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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영화'에 목마른 사람들... 접근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시각·청각 장애인에 여전히 먼 영화관, 배리어프리 상영관 턱없이 부족... 대안은?

등록|2022.12.05 16:47 수정|2022.12.05 16:49

▲ 영화관(자료사진). ⓒ pexels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았던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관람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청각장애인들이다.

집 주변에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없거나, 적절한 시간대가 없다. 아예 상영 중인 영화 자체가 없기도 하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소리 정보를 알려주는 자막과 장면을 설명하는 음성 해설이 포함돼 모든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봉되는 배리어프리 영화와 이를 상영하는 극장 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서울농아인협회,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여자대학교의 바롬 졸업 프로젝트팀 '모두를 위한 영화관'이 협조해 진행한 영화·극장 만족도 설문조사를 토대로 시청각장애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2022년에 2016년 개봉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

2022년 11월에 진행된 영화·극장 만족도 설문조사에 답한 서울농아인협회 회원 101명 중 53명은 '코로나19 이후 영화 VOD 서비스보다 영화관 관람을 선호한다고 선택했다. VOD 서비스를 선호한다고 답한 인원은 11명에 그쳤다. 영화관 관람을 선호하는 청각장애인이 5배가량 높지만, 실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때는 여러 불편함을 겪고 있다.

조윤주 서울농아청년회 부회장은 한 박자 느린 배리어프리 영화 개봉 시기를 꼬집었다. 그는 "보고 싶은 한국 영화가 있으면 배리어프리 버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방송인 권순철씨는 2016년에 개봉한 윤가은 감독 영화 <우리들>을 개봉 6년 만에 관람했다.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권씨는 영화를 보고 싶을 때 검색창에 영화를 검색하지 않는다.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영화관 홈페이지가 아닌 시각장애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들어간다. 그가 영화를 보기 위해선 시각장애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공지사항을 확인해 시간과 장소를 맞춰 스케줄을 확인해야 한다. 그에게 영화 관람은 심심해서 언제든지 쉽게 볼 수 있는 문화생활이 아니다.

"배리어프리 영화 공지가 나오면 공지에 따라 미리 스케줄을 조정해야 한다. 영화도 선택의 폭이 좁으니 흥행 보증 수표 영화를 수동적으로 관람할 수밖에 없다."

시각·청각장애인은 배리어프리 영화의 한정적인 상영 날짜와 장소로 일정을 맞추기 까다롭다. 영화 선택마저 자유롭지 않다. 실제로 2018~2020년 3개년 평균 실질 개봉작이 180여 편이었던 것에 비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된 가치봄영화(배리어프리영화)는 매년 30편 내외였다. 또 전국 456곳에 달하는 멀티플렉스 3사 영화상영관 중 지난해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한 극장은 33관에 불과했다.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관람 가능하도록 다양한 방법 모색 중"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관 수와 상영 회차가 적은 원인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아래 한시련) 미디어진흥원 이예은 주임은 장애인 관람객 수가 많지 않은 이른바 '공실 상영관'을 지목했다.

"멀티플렉스 3사가 가치봄(배리어프리 영화) 상영을 적극적으로 편성할 경우 하루에 편성 가능한 스크린 수와 상영 회차가 한정돼 있어, 비장애인들도 가치봄 상영관에 입장하게 된다. 그러나 비장애인들은 자막이나 화면해설 영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극장 측에서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각·청각장애인이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절실하지만 '공실 상영관'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해 줄 제도는 현실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화면해설은 영화 대사와 함께 해설 '오디오'가 나온다는 특수성으로 인해 구분 없이 함께 관람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최혜성 서울농아청년회 총무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음성으로 화면 해설이 나오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느낌과 달라 개방형 배리어프리 영화를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개방형' 배리어프리 영화는 관람객 모두에게 자막과 음성해설을 제공하지만 '폐쇄형'은 서비스를 신청한 사람만 보조기기를 통해 관람할 수 있는 형태다.

실제로 이 주임은 "별도의 송수신 장치를 통해 듣는 '폐쇄형(또는 선택형)' 자막 제작을 검토 중"이라며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관람이 가능하도록 영화진흥위원회를 포함, 한시련과 한농협 그리고 멀티플렉스 3사 등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이 주임은 폐쇄형 자막 도입 이전에, 비장애인의 배리어프리 영화 인식 개선을 통해서도 차별 없는 영화 관람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영화의 '자막'은 눈에 거슬리지 않는데 왜 유독 한국영화의 '자막'은 거부감이 들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 부분만 인식 개선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면 적어도 장애, 비장애를 가르지 않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만이라도 개봉 시기에 맞춰 제작 후 별도의 장비 없이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한국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9월 영화진흥위원회도 시·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시관람을 위한 폐쇄형 상영시스템을 실제 상영관에 적용해 시범운영하는 연구조사를 멀티플렉스 3사에서 시행했다.

정지원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문화저변화지원팀 주임은 "연주 조사 최종 데이터가 연내 도출될 예정으로, 해당 결과는 영화관의 폐쇄형 상영시스템 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제공될 계획이다. 내년을 시작으로 가치봄영화의 동시개봉 및 관람을 위한 점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 '가치봄' 영화. ⓒ 영화진흥위원회


"더빙이나 음성 해설이 없기 때문에 영화 보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

배리어프리 영화에 대해 '수요가 있어야 배리어프리 영화를 공급할 수 있다'는 영화 제작 및 극장 관계자의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비단 비장애인 관람객의 인식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시각장애인 박인범씨는 "수요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배리어프리 영화도 장르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독립영화는 수요가 적더라도 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계속 극장 개봉을 해야 한다는 영화 관계자의 인터뷰를 들은 적 있다. 영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아실만 한 분들이 고객의 수요가 없어서 제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건 좀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각·청각 장애인 관람객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아예 없지 않다"며 "더빙이나 음성 해설이 없기 때문에 영화를 즐겨 보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배리어프리 영화 '가치봄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치봄 영화의 이름처럼 시각·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관람환경 조성이다.

정지원 주임은 "2020년까지는 실제 개봉되는 영화 규모에 비해 가치봄영화로 제작되는 편수가 비교적 적은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2021년 관련 예산이 증액됨에 따라 제작되는 가치봄영화의 편수 100편으로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한해 실질개봉작의 50% 이상을 가치봄영화로 제공하고 있다"며 향후 제작업체 및 장애인당사자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제작 편수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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