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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장평천과 두학 들녘 산책하기

등록|2022.11.22 08:58 수정|2022.11.22 08:58

두학동 보호수두학동 중말 논에는 250살 소나무가 살고 있다 ⓒ 이보환


요즘 주말이면 결혼식장을 찾느라 바쁘다. 11월12일과 13일에도 몇 군데 들렀다. 새로운 가족을 맞는 분들의 표정이 세상 부러울게 없다는 듯 밝다. 계절은 겨울인데 날씨는 왜 이리 좋은지. 새로운 출발점에 선 신랑신부의 앞길 역시 화창하길 바란다.

식장을 나오니 오후 2시가 훌쩍 넘었다. 봄같은 날씨가 발길을 이끈다. 제천시 신백동과 두학동 들녘으로 향한다. 하천 뚝방을 따라 걷는다. 가을까지 무성했을 잡초가 누렇게 말랐다. 추수를 끝낸 들판은 오후 햇살을 만나 금물결을 이룬다. 깊지 않은 하천에는 물고기가 떼지어 다니고 백로인지 왜가리인지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린다.

이때 멀리서도 시선을 끄는 큰 나무가 서있다. 제천시 두학동 논 631-6에 있는 250살 소나무다. 마을의 역사를 느끼게 해주는 수호신이다. 두학은 손두부 식당촌으로 유명하다. 식객 허영만 선생이 찾았다는 곳부터 현지인 맛집까지 여러 군데가 성업중이다.

동네 어귀에 들어서니 중말이라는 표지석이 손님을 맞이한다. 낯선 사람 발소리에 견공들이 합창한다. 우사가 있지만 냄새가 심하지 않다. 깨끗한 환경에서 고품질 한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두 눈을 더 크게 뜨고 음메~하고 큰 울음소리를 낸다.

시골마을의 풍경은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두학 들녘은 소박한 저녁밥상을 닮았다. 반찬은 없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구들의 밥과 국. 어린 손자 밥그릇에 한 숟가락 크게 덜어주던 할머니의 손길까지.
 

장평천 둘레길제천시 신백동과 두학동, 영서동을 지나 봉양읍까지 이어지는 장평천. 둘레길에는 걷는 이와 자전거 타는 이들에게 인기코스다 ⓒ 이보환


발길이 장평천으로 향한다. 장평천은 제천시 자작동에서 발원하여 흑석동과 두학동, 화산동, 영천동, 천남동, 신동을 지나 봉양읍 장평리와 주포리를 동서로 통과하는 냇물이다. 제천을 중심으로 여러 물길을 아우르는 하천이다.

제천시는 2018년부터 3년 공사 끝에 신백동, 두학동, 고명동을 연결하는 도시계획도로를 완공했다. 신백동을 지나 도로를 건너 얼마지나지 않아 '동현수원지'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일제 강점기인 1941년 조성된 제천지역 최초의 상수도 시설이다. 동현동 일대에 상수도를 공급하다 1996년 12월 고암동 정수장이 확장되면서 그 기능을 잃었다. 대신 수원지 일원에 '동현비오톱생태공원'이 생겼다.

비오톱은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땅 또는 영역이라는 의미의 '토포스(topos)'가 결합된 용어다.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숲, 가로수, 습지, 하천 등 도심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공물이나 자연물이다.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동현비오톱 생태공원도 장평천이 습지를 감싸도록 도와준다.

플라타너스, 소나무, 미선나무, 조팝나무 등의 관목, 비비추, 기린초 외 20종의 야생화가 생태공원을 지킨다. 붉게 물든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이 떨어진 길에 솔향기가 더해지니 늦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울창한 생태공원을 벗어나자 탁 트인 장평천이 펼쳐진다. 둔치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하천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낚싯꾼들을 맞으니 기분이 이유없이 좋다. 발걸음이 가볍다. 신바람에 나도 모르게 지난 유행가를 흥얼거린다.

장평천 산책길은 중앙선 철도를 따라 간다. 적막할 때 쯤 달려오는 기차는 동요 가사와 함께 온다. 서울 간 오빠가 비단구두를 사서 찾아 올 것 같은 반가움을 준다. 뒤돌아서 하늘을 보니 어느덧 해가 진다. 이제 모두 집으로 돌아갈 시간. 아들, 딸 혼사를 치르느라 고생한 이들의 고단함을 풀어주는 저녁이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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