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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도 지도 안 뜨는 AED... 설치·신고의무 강화해야

행안부 '생활안전앱', 서울시 '서울안전앱' 등 표기된 AED현황 찾아보니... 실제와는 차이 커

등록|2022.11.28 14:19 수정|2022.11.28 14:23
지난달 29일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던 서울 이태원 현장, 구급대원과 구조에 참여한 시민들은 CPR(심폐소생술)을 위해 부상자들의 가슴을 압박했다. 질병관리본부 급성심장정지조사에 따르면, CPR을 할 줄 모르더라도 주변에 있는 AED(자동심장충격기)를 사용하면 생존율은 3배 이상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이태원,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장 반경 300m 안에 놓인 AED는 3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이태원1동 주민센터는 문을 닫아 사용 가능한 AED는 이태원역과 이태원 파출소에 있는 2대뿐이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AED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지금, 서울 시내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AED 현황을 파악했다. 자료는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자동심장충격기 찾기', 행정안전부의 '생활안전지도앱', 서울시의 '서울안전앱'을 기준으로 삼았다.
 

▲ 중앙응급의료센터 '자동심장충격기 찾기' 지도 (화면갈무리) ⓒ 중앙응급의료센터


이를 기반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 홍대입구역, 강남역 인근에 AED 대수를 파악했다. 그 결과, AED가 설치돼있음에도 위 세 곳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아 실질적 접근성이 매우 떨어짐을 알 수 있었다.

'거리 응원' 광화문 광장, 사람 붐비는 홍대 거리... AED 몇 대인지 살펴보니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이 열린 지난 24일 밤, 지하철 광화문역부터 빨간 옷을 입고 붉은 악마 머리띠를 한 사람들로 가득찼다. 광화문 광장의 잔디마당부터 해치마당까지, 약 350m가량이 인파로 길게 이어졌다. 이날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뜨거운 응원이 시작됐다. 동시에 서 있던 사람들의 거리가 확 좁혀졌다. 중계 화면을 잘 보기 위해 화단 위에 까치발로 딛고 선 이들도 있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은 2만 6000여 명에 달했다.

이렇게 많은 시민이 몰린 곳에 AED는 몇 대나 있었을까. 세종대왕 동상 옆에 위치한 소방지휘소에 문의했다. 관계자는 "(지휘소) 내부에는 없다. 다만 일반 구급차 4대와 사설 구급차 4대가 현장에서 대기 중"이라고 답했다.
 

▲ 서울시 '서울안전앱' (화면갈무리) ⓒ 서울시

 

▲ 행정안전부 '생활안전지도앱' (화면갈무리) ⓒ 행정안전부


현장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있는 공공시설(지하철역, 주민센터, 파출소 등)은 총 6곳. 그중 서울안전앱 등 지도에 'AED가 있다'고 표기된 곳은 광화문역과 세종로 파출소뿐이었다.

그러나 인근 통의 파출소와 신문로 파출소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지도와는 다르게 AED가 설치돼있었다. 인접한 곳에 AED가 설치돼있었지만, 생활안전지도앱 등에는 표시돼있지 않았던 것이다. 청진파출소에 있는 AED는 '생활안전지도앱'에서 찾을 수 없었고, 종로구청에 설치된 AED는 '서울안전앱'에서 찾을 수 없었다.

한편 지난 25일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다. 오후 8시, 곳곳에서 거리 공연이 시작됐고 구경하는 이들로 인도가 꽉 차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차도로 걸어가야 했다.

현장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있는 공공시설은 총 4곳. 그러나 그중 모든 지도에 'AED 있음'으로 표기된 곳은 홍대입구역뿐이었다. 직접 문의해 본 결과 연남 파출소, 동교치안센터, 서교치안센터AED가 있었으나 지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날 강남역 11번 출구 뒤쪽 먹자골목 상황도 비슷했다. 거리의 폭 자체는 좁지 않았으나 곳곳에 놓인 쓰레기더미들과 주정차 된 차량으로 좁아지는 구간이 있었고, 그 사이를 차량과 인파가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좁고 가파른 골목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중심 골목을 약 5분간 걷는 동안 발견한 골목은 10개에 달했고, 대부분 높게 경사져있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골목들이 가지를 치고 있었다.

현장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있는 공공시설은 총 4곳. 그중 3곳 지도에 'AED 있음'으로 표기된 곳은 강남역뿐이었다. 문의 결과 역서치안센터, 역삼1동 주민센터, 서초4동 주민센터에는 AED가 있었지만, 지도에는 모두 나와 있지 않았다.

"AED 설치 의무 기관 확대 필요, 신고 의무도 강화해야"
 

▲ 강남역 11번 출구 뒤 먹자골목 ⓒ 고나린


AED가 있어도 지도에 나오지 않아 일반 대중은 쉽게 찾을 수 없는 상황, 원인은 무엇일까. 세 지도를 관리하는 곳은 중앙응급의료센터, 행정안전부, 서울시로 관리 주체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정보의 출처는 모두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의 데이터로 같다.

국립중앙의료원에 AED 위치 정보가 왜 부정확한지 문의했다. 관계자는 "AED 의무 설치기관은 각 지역 보건소에 이를 신고해야 하며 국립중앙의료원은 신고정보를 바탕으로 지도를 구성한다"라며 "위치가 뜨지 않는 장소는 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AED (소모품)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라고 답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아래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AED 의무 설치기관은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설치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설치·변경 신고). 이를 위반할 경우 1차 위반에는 과태료 20만 원, 2차에는 40만 원, 3차 이상에는 60만 원이 부과된다.

문제는, 주민센터와 파출소가 법에 따른 의무 설치기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응급의료법 제47조의2(심폐소생을 위한 응급장비의 구비 등의 의무)에 따르면, 의무 설치기관은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대합실 등으로 국한돼 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주민센터와 경찰서는 AED 설치 의무가 없고,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개별적으로 (알아서) 설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AED 설치를 신고할 의무도 없고, 그 탓에 지도에 정확하게 표기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AED가 주변에 있더라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못 쓰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설치 의무 기관을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신고 의무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AED 위치 정보의 부정확성에 관해서는 "설치와 신고 의무가 미비한 상황에서는 AED 자체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방안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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