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길 부산에서도 만화 포기하지 않은 소년들
<1951, 소년 만화가 열전>을 읽고
요즘 화제의 드라마가 있습니다. 한 번쯤 제목은 들어보셨을 바로 그 드라마, <재벌 집 막내아들>(재벌 총수 일가의 궂은일을 모두 처리하던 비서(송중기 분)가 총수 일가의 손에 죽어 그 집안 막내아들로 회귀한 뒤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이 그 주인공인데요. 저도 요즘 금, 토, 일 저녁이면 시간 맞춰 드라마를 볼 만큼 푹 빠져 있답니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만화(웹툰)가 더 유명하다는 사실, 많이들 아실 거로 생각해요. 뭐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안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수출하면서 만화도 k-콘텐츠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특히 부산에는 2017년부터 '부산 글로벌 웹툰센터'까지 만들고 부산 지역 작가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 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런 부산의 만화 전성시대가 오게 된 것은, 2017년부터 있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된, 어쩌면 오늘날 만화 전성시대는 이미 그때부터 예견된 일이 아닐까 싶은 일이 부산에서 있었더라고요.
피란길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갔던 청소년 만화가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그 옛날, 전쟁(6·25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앞으로 만화를 그리겠다며 다부진 결심을 하고 열심히 그 길을 걸어갔던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부산으로 피난와서 말이죠.
그들은 제가 오늘 소개할 책 <1951, 소년 만화가 열전>의 주인공들인데요. 책은 1951년, 그러니까 6·25전쟁이 일어난 직후, 부산으로 피난 온 청소년들이 만화를 계속해서 그렸던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만화의 기초가 된 과정을 (만화로) 보여줍니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난 왔지만 나는 여기서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만화를 그릴 거야'라고 당차게 말합니다. 나이도 열일곱, 여덟 정도밖에 안 된 학생들인데 말이죠. 어떻게 저 혼란스러운 시절에 어린 학생들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하고 또 그 길을 흔들림없이 걸어갈 수 있었는지, 참 대단하지 않나요?
이런 놀라움을 준 분으로는 우리가 잘 아는 만화가 고우영 화백(사진의 <만화 삼국지>를 그린 만화가)도 있었어요. 만주 출신 고우영 화백은 형들도 모두 만화가였는데 이들 고삼영(고일영, 고상영, 고우영) 형제는 형편 때문에 '대북 전단'용 만화 그리는 일을 업으로 하면서도, 집에서는 자기들이 그리고 싶은 만화를 계속 그려나가죠.
이런 분들이 1951년 피난지 부산에서 만화를 계속 그려왔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 만화가 초석을 다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이 책의 작가 박기준(부산에서 피난할 때 처음 만화를 접하고 서울로 돌아가 <크로바 출판사>, 잡지 <여학생> 등을 경영하고 만화 학원, 만화과 교수를 거쳐 한국만화사를 전문적으로 연구 중)님이 말씀하시는데요. 얼마나 만화가 좋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고요,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지금까지 하고 계신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후배이며 이 책의 공동작가인 안지혜(글), 강설송(그림)님에게도 이어져 만화를 전공하고 만화 관련 일을 하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 이 책을 출판하는데 그분들의 마음과 뜻도 하나로 모아진 것 같아요.
아마도 이분들은 마음속에 온통,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좀 더발전시킬 수 있을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그리면 만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그 생각만으로 가득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첫걸음으로 한국 근대 만화사를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일을 하신 것 같고요.
전쟁 중에 뿌려진 씨앗, 오늘날 K-만화로 꽃 피어
피난지 부산에서 한국 근대 만화를 그린 분들은 그저 만화가 좋아서 그리셨겠지만, 이분들이 휴전 후 서울로 돌아가 한국 현대 만화의 중추 세력으로 자리 잡고 현대 만화를 일으키는 토양이 되었다고 하니, <재벌집 막내아들>을 키운 8할은 이분들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당시처럼 청소년들이 만화계를 이끈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희귀사례라고 하니 그 시절 소년 만화가로 활동하신 분들의 성함을 불러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한 분 한 분 적어 보게 되네요.
왜냐하면 서봉재, 신동우, 박현석, 고우영, 박기준, 서정철, 손의성, 토니장(장병욱), 김원빈, 오명천, 김학수, 이상열, 이덕송, 전상균, 김우영과 같은 분들이 계셔서 오늘날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흥미진진한 만화를 우리가 볼 수 있는 거니까요.
16부작 <재벌집 막내아들>은 지금 한창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14회까지 방영) 최고 시청률 24.9%를 찍었어요.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보니 만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나 궁금해져 웹툰이라고는 거의 본 적 없던 저도 만화 <재벌집 막내아들>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원작 웹툰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웹툰이 훨씬 재미있다고 하니, 저도 만화 <재벌집 막내아들> 때문에 오래간만에 만화를 몰아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하하.
이 드라마는 동명의 만화(웹툰)가 더 유명하다는 사실, 많이들 아실 거로 생각해요. 뭐 만화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안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수출하면서 만화도 k-콘텐츠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요.
피란길에서도 자신의 길을 찾아갔던 청소년 만화가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요. 그 옛날, 전쟁(6·25전쟁)으로 혼란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앞으로 만화를 그리겠다며 다부진 결심을 하고 열심히 그 길을 걸어갔던 청소년들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부산으로 피난와서 말이죠.
▲ 1951, 소년만화가열전글 박기준, 안지혜, 그림 강설송 ⓒ 도서출판 해성
그들은 제가 오늘 소개할 책 <1951, 소년 만화가 열전>의 주인공들인데요. 책은 1951년, 그러니까 6·25전쟁이 일어난 직후, 부산으로 피난 온 청소년들이 만화를 계속해서 그렸던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만화의 기초가 된 과정을 (만화로) 보여줍니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난 왔지만 나는 여기서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만화를 그릴 거야'라고 당차게 말합니다. 나이도 열일곱, 여덟 정도밖에 안 된 학생들인데 말이죠. 어떻게 저 혼란스러운 시절에 어린 학생들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정하고 또 그 길을 흔들림없이 걸어갈 수 있었는지, 참 대단하지 않나요?
이런 놀라움을 준 분으로는 우리가 잘 아는 만화가 고우영 화백(사진의 <만화 삼국지>를 그린 만화가)도 있었어요. 만주 출신 고우영 화백은 형들도 모두 만화가였는데 이들 고삼영(고일영, 고상영, 고우영) 형제는 형편 때문에 '대북 전단'용 만화 그리는 일을 업으로 하면서도, 집에서는 자기들이 그리고 싶은 만화를 계속 그려나가죠.
▲ 만화 삼국지2005년, 나름 큰맘 먹고 사서 재미있게 봤던 추억의 만화. 그 당시 사진이라 화질이 떨어진다. 방대한 역사의 한 부분을 고우영 화백 덕분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 박정선
이런 분들이 1951년 피난지 부산에서 만화를 계속 그려왔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 만화가 초석을 다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이 책의 작가 박기준(부산에서 피난할 때 처음 만화를 접하고 서울로 돌아가 <크로바 출판사>, 잡지 <여학생> 등을 경영하고 만화 학원, 만화과 교수를 거쳐 한국만화사를 전문적으로 연구 중)님이 말씀하시는데요. 얼마나 만화가 좋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고요, 그렇게 좋아하는 것을 지금까지 하고 계신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후배이며 이 책의 공동작가인 안지혜(글), 강설송(그림)님에게도 이어져 만화를 전공하고 만화 관련 일을 하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 이 책을 출판하는데 그분들의 마음과 뜻도 하나로 모아진 것 같아요.
아마도 이분들은 마음속에 온통,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만화를 좀 더발전시킬 수 있을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그리면 만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그 생각만으로 가득할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첫걸음으로 한국 근대 만화사를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일을 하신 것 같고요.
전쟁 중에 뿌려진 씨앗, 오늘날 K-만화로 꽃 피어
피난지 부산에서 한국 근대 만화를 그린 분들은 그저 만화가 좋아서 그리셨겠지만, 이분들이 휴전 후 서울로 돌아가 한국 현대 만화의 중추 세력으로 자리 잡고 현대 만화를 일으키는 토양이 되었다고 하니, <재벌집 막내아들>을 키운 8할은 이분들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당시처럼 청소년들이 만화계를 이끈 것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희귀사례라고 하니 그 시절 소년 만화가로 활동하신 분들의 성함을 불러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한 분 한 분 적어 보게 되네요.
왜냐하면 서봉재, 신동우, 박현석, 고우영, 박기준, 서정철, 손의성, 토니장(장병욱), 김원빈, 오명천, 김학수, 이상열, 이덕송, 전상균, 김우영과 같은 분들이 계셔서 오늘날 <재벌집 막내아들> 같은 흥미진진한 만화를 우리가 볼 수 있는 거니까요.
16부작 <재벌집 막내아들>은 지금 한창 클라이맥스로 가면서 (14회까지 방영) 최고 시청률 24.9%를 찍었어요.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보니 만화에서는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나 궁금해져 웹툰이라고는 거의 본 적 없던 저도 만화 <재벌집 막내아들>을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원작 웹툰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웹툰이 훨씬 재미있다고 하니, 저도 만화 <재벌집 막내아들> 때문에 오래간만에 만화를 몰아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하하.
덧붙이는 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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