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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여성 메이의 희생이 특별히 가슴아픈 이유

그의 지인이 보내온 추모글… "한일관계 보물 될 사람이었는데"

등록|2022.11.07 09:57 수정|2022.11.07 10:22
한 일본인이 이태원 압사 참사에 휘말려 먼 이국땅에서 꽃다운 목숨을 잃은 일본인 유학생 도미카와 메이(26)씨와의 인연을 회고하고 그의 명복을 비는 추모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메이씨는 일본 홋카이도 출신으로 도쿄에서 웹디자인과 액세서리 제작 등의 일을 하다가 지난 6월 한국으로 어학연수를 왔다. 이 글을 쓴 니시다 다카시씨는 오마이TV '일본직격' 프로그램의 명예도쿄특파원으로 일본 관련 동영상을 자주 보내왔으며, 현지에서 유튜브 채널 '일본 미디어가 전하지 않는 한국뉴스(日本のメディアが伝えない韓国ニュース)'를 운영하고 있다. - 편집자 말
 

▲ 도미카와 메이씨의 생전 모습을 보도하고 있는 일본 방송 한 장면. ⓒ FNN


"어떻게든 한일관계를 사이좋게 만들고 싶어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희생된 26세의 일본인 유학생 도미카와 메이씨를 알게 된 것은 작년 도쿄의 한 모임에서였다. 한국을 좋아하는 일본인들과 일본에서 살고있는 한국인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한일교류회)에서 나는 그를 2번 직접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SNS 메시지를 통해서도 몇 번인가 소식을 교환했다.

나는 그가 일본과 한국의 젊은이들 사이를 잇는 '절대 보물 같은 존재가 될 사람'이라고 확신했던 만큼 갑작스런 사고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메이씨는 작년 11월 나에게 먼저 메신저를 보냈고,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방법을 서로 가르쳐주면서 말문을 텄다.

메이씨는 당시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었으며, 자신의 실력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정도인데, 앞으로 4급이 되면 한국에 건너가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한국의 광주에서 3개월간 어학당을 다녔다고 하니까 더욱 큰 관심을 갖고, "대단하다"며 "역시 일본인들이 별로 없는 곳에 가서 공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류회에서 메이씨와 친했던 재일동포 한 분은 저에게 "그는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평소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자 노력하는 친구였다"며 "공부한 내용을 노트에 가득 쓰기도 했고, 나에게 몇 시간씩이나 설명을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메이씨가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으며, 그뿐 아니라 일본과 북한 문제, 재일조선한국인 문제, 조선학교 문제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씨가 "어떻게든 반드시 (한일관계를) 사이좋게 바꾸고 싶어요, 함께 노력해요"라며 항상 밝게 웃고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 니시다 다카시씨가 5일 오전 도쿄의 한인 타운인 신오쿠보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들러 추도하고 있다. ⓒ 니시다 다카시


희생자가 홋카이도 출신이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그와의 마지막 연락은 지난 5월초 내가 하는 유튜브 채널의 이벤트 공지를 보낸 것이었다. 이후 한국 대선 결과, 아베 피격, 자민당 압승 등 힘 빠지는 일이 많아서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서울로 유학을 떠난 사실은 알지 못했다.

만약 알았더라면 그날 밤 메이씨는 이태원이 아니고 서울의 다른 곳에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메이씨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었던 비슷한 나이의 일본인, 한국인 여성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사가 난 다음 신문 기사에서 일본인 희생자 2명 가운데 1명이 홋카이도 출신이라고 해서 "설마"했는데, 메이씨의 페이스북 프로필에 '2022년 6월부터 서울 주거'라고 돼있는 걸 발견하고 무서워서 뉴스를 더 이상 보지 못했다.

아무튼 내가 만나고 대화해본 메이씨의 인상은 매우 똑똑하고 한국을 너무 좋아했다는 것이다. 조선학교 무상화 운동 관련한 강의도 들을 만큼 한일간 역사에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다.

지난 토요일(5일) 도쿄의 코리아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신오쿠보에 차려져있는 희생자 분향소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살펴본 신오쿠보는 참사 전과 전혀 변함없이 북적거렸고 한국 음식이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도 여전히 즐거워보였다. 그래서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메이씨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들 속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던 사람 아닌가.

삼가 메이씨의 명복을 빈다.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던 소원을 하늘에서나마 이루길 바란다.
그리고 깊은 슬픔 속에서도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해 싸워야 하는 한국분들을 멀리서 응원한다.

* 번역·정리 : 김경년 기자
 

▲ 니시다 다카시씨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헌화한 꽃다발. ⓒ 니시다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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