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 vs. <조선>의 공방... 본질은 따로 있다
[주장] 낙동강 녹조 문제 해결하려면 낙동강 보의 수문부터 열어야
▲ 올 7월 낙동강 화원유원지에 창궐한 녹조. 그 앞에 거대한 강준치 한 마리가 죽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수돗물 녹조 검출'을 둘러싼 대구MBC·이승준 교수와 <조선일보>·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사이 공방이 뜨겁다.
앞서 대구 MBC는 지난 10월 중순 국내 녹조 문제 권위자인 부경대 이승준 교수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대구 수돗물 필터 연두색 물질, 녹조로 확인>을 시작으로 다수의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이후 <조선일보>는 10월 20일 <국립환경과학원 "MBC, 무독성 물질을 '남세균'으로 둔갑…수돗물 공포감 조성">을 시작으로 <"수돗물 남세균" MBC가 올린 현미경 사진, 알고보니…>, <또 MBC 거짓말…대구상수도본부 "현미경 사진 제공한 적 없다"> 등 최근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구MBC의 보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후 대구MBC는 달성군 주민으로부터 '집 수돗물 필터에 지난 여름부터 녹색물질이 낀다'는 제보를 받는다. 대구MBC는 지난 10월 중순 제보자로부터 수돗물 필터를 받아 이승준 교수에게 의뢰해서 분석을 맡겼고, 남세균이 검출됐다. 대구MBC가 관련 보도를 내놓자, 이때부터 <조선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의견 등을 토대로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놓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기사는 대구 수돗물에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왔다는 점, 대구 달성군의 한 가정집 수돗물 필터에서 남세균(녹조)이 나왔단 사실보단, 시험방법을 문제삼았다. 연구자가 국내 공인시험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조사를 했기 때문에 그 조사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준 교수가 사용한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틴 검출 조사방법인 '효소면역분석법'(ELISA법)은 국립환경과학원이 쓰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프-텐덤질량분석(LC-MS/MS)법'과 함께 미국EPA(환경보호청)가 공인하고 있고 실제로 미국에서 쓰이고 있는 남세균(녹조) 독소 검사법이다. 남세균 여부를 판별하는 유전자검사법(PCR) 또한 유전자를 분석해서 판별하기에 더 정밀한 분석 방법으로 여겨진다는 의견이 적지 않음에도 <조선일보>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주장을 빌려 부정하고 있다. 국내 공인시험법(현미경 검사법)이 아니란 이유로 말이다.
이에 대해 이승준 교수는 "PCR검사(유전자검사법)가 왜 문제가 되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것이 더 정확한 방법이란 것은 연구자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논문에도 PCR검사로 조사한 결과를 공식적으로 담는다. 현미경 사진으로 연구결과를 내는 논문 본 적이 없다"라며 "우리도 남세균 검사에 있어서 더 정확히 하려고 PCR검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부정하는 것은 연구자의 연구윤리를 의심하게 한다"라고 반박했다.
▲ 양수장 취수구를 통해 이런 낙동강 녹조물이 농업용수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 문제는 9일 열린 대구시의회 대구상수도사업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됐다. 10일 <대구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건설교통위원회 김정옥 의원은 수돗물 필터 녹조 의심 사례 검사 논란에 대해서 "현미경 육안 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유전자 검사 등의 과학적인 방법의 활용"을 주문했다.
최근의 공방을 지켜보면서 다소 당혹스러움을 느낀 건 나뿐일까. 국민이 사용하는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면, 그 조사 기관이 설사 민간 연구기관이더라도, 혹은 조사 방법이 공인된 방법과 다를지라도 소관 부처에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국립환경과학원은 그 결과를 엄중하게 여겨 연구자를 찾아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인 텐데... 지금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그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같은 국립환경과학원의 행태에 대해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다. 그렇다면 아주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며 "국립환경과학원과 비록 다른 조사방법으로 조사를 했더라도, 그것은 미국EPA(환경보호청)가 공인하는 방법이고, 그 조사결과에서 유의미한 결과값이 나왔다면 그 사실은 인정을 하고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게 정부부처가 취해야 할 합당한 자세가 아닌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또한 "가장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방비하는 것이 왜 나쁘다는 말인가? 국가가 전혀 책임지지 않는 녹조 독소의 위험에 국민 스스로가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왜 나쁜 일인가?"라고 반문한 뒤 "이들이 지금 걱정하는 것은 이것이 자칫 낙동강 보 존치 여부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사실은 극도로 노심초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알 수 없는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한 가지다. 올해 초부터 집중 제기된 낙동강 원수의 고농도의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문제라든가, 낙동강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한 농작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문제, 낙동강 어류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문제와 낙동강 주변의 공기에서조차 녹조 독이 나오고 있고 급기야 수돗물에서도 녹조 독인 마이로시스틴이 나온 이 결과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녹조 문제다. 이 모든 문제는 낙동강 남세균(녹조)으로 파생되는 문제다. 그렇다면 이 녹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근본처방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양대 산학협력단과 한국생태연구소가 지난 2020년 5월에 낙동강 수계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낙동강수계 녹조우심지역 조류발생 및 거동 특성 정밀조사 연구 3차년도 최종보고서>는 녹조와 관련된 여러 내용을 확인해준다.
▲ 낙동강수계 녹조우심지역 조류 발생 및 거동 특성 정밀조사 연구 3차년도 최종보고서의결론 부분이다. 체류시간과 녹조 발생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다. ⓒ 보고서 캡쳐
해당 보고서는 녹조 발생원인 규명 항목의 '장기 수질 및 체류시간 변동 분석'에서 녹조 발생원인을 "체류시간의 증가에 의해 클로로필-a 농도가 증가함", "보 건설에 따른 체류시간 증가로 인해 남조류로의 천이가 발생함", "체류시간 증가로 인하여 녹조가 발생함"이라고 명확히 기술하고 있다. 또한 녹조 연속배양을 통한 모의실험에서 "체류시간이 짧은 조건에서는 규조류가 우세하지만, 체류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조류가 우점할 수 있음을 확인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녹조가 체류시간의 증가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환경부 스스로 공식 조사보고서를 통해서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보고서는 또 "내성천과 금호강을 오염원 유입 우심 지류로 선정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관리가 필요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내성천과 금호강에서 유입되는 인과 질소가 낙동강 녹조의 원인 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으로 이 두 하천을 집중관리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녹조의 원인 물질인 인과 질소를 유입시키는 내성천과 금호강의 상황을 통해서도 체류시간이 녹조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하천 모두 인과 질소가 풍부한데도 내성천엔 녹조가 창궐하고, 금호강엔 녹조가 전혀 피지 않는다. 내성천은 영주댐으로 강이 막혀 있고, 금호강은 흐르는 강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동강의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강물의 체류 시간을 줄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보의 처리 문제가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스스로 내놓은 이 과학적 조사결과마저 부정하려는 듯 낙동강 보 관련된 문제는 애써 외면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생각해야 하는 정부기관의 태도로 볼 수 없다.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 진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보 수문 개방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비롯한 숱한 우리 강을 다니면서 현장 고발도 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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