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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눈 휑하니' 나무에서 읽은 슬픔

김석중 시인의 디카시 '목불인견'

등록|2022.11.04 15:00 수정|2022.11.04 15:00

▲ 목불인견 ⓒ 김석중


목불인견
- 김석중

새끼 찾으러
밤새 이태원 다녀왔나
지친 눈 휑하니
백주에 나타나
차마 울음 삼킨다


도저히 잊힐 수 없는 날이 하나 더 늘어났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중랑구청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디카시 창작 프로그램에서 시를 공부하는 '중랑 디카시 동인'의 김석중 시인은 그 애통함을 디카시로 표현했다. 자식을 찾아 밤새도록 헤매다닌 부모의 비통한 모습을 짧은 시로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사전적인 의미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 따위를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지금의 상황이 딱 그 상황이다. 다 피지도 못하고 하룻밤에 세상을 뜬 젊은이가 백여 명에 달한다.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꽃같은 젊음이 아깝고 원통하다.

작품의 사진을 보면 영락없는 부엉이 형상을 한 나무가 퀭한 눈을 뜨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부모는 연락 두절인 자식을 찾아 밤새도록 헤맸을 것이고, 이미 사망 소식을 들은 부모는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수십 군데 병원에 분산 안치되었다는 말에 밤새 병원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했을 것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어떻게 자식의 죽음을 믿을 수 있겠는가. 거짓말 같은 현실 앞에 망연자실했을 부모의 마음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비통한데, 당사자는 오죽할까 싶으니 이 참담한 현실 앞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 비명에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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