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입 막은 '할리우드 거물'... 두 기자의 놀라운 집념
[미리보는 영화] <그녀가 말했다>
▲ 영화 <그녀가 말했다> 관련 이미지. ⓒ 유니버셜 픽쳐스
전 세계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고 연대한 한 미투(Me Too) 운동의 시발점은 다름 아닌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항한 이 여성들이었다. 미국 오스카상을 여섯 번이나 수상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와인스타인은 여배우는 물론이고, 자신의 회사 직원도 가리지 않고 성적으로 착취했다. 그 결과 그는 2020년 뉴욕 법원으로부터 1급 성범죄, 3급 강간 혐의로 23년형을 선고받았다.
영화 <그녀가 말했다>는 피해자들의 고백을 이끌어내고 취재해 온 두 기자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뉴욕타임즈> 탐사보도 팀 기자 메건 투히와 조디 캔터는 각각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의 성범죄와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취재 중이었다. 사건 관련 증거를 모으던 차에 영화제작사 미라맥스의 와인스타인 또한 거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함께 협력해 해당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
영화는 치밀하게 짜놓은 하비 와인스타인의 계략에 맞서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하는 두 기자의 모습을 묵묵히 나열한다. 단순히 기자와 취재원 관계를 넘어서 두 사람은 한 가정의 엄마이기도 했고, 여성이었다. 약자이기에 부지불식간에 당해왔던 여러 성적 착취, 그로부터 이어지는 상실감을 그들 또한 이해할 수 있었기에 취재가 막힐지언정 무리하지 않는 두 기자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 영화 <그녀가 말했다> 관련 이미지. ⓒ 유니버셜 픽쳐스
▲ 영화 <그녀가 말했다> 관련 이미지. ⓒ 유니버셜 픽쳐스
제작진은 실제 두 기자를 만나 3년간 경험을 공유하고 각본을 만들어 갔다고 한다. 영화화할 때 두 가지 원칙 또한 정했다. 하나는 하비 와인스타인을 영화에 등장시키지 않을 것, 또 하나는 여성을 신체적으로 공격하는 장면을 넣지 않을 것이었다. 이 대원칙에서 여성 관객과 실제 피해자를 두루 신경쓰는 세심함이 보인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배우들이 하비 와인스타인에게 상처 입었다. 이 중 피해 여성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의 아픔을 고백하는 데 기여한 배우 애슐리 쥬드는 이 영화에도 실제로 출연해 힘을 보탰다. 메건 투히와 조디 캔터를 연기한 배우 캐리 멀리건과 조 카잔은 시나리오를 접하자마자 배우 이상의 사명감을 느꼈다고 한다. 특히 캐리 멀리건은 메건 투히 기자가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한 사연을 알고, 본인 또한 같은 경험이 있기에 더욱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한 바 있다.
영화는 여러 음악과 극적 장치를 최소화한 채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워킹맘인 두 기자의 일상,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이들이 겪은 각종 협박이나 내면의 두려움도 여과 없이 담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 후반부 <그녀가 말했다>는 웰메이드 저널리즘 영화라는 인상보다는 동시대를 살아낸 생존자들의 연대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한줄평: 진실을 향한 용기와 연대의 힘을 재확인하다
평점: ★★★☆(3.5/5)
영화 <그녀가 말했다> 관련 정보 |
원제: She Said 감독: 마리아 슈라더 각본: 레베카 렌키윅츠 원작: 조디 캔터, 메건 투히의 동명 베스트셀러 <그녀가 말했다> 출연 : 캐리 멀리건, 조 카잔, 패트리시아 클락슨, 안드레 드라우퍼 외 상영시간 : 128분 개봉 : 2022년 11월 30일(수)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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