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펼쳐진 강동원-이나영의 '독특한' 멜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공지영 소설 원작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지난 2013년에 개봉한 < 7번 방의 선물 >은 전국 12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7위에 올라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 놈은 멋있었다>와 <각설탕>, <챔프> 등을 연출했지만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이환경 감독은 < 7번 방의 선물 >로 단숨에 '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배우 류승룡이 연기한 < 7번 방의 선물 >의 주인공은 아동성폭행과 살해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용구였다.
이보다 18년 앞선 1995년에는 <쇼생크 탈출>로 유명한 배우 겸 감독 팀 로빈스가 연출하고 숀 펜과 수잔 서랜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데드 맨 워킹>이 개봉했다. 수잔 서랜든은 <데드 맨 워킹>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숀 펜 역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데드 맨 워킹>에서 숀 펜이 연기했던 캐릭터 역시 10대 커플을 살해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사형수 매튜였다.
이처럼 영화에서는 가끔 사형수가 주인공으로 나오곤 한다. 영화의 장르를 떠나 사형수가 주인공인 영화는 그 결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05년에 출간된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나영, 강동원 주연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역시 3명을 살해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와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있는 미대 강사의 이야기를 담은 독특한 감성의 멜로영화다.
'스킨십 없는' 멜로물에 강한 송해성 감독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송해성 감독은 1991년 고 최진실 주연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에서 스크립터로 활동하며 영화 일을 시작했다. 장현수 감독 밑에서 <게임의 법칙>과 <본 투 킬>의 조연출을 맡으며 경험을 쌓은 송해성 감독은 1999년 <카라>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김희선과 송승헌, 김현주 등 신예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카라>는 서울관객 6만4000명을 모으는 데 그치며 흥행 실패했다.
하지만 송해성 감독은 2년 후 <쉬리>와 <해피엔드>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최민식과 중화권 스타 장백지가 출연한 영화 <파이란>을 통해 반전을 만들었다. <파이란>은 남녀주인공이 그 흔한 키스신은커녕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조차 없는 멜로영화지만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으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송해성 감독은 2004년 '변신의 귀재' 설경구와 함께 전설적인 재일교포 레슬러의 일대기를 다룬 <역도산>을 연출했지만 전국 138만 관객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송해성 감독은 2006년 공지영 감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4번째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또 다시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전국 3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까지도 송해성 감독의 최고 흥행작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두 주인공이 독특한(?) 상황에 놓인 멜로 영화의 연출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던 송해성 감독은 지난 2010년 조금 위험한 도전을 하고 말았다. 80년대 중·후반 아시아 남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홍콩 누와르의 걸작'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작 <무적자>를 연출한 것이다. <무적자>는 주진모와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등 멋진 남성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전국 150만 관객에 그쳤고 평론가들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무적자> 이후 약 3년의 공백을 가진 송해성 감독은 2013년 박해일과 공효진, 윤제문, 윤여정, 진지희 등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출연한 신작 <고령화 가족>을 선보였다. <고령화 가족>은 전국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우려한 것보다는 선전했지만 900만 관객을 모은 <아이언맨3>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송해성 감독은 <고령화 가족>을 끝으로 9년째 신작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강동원-이나영의 열연 돋보였던 독특한 멜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설가' 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유명한 소설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외에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1995년, <도가니>가 2011년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작품 속에서 은연 중에 드러나는 종교적 색채와 사회적 이슈를 비교적 거침없이 표현하는 성향으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두 모녀와 가정부까지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정윤수(강동원 분)와 자살시도만 3번이나 했을 정도로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대학강사 문유정(이나영 분)이 교도소에서 나누는 교감을 다룬 영화다. 극적인 스토리 전개 대신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송해성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두 주인공의 호연으로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한다.
<늑대의 유혹>으로 일약 대세남으로 떠오른 강동원은 < 형사 Duelist >의 자객 '슬픈 눈'에 이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사형수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까칠한 사형수 윤수가 유정과 점점 가까워지며 마음을 여는 과정은 여느 멜로 영화 못지 않게 흥미롭다. 현수가 사형집행을 앞두고 그 동안의 죄를 뉘우치고 애국가를 부르며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강동원은 이 작품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나영에게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대단히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이미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와 <아일랜드>를 통해 독특한 캐릭터 연기에 특화돼 있던 이나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미대강사 문유정을 연기했다. 특히 윤수의 사형집행날짜를 전달 받은 후 평생 미워하던 어머니(정영숙 분)를 찾아가 용서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이나영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명연기였다.
대부분의 소설원작 영화가 그렇듯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역시 영화가 원작소설의 내용과 감동을 전부 담진 못했다. 특히 소설버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던 윤수의 회고록 '블루노트'는 영화버전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멜로영화로서 두 주인공의 감정변화에 집중하면서 유정의 상처와 가족들과의 갈등이 단편적으로만 소개되고 지나간 것도 영화버전의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유정이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
유정은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 때문에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 직접적인 상처를 준 어머니와는 사실상 남처럼 지내고 오빠(장현성 분)에게도 차마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지 못해 오빠는 그저 유정이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유별난 성격을 가진 동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유정이 유일하게 따르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대하는 가족이 바로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고모 모니카 수녀다.
유정은 교도소에서 재소자를 만나는 일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딱 한 달만 같이 다녀보자"는 모니카 수녀의 부탁에 못 이긴 척 교도소를 방문해 윤수를 만난다. 다시 말해 모니카 수녀가 없었다면 유정과 윤수의 만남은 애초에 이뤄지지 못했을 거라는 점이다. 이처럼 초반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모니카 수녀는 유정이 혼자서 교도소를 방문하게 되면서 영화 속에서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다.
때로는 형사반장(<공공의 적>)으로, 때로는 북파 공작원(<실미도>)으로, 때로는 여주인공의 자상한 아버지(<부활>)로 2000년대 여러 작품에 출연하던 배우 강신일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교도소 간수 이주임 역을 맡았다. 인자한 성격을 가졌지만 원칙은 철저히 지키는 공무원으로 좀처럼 윤수의 수갑을 풀어주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 유정이 주먹밥을 싸오자 윤수의 수갑을 풀어주지만 맛을 본 후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을 반성한다.
오광록은 교도소 복도에서 모니카 수녀와 반갑게 인사하는 재소자 '2896'을 연기했다. 2896의 번호는 빨간색으로 쓰여져 있는데 이는 사형수를 의미하는 표시로 2896은 유정이 가장 먼저 마주친 사형수였다. 사형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화한 성격을 가진 2896은 윤수에게도 먼저 말을 걸며 친하게 지낸다. 배우 오광록은 2896이 사형장으로 끌려 갈 때 죽음 앞에서 다리가 풀리며 무너지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이보다 18년 앞선 1995년에는 <쇼생크 탈출>로 유명한 배우 겸 감독 팀 로빈스가 연출하고 숀 펜과 수잔 서랜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데드 맨 워킹>이 개봉했다. 수잔 서랜든은 <데드 맨 워킹>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숀 펜 역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데드 맨 워킹>에서 숀 펜이 연기했던 캐릭터 역시 10대 커플을 살해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사형수 매튜였다.
▲ 310만 관객을 모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송해성 감독과 이나영의 최고 흥행작이다. ⓒ 프라임 엔터테인먼트
'스킨십 없는' 멜로물에 강한 송해성 감독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송해성 감독은 1991년 고 최진실 주연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에서 스크립터로 활동하며 영화 일을 시작했다. 장현수 감독 밑에서 <게임의 법칙>과 <본 투 킬>의 조연출을 맡으며 경험을 쌓은 송해성 감독은 1999년 <카라>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김희선과 송승헌, 김현주 등 신예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카라>는 서울관객 6만4000명을 모으는 데 그치며 흥행 실패했다.
하지만 송해성 감독은 2년 후 <쉬리>와 <해피엔드>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최민식과 중화권 스타 장백지가 출연한 영화 <파이란>을 통해 반전을 만들었다. <파이란>은 남녀주인공이 그 흔한 키스신은커녕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조차 없는 멜로영화지만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으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영화제를 비롯한 국내외 다수의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휩쓸며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송해성 감독은 2004년 '변신의 귀재' 설경구와 함께 전설적인 재일교포 레슬러의 일대기를 다룬 <역도산>을 연출했지만 전국 138만 관객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송해성 감독은 2006년 공지영 감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4번째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또 다시 관객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전국 31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재까지도 송해성 감독의 최고 흥행작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두 주인공이 독특한(?) 상황에 놓인 멜로 영화의 연출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던 송해성 감독은 지난 2010년 조금 위험한 도전을 하고 말았다. 80년대 중·후반 아시아 남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홍콩 누와르의 걸작' <영웅본색>의 리메이크작 <무적자>를 연출한 것이다. <무적자>는 주진모와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등 멋진 남성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전국 150만 관객에 그쳤고 평론가들은 물론 관객들에게도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무적자> 이후 약 3년의 공백을 가진 송해성 감독은 2013년 박해일과 공효진, 윤제문, 윤여정, 진지희 등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출연한 신작 <고령화 가족>을 선보였다. <고령화 가족>은 전국 110만 관객을 동원하며 우려한 것보다는 선전했지만 900만 관객을 모은 <아이언맨3>의 기세를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송해성 감독은 <고령화 가족>을 끝으로 9년째 신작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강동원-이나영의 열연 돋보였던 독특한 멜로
▲ 이나영(왼쪽)과 강동원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절제된 멜로연기를 선보였다. ⓒ 프라임 엔터테인먼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설가' 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유명한 소설가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외에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1995년, <도가니>가 2011년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작품 속에서 은연 중에 드러나는 종교적 색채와 사회적 이슈를 비교적 거침없이 표현하는 성향으로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두 모녀와 가정부까지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은 정윤수(강동원 분)와 자살시도만 3번이나 했을 정도로 삶에 대한 의욕이 없는 대학강사 문유정(이나영 분)이 교도소에서 나누는 교감을 다룬 영화다. 극적인 스토리 전개 대신 한정된 공간에서 두 사람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송해성 감독의 절제된 연출과 두 주인공의 호연으로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를 유지한다.
<늑대의 유혹>으로 일약 대세남으로 떠오른 강동원은 < 형사 Duelist >의 자객 '슬픈 눈'에 이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사형수로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까칠한 사형수 윤수가 유정과 점점 가까워지며 마음을 여는 과정은 여느 멜로 영화 못지 않게 흥미롭다. 현수가 사형집행을 앞두고 그 동안의 죄를 뉘우치고 애국가를 부르며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강동원은 이 작품을 통해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나영에게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대단히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이미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와 <아일랜드>를 통해 독특한 캐릭터 연기에 특화돼 있던 이나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미대강사 문유정을 연기했다. 특히 윤수의 사형집행날짜를 전달 받은 후 평생 미워하던 어머니(정영숙 분)를 찾아가 용서하며 오열하는 장면은 이나영이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사실을 증명한 명연기였다.
대부분의 소설원작 영화가 그렇듯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역시 영화가 원작소설의 내용과 감동을 전부 담진 못했다. 특히 소설버전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던 윤수의 회고록 '블루노트'는 영화버전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멜로영화로서 두 주인공의 감정변화에 집중하면서 유정의 상처와 가족들과의 갈등이 단편적으로만 소개되고 지나간 것도 영화버전의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유정이 유일하게 마음을 여는 사람
▲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모니카 수녀는 유정이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편하게 대하는 '가족'이다. ⓒ 프라임 엔터테인먼트
유정은 어린 시절에 입은 상처 때문에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 직접적인 상처를 준 어머니와는 사실상 남처럼 지내고 오빠(장현성 분)에게도 차마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지 못해 오빠는 그저 유정이 아직 철이 들지 않은 유별난 성격을 가진 동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유정이 유일하게 따르며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대하는 가족이 바로 윤여정 배우가 연기한 고모 모니카 수녀다.
유정은 교도소에서 재소자를 만나는 일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딱 한 달만 같이 다녀보자"는 모니카 수녀의 부탁에 못 이긴 척 교도소를 방문해 윤수를 만난다. 다시 말해 모니카 수녀가 없었다면 유정과 윤수의 만남은 애초에 이뤄지지 못했을 거라는 점이다. 이처럼 초반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모니카 수녀는 유정이 혼자서 교도소를 방문하게 되면서 영화 속에서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다.
때로는 형사반장(<공공의 적>)으로, 때로는 북파 공작원(<실미도>)으로, 때로는 여주인공의 자상한 아버지(<부활>)로 2000년대 여러 작품에 출연하던 배우 강신일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교도소 간수 이주임 역을 맡았다. 인자한 성격을 가졌지만 원칙은 철저히 지키는 공무원으로 좀처럼 윤수의 수갑을 풀어주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 유정이 주먹밥을 싸오자 윤수의 수갑을 풀어주지만 맛을 본 후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을 반성한다.
오광록은 교도소 복도에서 모니카 수녀와 반갑게 인사하는 재소자 '2896'을 연기했다. 2896의 번호는 빨간색으로 쓰여져 있는데 이는 사형수를 의미하는 표시로 2896은 유정이 가장 먼저 마주친 사형수였다. 사형수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온화한 성격을 가진 2896은 윤수에게도 먼저 말을 걸며 친하게 지낸다. 배우 오광록은 2896이 사형장으로 끌려 갈 때 죽음 앞에서 다리가 풀리며 무너지는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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