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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송도, 포항... 정부에 항의하는 시민들, 릴레이 현수막

자발적으로 모여 게시 "사고 사망자? 너무 화가 났다"... 포항선 구청이 뗐다가 다시 걸기도

등록|2022.11.04 13:53 수정|2022.11.04 13:56

▲ 3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행정안전부 건물 주변에 세종시민 개개인 명의로 만들어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 김명미

 

▲ 3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행정안전부 건물 주변에 세종시민 개개인 명의로 만들어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 김명미


자발적으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 현수막을 내거는 시민들이 세종·인천·포항 등 지역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중립적 표현, 지역 이미지 우려 등의 이유로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표기하는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고자 직접 나선 것이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오후 세종시 나성동 행정안전부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개개인 명의로 제작된 추모 현수막 30여 개가 곳곳에 게시됐다. 세종·충북에 거주 중인 참여자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각자의 이름 또는 닉네임을 새겼다.

이들은 재난안전을 관리하는 주무부처로서 '참사 희생자'라고 부르지 않는 행안부에 항의하고자 일부러 세종시 청사 앞에 걸었다.

현수막 게시에 참여한 한 세종시민은 "세종시청에서 '사고 사망자'라고 적힌 분향소를 보고 화가 나 나서게 됐다"며 "지인들과 대화하다 보니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 '그러면 현수막을 걸자'고 제안했는데 동의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30장 정도 걸었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게시 현수막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 최근 인천 연수구 송도동 곳곳에 내걸린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 현수막. 게시자는 '희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는 송도주민'이라고 적혀 있다. ⓒ 송도감자


인천 송도 거리 곳곳에도 최근 시민들이 만든 추모 현수막이 줄지어 내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지역 주민 20여 명이 돈을 모아 50개를 제작해 연수구 송도동 일대에 게시했다.

이들 역시 '사고 사망자'라고 부르는 정부·일부 지자체와 달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표기했다. 그 아래에는 '희생자를 진심으로 애도하는 송도주민'이라고 적었다.

포항에서는 시민들이 건 현수막을 구청 직원들이 떼어 갔다가 다시 거는 일이 벌어졌다.

포항시민 A씨는 "시민은 분향소를 설치 못한다 해서 '대신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걸자'고 SNS에 제안했다. 일부 시민들이 동참해 시청사 앞 도로 양쪽에 어제(3일) 오전 12개를 게시했는데 오후에 누군가 떼어 갔다"고 전했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관할 지자체엔 포항 남구청 측에 항의했다. 확인 결과 불법 현수막을 관리하는 일부 직원들이 민원을 받고 떼어 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직원이 실수로 철거한 것 같다'며 다시 부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무리 민원이 발생하더라도 추모 현수막을 마음대로 떼 가는 건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추모 현수막의 경우 관공서에 신고하지 않아도 최대 30일 이내 설치할 수 있다.
 

▲ 3일 오전 시민들이 포항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사 앞 도로에 게시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 현수막. ⓒ 조정훈

 

▲ 3일 오전 시민들이 포항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사 앞 도로에 게시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 현수막.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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