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훈련 참여" 강조하더니... 교장들 관광성 연수 가게 한 교육청
'이태원 참사' 잊었나...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기간인데 강원 교장들 '관광지 여행' 논란
▲ 강원도교육청이 최근 이 지역 전체 초등학교에 보낸 '강원 초등교장회 연수' 홍보물. ⓒ 제보자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아래 재난훈련) 기간에 교장의 학교 훈련 참여'를 지시했던 강원도교육청이, 같은 기간 이 지역 초등교장 전체를 대상으로 임의단체가 학교 밖 여행지 등에서 진행하는 관광성 연수 홍보를 대행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원 참사 등으로 재난안전훈련이 중요한 시점에 교장을 관광지 연수에 참여토록 방조한 강원도교육청이 도대체 생각이 있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난훈련 기간 평일 근무시간인데... 340명이 관광지에
이 공문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임의단체인 강원 초등교장회는 재난훈련 첫날인 21일부터 오는 22일까지 강원도 원주시에 있는 강원교육과학정보원 건물에서 자체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이 이 행사 홍보를 협조해줘, 평일 근무시간인데도 이 지역 371개 초등학교 교장 가운데 92%인 340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연수 일정이 행정안전부와 교육부가 정한 재난훈련 기간(21일~25일) 첫날과 둘째 날에 진행됨에 따라 교장들이 학교 안에서 훈련에 참여할 수 없을뿐더러 훈련 감독 또한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육청은 각 학교에 보낸 '재난훈련 시행계획'에서 '기관장 적극 참여' 항목에 "기관(학교)장이 직접 참여하는 훈련을 통해, 학교 구성원의 안전 관심도 및 기관 재난대응역량 제고"라고 강조했다. 교장이 학교 안에서 벌이는 재난훈련에 직접 참여할 것을 강조·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강원지역 대부분의 초등교장들은 강원교육청의 이 임의단체 행사 협조 때문에 '학교별 재난훈련'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
평일 근무시간에 진행되는 1박2일 연수에 관광성 연수 일정이 들어간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장회가 만든 연수일정을 보면 21일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지역문화 탐방이 들어가 있다. 교장들은 이 시간에 조별로 치악산 원천석 공원과 원주 법천사지 등지를 여행했다.
"이태원 참사 잊었나"... 강원교육청 "일정 겹친 것 파악 못해, 사려 깊지 못했다"
강원지역 한 교원은 <오마이뉴스>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게 불과 20여일 전인데, 학교별 재난훈련을 책임져야할 교장이 학교를 빠져나와 여행지를 나돌며 관광성 연수를 벌이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강원지역 초등 교장들 대부분이 재난훈련 기간에 이틀씩이나 학교를 비우는 관광성 연수를 진행하도록 방조한 강원교육청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전체 학교가 참여하는 합동대피훈련은 재난연수 3일차인 오는 23일에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교장들의 연수가 재난훈련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며, 교장 연수 일정에도 재난안전에 대한 강의가 들어가 있다"면서도 "다만, 이태원 참사로 당초 계획된 재난훈련 일정이 연기되면서 교장들의 연수와 일정이 겹치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하지는 못했고 사려 깊게 대응하지 못한 면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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