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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 요코와 정우성... 두 배우의 이태원 참사 방문이 가리키는 것

[하성태의 사이드뷰] 국가애도기간 지정해 일방적인 애도 강요... 옳은 일일까?

등록|2022.11.12 12:52 수정|2022.11.12 12:52

▲ 일본 배우 마키 요코의 인스타그램. ⓒ 인터넷 갈무리


"명복을 빕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배우가 지난달 31일 10.29 이태원 참사 추모글을 본인 소셜 미디어에 게시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한국 관객과 친숙하고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1회, 여우조연상 2회 수상한 마키 요코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추모 글엔 9천 개에 육박하는 반응과 함께 '감사합니다', '큰 위로가 됩니다'라는 한글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2005년 <박치기!>와 2018년 <용길이네 곱창집>에서 재일조선인을 연기한 바 있는 마키 요코는 최근 내한해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았다. 직접 애도하고 헌화하는 장면이 국내 언론에 포착됐다.

지난 9일 OSEN에 따르면, 마키 요코는 이태원 역 1번 출구 옆 추모 공간을 찾았다. 참사 다음날 일본 뉴스로 참사 소식을 접했다는 마키 요코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희생자가 20대라고 들었다"며 "이제부터 인생이 시작되는 연령대인데, 이제부터 일도 하고, 가정도 꾸리고, 다양한 인생을 살아갈 나이에 그런 미래가 단절됐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위로를 전했다.

이례적이다. 일본인 배우가 직접 내한까지 해 참사 현장을 직접 찾는 일이 흔히 광경은 아니다. 12일까지 157명이 발생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중 2명의 일본인도 포함돼 있었다. 또 마키 요코는 재일 조선인을 연기하며 관련 한일 간 역사를 찾아보고 본인이 직접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감안한다 해도 분명 이례적이다.

마키 요코와 정우성의 경우

국내 연예인이나 유명인은 참사 현장이나 합동분향소를 찾는 상황을 조심스러워하곤 한다.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는 일도 꺼리기 마련이다. 특히 세월초 참사 때 그런 현상이 도드라졌다.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304명의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일조차 정치적인 행위로 비춰질지 모른다는 자기검열이 작동했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부러 내한까지 한 일본인 배우의 참사 현장 방문은 여러모로 고민할 거리를 던져 준다.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느냐가 관건이 아니다. 조문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율적인 영역의 문제다.

소셜 미디어 시대다. 앞선 마키 요코의 추모글처럼 개개인의 애도를 표현하는 방식은 개인의 선택일 뿐이요, 그 진위를 감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수많은 우리 연예인이나 유명인들 역시 소셜 미디어나 본인의 무대 등을 통해 애도의 마음을 표현했다.

다만 직접 현장을 찾아 애도하고 추모하는 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분명 경계해야 마땅하다. 이들이 언론 카메라를 염려하고 그에 따른 주목도나 대중의 반응을 신경써야 하는 상황은 확실히 정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와중에 배우 정우성의 이태원 방문이 주목을 받았다. 마키 요코와는 또 다른 경우였다.

"UN 난민기구 최고 대표 필리포 그랜디가 내한해 홍보대사인 정우성 씨가 함께 현장을 찾았고, 조용히 진심을 전달하고 오려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진이 퍼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0일 YTN <이태원 참사 현장 찾았다…"10일 방문, 조용히 애도"> 기사 중 정우성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 관계자의 말이다. 소속사 관계자의 설명대로, 정우성의 방문은 지난 10일 오후 개인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졌다. 정우성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부터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친선대사로 활약 중이다.

공개된 영상 속 정우성은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추모 공간 앞에서 직접 애도를 표했다. 또 이후 참사 희생자 유가족으로 알려진 이들을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었다. 마키 요코와 또 달리 언론 카메라도 일절 대동하지 않았다.

해당 영상과 사진 속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이 유가족을 직접 위로하는 장면이었다. 참사 이후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행안부 장관도, 서울시장이나 용산구청장도 하지 않은 행위를 배우이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온라인 상에선 정우성이 남한 대통령을 연기한 <강철비2: 정상회담> 속 캐릭터가 회자되고 있었다.

'국가애도'라는 기이한 분위기

한일을 대표하는 두 배우의 이태원 참사 현장 방문에 주목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둘의 사정은 각기 달랐다. 무엇보다 일본인인 마키 요코는 둘째 치더라도, 정우성의 이태원 추모 공간 방문은 분명 눈에 띄는 행보였다.

참사 직후 정부는 지난 5일까지를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국민 여론 수렴은 없었다. 그러자 각종 행사나 공연이 실제로 취소되는 혼란이 발생했다. 특히 지자체가 주최하거나 관여한 행사나 공연은 혼선이 가중됐다. 지자체마다 기준이 달랐다. 이에 관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지침도 오락가락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국가는, 정부는 제일 먼저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함으로서 일방적인 애도를 강요했다. 대중문화인들 및 예술인들에게 생업 포기를 강제했다. 실제 콘서트가,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피해를 입는 것은 일선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이었다. 애도기간을 강제한 정부가 그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약속은 없었다.

이러한 국가 주도 애도 분위기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각자의 의지대로 참사 현장을 방문하는 등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됐겠는가. 톱스타의 경우도 극과 극일 수 있다. 이미지나 광고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반면 이들은 당장 생업에 지장을 덜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스타들조차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본인의 선택에 따라 애도와 추모 방법을 선택하는 데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세월호 참사 직후 자발적으로 공연이나 행사를 취소하거나 일정을 미루고 애도에 동참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적지 않았다. 이후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공연에 나서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자발적인 릴레이 단식에 나선 것도 대중문화예술인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펼쳐진 국면은 사뭇 달랐다. 국민들에게 국가가,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애도하겠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를 위해 파급력과 영향력이 높은 애먼 대중문화예술만 또 한 번 강제적인 희생을 요구당하고 애도 분위기에 동원을 당한 것은 아닌지 심히 의문이다.

공연과 행사를 포함해 애도의 형태를, 추도의 방법을 강제하겠다는 발상이, 이를 강행한 정부의 의도를 진심으로 납득할 2022년의 생존자들이, 유족들이,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도. 일본에서 온 마키 요코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정우성의 현장 방문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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