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사라진 남궁민, '천원짜리 변호사'의 궁색한 변명
[TV 리뷰]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종영 임박, 시청자도 납득 못하는 전개
▲ 지난 5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최근 들어 주 1회 방영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아낸 SBS 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가 종영을 목전에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 및 구성으로 아쉬움을 더 키우고 있다. 5일 방영된 <천원짜리 변호사> 11회에선 자신의 연인 이주영 변호사의 죽인 진범을 찾아낸 천지훈 변호사(남궁민 분)가 배후 세력의 실체까지 알아낸 내용이 그려지면서 한주 동안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듯 했다.
그런데 중반 무렵 1~10회분의 흐름을 갑자기 틀어 놓는 이상한 극의 방향 전개가 시청자들의 의아함을 자아냈다. 가뜩이나 14회에서 12회로 내용이 축소된 부분에 대해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이날 천지훈 변호사는 복수 일보 직전에서 스스로 잠적해버리고 갑작스레 시골 마을 법률 자문을 맡고 프랑스 외국어 마을에서 한가하게 커피 한잔 즐기는 기이한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진범, 그리고 배후 인물까지 알아낸 천 변호사
▲ 지난 5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지난 10회에서 JQ그룹 주최 파티에 참석한 천지훈, 백마리(김지은 분), 사무장(박진우 분)은 각자 흩어져 범죄의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좀처럼 재계에서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아 신비주의를 풍긴다는 그는 워렌 버핏 마냥 자신과의 저녁 식사 자리를 경매로 내걸었다. 이에 천지훈은 무려 1억 원을 부르면서 낙찰을 받게 되었다.
마이크를 타고 들려온 그의 음성에서 부친의 죽음 당시 걸려온 대포폰 속 목소리 주인공이 최회장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눈치챈 것이다. 이후 이주영 변호사를 죽인 차민철(권혁범 분)의 뒤를 쫒아 천지훈은 격투를 벌였고 단번에 그를 쓰러뜨린 후 "너도 그 고통 똑같이 느끼게 해줄게"라는 말과 함께 복수를 시도했다.
그런데 이 순간 이주영의 모습이 떠오른 천 변호사는 결국 차민철을 살려 둔채 자리를 박차고 나섰다. 1억 원이라는 금액에 전전긍긍하는 사무장에게 "1억 구할 필요없다. 지금은 좀 때가 아닌 거 같다"며 최회장과의 만남을 취소했음을 알린다.
그리고 백마리에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마리씨가 가장 증오할 만한 행동을 했다면 어떻게 할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진다. 이에 백마리는 "변호사님처럼 버티지 못할 것 같다. 근데 이미 지난 일이잖아요. 이제는 그 사람을 밝혀내고 변호사님 말대로 합당한 처분을 내려야죠"라고 대답한다.
1년여의 갑작스런 잠적, 그리고 다시 돌아온 천 변호사
▲ 지난 5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이말을 들은 천 변호사는 "오늘 바깥에 햇빛이 되게 세더라고요. 이거 잘 쓰고 다녀요"라며 자신이 늘 착용하던 선글라스를 백마리에게 씌워준다. 이는 백마리, 사무장에 대한 일종의 작별 인사였던 것이었다. 각각 편지와 문자만 남긴 채 천지훈은 홀연히 사무실을 떠나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느 시골 마을에서 법률 자문을 해주면서 하루하루 평범하게 보내던 천지훈은 동네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손자가 검찰에 잡혀갔다며 검사 선생님에게 전해달라는 편지를 받게 되었다. JQ 제약 연구원으로 일하던 손자가 연구 과정의 문제로 인해 구속된 뉴스를 찾게 되었고 이에 대한 흑막이 있음을 깨닿게된 천 변호사는 곧바로 검찰청으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을 애타게 기다렸던 백마리를 만나게 되었고 이를 피해 도망치던 천지훈은 곧바로 붙잡히고 말았다. "나한테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했다. 마음이 좀 정리되고 합당한 처분을 내릴 수 있는 판단이 될 때 돌아오려고 했다"며 그간의 사정을 사무장과 백마리에게 설명한 천 변호사는 다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백마리와 함께 차민철의 사무실을 다시 찾아가면서 11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시청자 설득에 실패한 11회 이야기
▲ 지난 5일 방영된 SBS '천원짜리 변호사'의 한 장면. ⓒ SBS
약자들을 위한 통쾌한 일격, 살인 사건을 둘러싼 추리물, 정치 스릴러, 그리고 복수극이 단 한 편의 드라마에 녹아들면서 그동안 <천원짜리 변호사>는 하나의 장르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켜왔다. 그런데 이번 11회는 굳이 넣을 필요가 없어 보이는 불필요한 내용 위주로 흘러가면서 실망을 안겨줬다.
악인에 대해 똑같이 처절한 복수를 단행하려다 한 발 물러서는 대목까지는 그런대로 공감을 할 수 있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제 잡아 넣을 방법만 마련하면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종적마저 감추는 천 변호사의 행동에 보는 입장에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 뒤에 그려진 무료 변론과 복귀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굳이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시간 낭비에 가까운 구성이었다. 아무리 도깨비 마냥 이후 예측불허의 행동을 벌이는 천지훈이라고 해도 이러한 식의 태도로 인물을 꾸미는 건 시청자 입장에선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구구절절한 천지훈의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은 마치 시청자들을 향한 제작진 혹은 방송사의 궁색한 변명처럼 비춰졌다. 뭔가 중요한 흑막이 도사리는 것 같은 각종 떡밥도 지난 1~10회 사이 뿌려놓았지만 제대로 회수가 되지 못하면서 남은 한 회분만으로 잘 정리가 될지 의구심까지 야기한다. 이번 11회는 마치 승리를 눈 앞에 둔 야구팀이 마치 9회 큰 실수로 역전의 빌미를 허용하는 것 같은 실수에 가까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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