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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12명의 자유인... "자기 뜻대로 사세요"

정운현이 쓴 <한 번뿐인 네 인생, 네 뜻대로 살아라!>

등록|2022.12.02 15:53 수정|2022.12.03 07:24
 

▲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자기 뜻대로 살아온' 12명을 뽑아 정리한 <한 번뿐인 네 인생, 네 뜻대로 살라!>를 펴냈다. ⓒ 도서출판 새빛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자기 뜻대로 살아온' 12명을 뽑아 정리했다. <한 번뿐인 네 인생, 네 뜻대로 살라!>(도서출판 새빛)다.

정운현은 서문에서 '오직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아야 후회 없이 산 삶이 될까'하고 자문한다. 그는 '자기 뜻대로, 네 뜻대로 살면 된다'고 답한다. '삶의 여정을 내 뜻대로 최대한 즐기라'고 조언하며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내 뜻대로 산 12명을 뽑아 제시했다.

이 책은 정운현의 눈으로 선정한 자기 뜻대로 산 자유인들의 이야기다. 12명의 자유인에 대한 짧은 평전이다. 각 인물에 대한 삶의 여정을 군더더기 없이 정리했다. 저자가 남긴 인물에 대한 평론은 덤이자 또 다른 읽을 거리다.

그는 우선 석가모니를 뽑았다. 석가모니는 북인도 한 부족국가의 왕자로 태어나 결혼해 아이까지 있었지만 왕위계승을 포기했다. 대신 수도 생활과 고행을 택했다. 일생을 구도자의 삶을 살았다.

글쓴이는 "세운 뜻을 포기했다면 인도의 한 소왕국의 왕으로 살다가 생을 마쳤을 것"이라며 "제 뜻을 굽히지 않고 그 길로 매진한 끝에 인류의 영원한 스승이 되었다"고 평했다.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평생 삿갓 쓰고 세상을 떠돈 것을 두고 기구한 운명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가 삿갓을 쓰고 전국을 방랑하지 않았더라면 미치광이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벼슬을 탐하지 않고 야인의 삶을 산 매월당 김시습의 이야기도 실렸다. 저자는 "그가 평소 몸을 의탁했던 곳은 궁궐의 벼슬자리가 아니라 자연과 선문(禪門)이었다"며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요, 비판적 행동가였다"고 썼다.

세 차례 유배와 여섯 차례의 파직을 당한, <홍길동전>을 집필한 허균은 50세의 나이에 처참하게 처형됐다. 그의 삶을 20쪽 가까이 정리한 저자는 "허균은 시대의 이단아요 혁명가였다"며 "그가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이었다. 비록 사지가 찢겨 죽었지만 역사 속에서 그는 결코 죽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그가 자유인으로 선정한 인물은 중국 명나라 시대의 사상가 이탁오, 아나키스트 출신의 독립운동가 박열의 동지이자 아내인 가네코 후미코, 경제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니어링, <시민의 불복종>를 쓴 소로우, 무위당 장일순, 평생 친일파 연구에 몸바친 재야 역사학자 임종국, 민족사관고등학교 설립자 최명재, 농부작가 송성영 등이다.

이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한 송성영은 널리 이름이 난 명사는 아니지만 '제 뜻대로 한 길을 산 보통 사람'을 대표해 이름을 올렸다. 저자는 송성영에 대해 "한평생 자기 뜻대로 글쟁이, 철학자, 방랑자, 자유인"이라고 칭했다.

인물에 대한 저자의 '한 줄 소개'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예를 들면 니어링에 대해 행동파 경제학자, 실천적 생태론자로 평했다. 소로우는 하버드대 출신의 통나무집 자연인으로, 송성영은 자유로운 삶을 살다 간 농부 작가, 최명재 이름 앞에는 우유 팔아서 민족사관고 설립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었다.

우리는 남은 생을 어떤 구속이나 속박, 지배받지 않고 내 뜻대로 행동할 수 있을까. 저자는 "직장 생활 때문에, 주변의 시선 때문에 나는 온데간데없이 타인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삶을 산 열 두 명을 만나라"고 권한다.

정운현은 경남 함양 태생으로 대구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다녔다. 이후 <중앙일보> 기자, <서울신문> 기자, <오마이뉴스> 초대 편집국장, 언론재단 이사로 일했다. 친일파 연구로 친일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을 역임했고 상지대 초빙교수, 이낙연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민주당 이낙연 후보의 캠프 공보단장을 맡았다. 올해 치러진 제 20대 대통령선거 때는 '썩은 사과보다는 덜 익은 사과를 택하겠다'며 민주당 이재명 후보 대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는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친일파는 살아 있다>, <안중근 家 사람들> 등 친일파와 독립운동사에 관한 3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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