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조성된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에서 수녀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 유성호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정세훈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 내리막길 10만 인파에 밀려
압사 희생당한 1백5십6명
대한민국 젊디젊은 아들 딸들아!
용서를 빈다.
대한민국 국민의
늙어가는 한 사람으로써
어미와 아비의 맘으로
용서를 빈다.
주장만 있고 의견과 토론을 무시하는
나만 옳고 상대는 옳지 않은
탓하고 헐뜯고 저주하고 편 가르고
독차지하고 누리고
책임감 없고 사명감 없는
정치와 자본이 득시글거리고,
이에 너도나도 철저히 편승하는
대한민국이 희생시켰다.
주체할 수 있는
눈으로 흘리는 눈물로가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목구멍으로 흘리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멈출 수 있는
눈에서 나오는 눈물로가 아니라
멈출 수 없는
목구멍에서 나오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소리내어 울 수 있는
눈으로 우는 눈물로가 아니라
소리내어 울 수 없는
목구멍으로 우는 눈물로
용서를 빈다.
아들 딸
자식이 죽었을 때
눈 대신 목구멍으로 우는
어미와 아비 맘으로
용서를 빈다
목구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하늘과 땅의 맘으로
용서를 빈다.
너무 슬퍼서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부끄러워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면목 없어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너무 염치없어 용서해 달라는 말 차마 못 하겠다.
그저, 그저, 용서만 빈다.
서기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 내리막길 10만 인파에 밀려
압사 희생당한 1백5십6명
대한민국 젊디젊은 자식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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