난 5월 계약기간 4년에 연봉총액 4억5000만원(연봉3억원+수당1억5000만원)의 조건에 우리은행과 계약했다. 더 늦기 전에 우승가능성이 높은 우리은행 이적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김단비는 시즌 첫 경기부터 왜 자신이 리그 최고의 포워드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김단비는 2일 BNK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34분48초를 소화하며 33득점4리바운드4어시스트1블록슛으로 맹활약했다. 한 경기 개인최다득점(35득점)에 단 2점 부족한 기록이었다. 김단비는 2쿼터 3분38초를 남기고 일찌감치 3번째 파울을 저질렀지만 4쿼터 중반 벤치로 들어갈 때까지 4번째 파울을 저지르지 않았을 정도로 노련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시즌 첫 경기부터 33득점을 퍼부은 김단비와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박혜진, 그리고 젊은 에이스 박지현으로 이어지는 확실한 '빅3'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베테랑 김정은과 궂은 일에 능한 최이샘,고아라도 충분히 코트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물론 박지수의 복귀라는 큰 변수가 있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우리은행. 첫 경기 활약만 보면 김단비 영입은 우리은행에게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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