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촛불중고생단체 찾은 서울시, '촛불집회 때문에 조사' 발언 논란
'비영리 단체 지도·점검' 명목 사무실 방문, 이례적... "합법적 집회 문제 삼는 건, 행정 탄압"
▲ 최근 서울시가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보낸 공문. ⓒ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비영리 민간단체 지도·점검' 명목으로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사무실을 방문한 서울시 직원들이 '촛불집회 기사에 나와서 조사를 실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법적인 촛불집회에 대한 행정 탄압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3년 사이에 처음 있는 일... '행정 탄압' 의혹 커질 듯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 부서가 '민간단체 요건 유지' 관련 방문조사를 벌인 것은 최근 3년 사이에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시가 지난 24일 이 단체에 대해 인터넷신문 첫 화면에 청소년보호책임자를 게재하지 않은 이유 등으로 1050만 원의 과태료 처분 사전통지서를 보낸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서울시가 비슷한 사안으로 인터넷신문에 대해 과태료를 처분키로 한 것 역시 최근 3년 사이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관련 기사 : [단독] 중고생 인터넷신문에 '과태료 폭탄' 내린 서울시 http://omn.kr/21qww ).
이날 조사 현장에서 최준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대표가 서울시 직원에게 "오늘 지도점검 나오신 이유가 촛불집회로 인한 것이 가장 큰 것이냐"고 묻자 서울시 직원은 다음처럼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촛불집회) 기사에 나오니까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이 같은 서울시 직원의 발언에 대해 최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서울시 직원이 사실상 '촛불집회 때문에 우리 단체의 등록 취소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조사'를 나온 사실을 실토한 것"이라면서 "합법 촛불집회를 벌였다는 이유로 이 같은 조사를 벌이는 것은 서울시의 의도된 처리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시 직원들은 최 대표에게 "최근 신문과 언론에 나온 운영실적 자료를 정리한 게 있느냐, 최근 실적에서 언제 몇 명이 모였고 집회를 했는지 정리를 해놓은 내용이 있느냐"고 촛불집회 관련 자료를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인권담당관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촛불집회를 했는지에 대해서 확인한 것은 맞다"면서 "이것은 현재의 그 단체 활동 내역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촛불집회 기사에 나와서 (서울시가) 조사를 나왔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촛불집회)도 여파가 있다"라고 답했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중고생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 ⓒ 윤근혁
서울시가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방문조사의 공식 이유로 든 '비영리민간단체로서의 요건 유지 관련' 내용도 논란이다.
현행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은 제2조 3호에서 "사실상 특정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 또는 반대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설립·운영되지 아니할 것"을 요건으로 삼고 있다. 서울시는 이 요건에 어긋날 경우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등록을 취소하고 지원도 중단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합법, 민간단체 조사 요건 안 돼"
이에 대해 박은선 변호사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의 구성원 일부가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이 단체가 특정정당을 지지하거나 선출직 후보를 반대할 것 등을 목적으로 설립·운영된다고 할 수도 없다. 지금 후보자가 존재하는 선거철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실천하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위인데, 서울시가 이를 문제 삼고 방문조사까지 벌인 것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오염된 조사'란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해당 단체가 사회적 요건을 갖춘 단체이며 요건이 유지되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일"이라면서 "민원이 들어와서 조사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