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인에게 필요한 교육은 우리가 만든다
[서울인쇄센터 일지] '서울인쇄대학' 2기를 시작하며
문화 기획을 했던 사람이 '인쇄인들을 위하고 시민들에게 인쇄문화를 알리기 위한' 서울인쇄센터를 지난 3월부터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용역으로 공공 기관을 운영하면서 공간을 꾸리는 일, 시민들을 대하는 순간들을 소소하게 일지 형식으로 담아내고자 합니다.[기자말]
정답은 당사자에게 있다고, 인쇄인들에게 답이 있다는 모범 답안은 있으나, 행정과 당사자 사이에 놓인 중간지원조직의 관성인지, 날 것 그대로의 당사자의 육성을 종종 내 식대로 오역하곤 한다. 현장은 인쇄인이 잘 아시겠지만, 사업의 '기획'과 '실행'은 전문가가 따로 있다는 착각이다.
도시재생에 참여하면서 행정에서 미리 계획을 세워 놓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던 부조리를 나름 문제시해 왔는데, 정작 내 스스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내 계획에 욱여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더 머뭇거릴 새도 없이 '서울인쇄대학'이 진행되게 된 것은 단연 당사자들의 의기투합 덕분이다. 위원들이 강사를 섭외하고 홍보도 직접 나선 덕에 정원을 모두 채웠다. 그렇게 지난 8월 '서울인쇄대학'을 시작했고 무사히 6회 강의를 마쳤다.
▲ 서울인쇄대학 1기 수업 진행 모습인쇄인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서울인쇄대학'이 1기를 마치고 2기를 시작한다. 사진은 9월 28일에 진행한 6강 천종욱 세무사의 강의 모습. ⓒ 최대혁
9월 28일 진행된 '서울인쇄대학'의 종강은 인쇄인들이 스스로 마련한 잔치다웠다. 기획과 진행에 앞장선 이태영 운영위원장은 자신의 인쇄소에서 제작해온 수료패를 이날 수업에 참여한 인쇄인 13명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며 전했고, 아크릴 공장을 운영하는 인쇄인은 사진을 넣을 액자를,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인쇄인은 기념품을 가져와 함께 나누는가 하면, 직접 지역 언론을 초대해 자축의 의미를 기록으로 남겼다.
센터로서는 그야말로 거들기만 한 수업이었다. 애면글면 기획하고 강사섭외하고 홍보해도 프로그램도 잘 진행될까 말까인데, 어떻게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세대가 모였음에도 어떻게 이런 호응과 참여도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 과정을 곱씹게 된다.
▲ 서울인쇄대학 1기 수료식 참여한 인쇄인들이 수료패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수료패는 이태영 위원장(사진 아랫줄 가운데)이 서울인쇄대학을 기념하기 위해 본인의 인쇄소에서 직접 만들었다. ⓒ 최대혁
수료식이 진행된 자리에서 참여자들은 이 모임을 지속해야 한다며 회장과 총무를 뽑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2기' 수업을 진행하자며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엉겁결에 기획하게 된 '서울인쇄대학' 정원(15명)을 채워 11월 9일 2기가 시작된다. 이번 2기 역시 운영위원회가 1기 강의를 평가하며 새로운 강의로 전면 재구성했다.
1강 동국대 김민수 교수의 '4차산업 혁명과 새로운 트렌드'를 시작으로 12월 14일 안양대 신재욱 교수의 '광고와 마케팅 전략'까지 6주간 이어진다. 이 자리엔 1기 참여자들이 함께 청강하며 2기 참여자들을 환영하기로 했다고 한다. 1기에 이어 2기까지 두 배가 된 '서울인쇄대학'을 보면서, 아직은 섣부르지만 '서울인쇄대학'이 인쇄인들의 새로운 구심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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