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용기 배제는 직권남용, 박근혜 '국정농단'도 그렇게 시작"
[인터뷰]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윤석열 정부, 언론 정책은 없고 언론 장악만 있다"
▲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과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을 순방 전용기 동행 취재에 배제한 것에 대해 “언론인의 취재할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했다”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죄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 유성호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 ⓒ 유성호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도 직권 남용에서 시작된 겁니다."
지난 14일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서울경찰청 앞에 서류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입을 굳게 다문 김 회장의 얼굴에서 평소와 같은 넉넉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자리였다. 한국기자협회 차원에서 특정인을 고발 조치한 것은 2016년 박근혜 정권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제기자단체와 외신 기자들의 비판도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그는 "이미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MBC 사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자신들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세우려는 것"이라며 "MBC를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을 두고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다"고 혹평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탄핵'이라는 말도 꺼냈다. 윤석열 정부가 지속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내고, 또다른 논란으로 덮는 일들이 반복되는데, "어떻게 폭발할지 모른다"고 하면서 말이다.
"MBC 전용기 배제,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 “MBC 전용기 배제는 직권남용, 박근혜 '국정농단'도 그렇게 시작" ⓒ 유성호
아래는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이번 MBC 전용기 배제 사태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명의로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해 고발 조치를 했다. 기자협회 차원에서 이렇게 움직인 것은 지난 2016년 김기춘 고발 이후 처음이다. 이렇게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기자협회는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여러 매체들이 회원사로 있다. 그런데 이번 건에 대해서는 진보 보수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이것은 상식과 몰상식의 문제다. 보수 성향의 어떤 언론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있다. 회원사간 어떤 정체성이 좀 다르다 할지라도 이번 건 만큼은 기자들의 취재 제한 조치가 따른 거고 언론 자유가 분명히 침해된 사안이기 때문에 한국기자협회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판단을 했다."
- 고발 대상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고, 고발 혐의는 직권 남용이다. 직권남용은 어떻게 성립될 수 있는가?
"대통령 전용기는 대통령의 사유재산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기자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국민을 대표해서 대통령이라는 가장 최고의 공적 인물을 취재하는 임무를 맡는다. 누구도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에게 전용기를 타라, 타지마라 할 권한이 없다. 그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이것은 직권을 남용했다라고 명백하게 볼 수 있다. 덧붙이자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도 직권남용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된 MBC 기자들이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대통령 순방을 취재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 유성호
-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대통령 스타일상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그럼에도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을 넣지 않은 이유는 면책 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고발해봐야 바로 각하된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퍼포먼스 정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에, 비서실장과 수석만을 고발 대상으로 했다."
- 일선 회원 언론사들의 의견들은 어떤가?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인 조치에 대해서 모두 다 공분하고 있다.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 또 어떤 언론사가 표적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대통령 비판 기사를 썼을 경우 비슷한 조치가 따를 수 있기 때문에 MBC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모두들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 기자협회 명의로 고발 조치를 한 것에 이의를 제기한 회원사들은 없었나?
"아직까지 없다. 이것은 누구나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만약에 어떤 회원사 측에서 항의가 온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설득할 자신이 있다."
"언론을 대하는 모습들이 정말 개탄스럽다"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왼쪽 두번째)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을 순방 전용기 동행 취재에 배제한 것에 대해 “언론인의 취재할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했다”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죄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 유성호
- 이번 사태와 관련해 외신 기자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국제기자단체들의 움직임도 있다고 들었다.
"세계 160여개국 기자들이 가입한 국제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에서 연락이 왔다. 이런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어떤 것들이 필요하냐고 문의를 했다. 우선 성명서부터 내달라고 했고, 곧 나올 거다. 후속 조치로 국제 기자들이 연대하는 등 일련의 과정들이 있을 것이다. 한국외신기자클럽에선 이미 성명이 발표됐다. 이미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 윤석열 정부 들어서 논란이 또 다른 논란으로 덮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라는 정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묻혀버렸다. 대통령 비속어 논란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나?
"정확한 지적이다. 이번 정부 들어서 기자협회가 대통령실 앞에서 두 번 기자회견을 했는데, 참석자들이 모두 이런 얘기를 한다. '도대체 이런 걸 가지고 우리가 기자회견을 해야 되느냐'는 것이다. 정작 본질적인 사안은 논의조차 못하고 논쟁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을 건드리는 모습들이 정말 개탄스럽다."
- 사실 이렇게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서 덮는 게 어떻게 보면 정권에 큰 타격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는 거 같다.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거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온 국민들이 진짜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촛불집회가 날마다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그래도 광우병이라는 한 가지 이슈였지만 이 윤석열 정부는 지금 불필요한 논란과 이슈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 모른다. 계속 외줄타기를 하듯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기 때문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번 전용기 탑승 배제를 두고, 김대중 정부 때는 청와대 출입을 금지시켰고, 노무현 정부 때는 기자실 대못 박은 게 언론 탄압이라고 하더라. 맞는 얘기인가?
"김대중 대통령 때 청와대 출입을 막은 적 없다. 오히려 김대중 대통령은 방북할 때 북한 쪽에서 KBS, 조선일보 기자 방북을 불허했음에도 전용기에 모든 기자들을 다 탑승시켜서 방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의 얘기는 특정 언론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인 결정이었다."
- 대통령이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말하는 국익이라는 게 과연 국익인지 아니면 본인을 위한 사익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본인 심기를 건드리는 언론을 배제해놓고 그것이 국익을 위한 것이다? 그 사고 방식이 너무 한심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국익이 뭔지 공부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전용기에서도 기자 두 명만 불러서 얘기를 했다는데 정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일을 대통령이 하고 있다."
"MBC 장악 의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왼쪽 두번째)과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을 순방 전용기 동행 취재에 배제한 것에 대해 “언론인의 취재할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했다”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죄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 유성호
- 대통령 비속어 논란 이후 정부와 여당의 공격대상은 줄곧 MBC였다. 이번 전용기 탑승 배제도 이를 명분삼아 이뤄진 일이다. 유독 MBC만 이렇게 건드리고 있는 이유가 뭘까?
"MBC 사장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 공영방송 장악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2008년의 기시감이 드는데 2008년에도 공영방송에 대해서 감사원, 국세청, 검찰, 경찰 모든 한국의 권력기관을 다 동원해 탈탈 털었다. 그래서 KBS 정연주 사장이 물러나지 않았나. 엊그제 MBC에 5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무슨 탈세를 한 것도 아닌데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MBC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장을 자신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혀서 MBC를 장악하겠다, 민영화하겠다라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으로 본다."
-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이 뜻대로 이뤄질까?
"알 수 없다. 투쟁하고 저항하는 세력이 얼마나 강고하게 막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역사를 봐도 이런 비민주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들이 많이 있었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저항을 했는데 좌절한 경우도 있었고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 윤석열 정부의 전체적인 언론 정책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면?
"이 정부에서 언론 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없다. 언론 정책은 없고 언론 장악만 있다. 언론 정책에 대한 큰 이슈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허위 조작 정보를 배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방향 모색, 지역언론 지원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안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정권이 앞장서서 비판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 만약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윤석열 정부는 비판 언론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물 만난 고기처럼 칼날을 휘둘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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