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마세요" 오은영 박사의 따끔한 충고

[TV 리뷰]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등록|2022.11.06 10:40 수정|2022.11.06 10:41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중요시하는  게 어긋났을 경우에는 대가를 반드시 치를 거야." (금쪽이 엄마)

딸 3명과 아들 3명, 그러니까 무려 6남매의 부모가 4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첫째부터 나이를 쭉 나열하면 19세(여), 17세(남), 15세(남), 12세(남), 10세(여), 6세(남)였는데, 금쪽이네에는 초중고에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이처럼 가족 구성원들이 많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마음 놓고 얘기할 가족이 없어요"라며 하소연했다.

밝고 다복할 것만 같은 금쪽이네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엄마의 '아픈 손가락', 금쪽이는 사춘기 2중 아들(셋째)이었다. 금쪽이는 같은 방을 쓰는 넷째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고, 그런 형과 함께 있기가 불편한 동생은 다른 방으로 피신했다. 평소 셋째에게 맞았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엄마는 곧바로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말만 중재일 뿐, 일방적인 혼내기에 셋째는 기분이 상했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던 셋째는 집을 나서려 했는데, 엄마는 (오후 7시에 불과했지만) 늦었다는 이유로 막아섰다. 외출을 제지당한 셋째의 기분이 좋을 리 없는데도 엄마는 대화를 한다는 명목으로 일방통행식 소통을 계속했다. 셋째는 치미는 화를 억누르느라 힘겨워보였다. 방으로 들어간 셋째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을 쏟아냈다. 영상을 보고 있던 엄마는 셋째가 감정 조절이 안 된다며 우려했다.

"청소년 시기는 자연적으로 충동성이 올라가는 시기예요. 이때 아이들은 우울해도 확 뭘 저지르고, 외로워도 확 뭘 저지르고, 고립감이 느껴져도 확 무슨 일을 저질러요. 억울해도 저질러요. 그래서 이때 아이들과 잘 소통해서 아이들과 의논하셔야 돼요." (오은영)

결국 방으로 돌아간 셋째는 여전히 혼자 화를 삭이기 위해 애썼다. 이쯤되면 엄마도 한발 물러서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엄마는 금쪽이가 방 안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걸 확인하고서 밖으로 나오라며 잔소리를 했다. 두 사람의 불편한 감정이 다시 정면으로 부딪쳤다. 금쪽이는 엄마의 말투가 화가 나 있지 않냐며 울먹였고, 엄마는 방에서 취식을 금지한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간절한 금쪽이와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금쪽이를 탓하는 엄마의 갈등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두 사람의 대화 아닌 대화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영원히 반복되는 도돌이표마냥 맴돌았다. 오은영은 엄마가 상황의 심각성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자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요"라며 따끔하게 지적했다.

"갈등 상황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차라리 나아요. 차라리 안 좋을 때는 '말을 마세요'라고 제가 얘기해요. 차라리 말을 하지 말고 좋을 때 얘기하라고 하거든요." (오은영)

오은영은 청소년기 자녀들과 소통할 때는 청소년기의 특징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춘기와 중2병, '적대적 반항 장애(빈번하고 조절이 어렵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수준)'를 구분해야 한다며, 적대적 반항 장애의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개 중2병이라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는데, 적대적 반항 장애 청소년의 자살률이 무려 6배나 높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2019년)

금쪽이의 경우 아직 적대적 반항 장애는 아니지만, 가족 관계에 개선이 없다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오은영은 아이들은 가장 의지가 될 가족으로부터 고립되었다고 느끼면 어른들의 생각보다 더욱 힘들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친구들과 만난 금쪽이는 집에서와 달리 밝은 모습이었다. 통금시간에 대해 얘기하다가 반항아 모드가 되겠다며 PC방으로 향했다.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잠시 후,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안 그래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안해 보였던 금쪽이는 서둘러 택시를 타고 귀가했지만, 집 안의 분위기는 싸늘하기만 했다. 엄마는 왜 혼날 일을 만드냐며 타박하며 잔소리를 쏟아냈다. 약속을 안 지키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엄마는 심판하는 분위기를 이어갔고, 급기야 2주간 외출 금지를 선언했다. 방으로 들어간 금쪽이는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엄마의 어려움, 여섯 아이들을 사랑으로 열심히 키우시는 이 어려운 상황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좀 일방적이에요. 규칙 필요하죠. 더군다나 가족 구성원이 많으니까. 다만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나(부모)에게 필요한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나를 위한 규칙이 되면 아이들이 억울하다고 느껴요." (오은영)

오은영은 6남매를 키우는 엄마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일방적인 양육 태도를 지적했다. 규칙은 가족들이 의논해서 정할 때 의미가 있는 법이다. 또, 벌칙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규칙을 잘 지켰을 때의 상과 칭찬도 필수이다. 분이 풀리지 않은 금쪽이는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 내용에는 부모를 향한 적나라한 욕설이 포함되어 있었다.

금쪽이의 경우처럼, 자녀가 부모 욕을 할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오은영은 부모도 사람인지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통이 큰 사랑'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부모의 포용에 자동으로 고개를 숙이는데, 이때 나의 엄마와 아빠를 어른으로 실감한다는 것이다. 오은영은 강압적인 방식보다 넓은 포용에 존경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엄마는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을 상대로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대상은 3형제로 국한되어 있었는데, 알고보니 니코틴 검사, 즉 흡연 검사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중학교 입학 시기에 호기심에 담배에 손을 댄 것을 계기로 불시에 소변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오은영은 금연 지도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엄마에게 편한 방법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결국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대청소 중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첫째가 셋째가 한 화장실 청소에 대해 지적했자 순식간에 싸움으로 번졌다. 그날 오후, 남매가 싸웠다는 소식을 들은 엄마는 셋째를 소환했다. 물론 대화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엄마는 금쪽이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보다 원칙을 꺼내며 누나에게 함부로 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억울한 금쪽이는 눈물만 흘렸다.

이쯤에서 끝났다면 다행이겠으나, 이번에는 귀가한 아빠가 다시 금쪽이를 불러냈다. 뭐가 문제냐고 몰아붙이는 아빠의 말에 금쪽이는 대꾸가 없었다. 아빠는 그런 금쪽이의 태도에 화가 났다. 겨우 진정했던 금쪽이의 마음은 다시 요동쳤다. 금쪽이는 방에서 홀로 거친 욕을 뱉으며 화를 삭였다. 그런데 금쪽이의 욕설을 들어버린 아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금쪽이이 방에 들이닥쳤다.

아빠는 욕설을 지적하며 억울한 걸 얘기해보라고 거칠게 몰아붙였다. 금쪽이는 소리 지르지 말라고 맞섰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아빠는 집에서 나가라며 금쪽이의 옷을 꺼내 집어던졌다. 극단적인 상황, 서로를 찌르는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다. 지켜보던 가족들이 뜯어말려 일단락되긴 했지만, 그 시각 어린 동생들은 공포에 떨며 숨죽여 울었다. 이성을 잃은 분노가 큰 생채기를 남기고 말았다.

이 갈등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변화가 시급해 보였다. 오은영은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하려는 부부의 성급함에 대해 언급했다. 또, 금쪽이와의 대화는 일방적인 밀어붙임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쪽이를 굴복시켜야 대화가 끝나는 식이었다. 엄마의 경우 요구가 너무 많았는데, 엄마만을 위한 요구가 가득했다. 오은영은 좀더 강한 표현으로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그래서 제가 부모님께 세게 말합니다. 왜? 부모님은 어른이니까, 부모니까. 이 정도는 감당해낼 수 있을 거라고 보니까. 내가 세게 말해서 기분이 나빠도 여기서 조금이라도 느껴서 금쪽이를 좀 더 편안하게 대한다면 나는 욕을 먹어도 괜찮아요." (오은영)
 

▲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오은영은 금쪽이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변화의 첫걸음은 부모가 먼저 떼야 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했다. 오은영이 말을 경청한 엄마는 눈물을 왈칵 쏟았고, 아빠 역시 반성했다. 현재 금쪽이는 부모의 사랑에 확신이 없어 늘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어린 동생들은 가족들이 안 싸웠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말했다.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듣고 많은 생각에 잠겼다.

오은영은 6남매를 위한 금쪽 처방으로 '가족조직 개편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수직적 조직을 수평적 조직으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했다. 우선, 편안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며 민주적 방식으로 아이들의 억울한 마음을 풀어주도록 했다. 규칙 강요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깨달은 엄마는 금쪽이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마음이 닫힌 금쪽이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금쪽이네는 오은영의 조언대로 가족 구성원들이 많이 부대끼는 시간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속마음 블록 게임'을 통해 가족의 마음을 알아보기도 했고, 금쪽이와 아빠는 복식장을 찾아 링 위에 올라 스파링을 하기도 했다. 금쪽이는 처음에는 전력을 다해 상대하다가 아빠가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자 배려하고 챙겨주기도 했다. 냉랭했던 부자 관계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3일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율적으로 가족 규칙을 만들었다. 금쪽이는 통금 시간 조정을 제안했고, 엄마는 금쪽이의 바람대로 밤 10시로 바꾸는 데 찬성했다. 금쪽이네는 아침마다 '모닝티콘'을 주고 받았는데, 사춘기 자녀의 속마음이 궁금할 때 이모티콘을 통해 서로의 기분을 파악하고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금쪽이는 5일차에 마음을 열고 감정을 표현하게 됐다.

부모가 달라지자 금쪽이의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엄마는 '비대면 펜팔'을 통해 금쪽이와 소통을 시도했고, 금쪽이는 용기를 내 자신의 진심을 표현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긴 금쪽이는 누나와 동생들에게 미안했던 일에 대해 사과했다. 화합을 다지기 위한 가족 체육 대화도 열었다. 금쪽이는 변화한 엄마 아빠의 모습에 만족했고, 부모는 아이들을 더 잘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가는 금쪽이네의 변화에 진심으로 박사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