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노동시간제도 개편의 실체는 무엇인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주관, 국회 정책토론회 열려... 문제점과 정책대안 두고 토론
▲ 세미나12월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석열정부 노동시간제도 개편의 실체와 문제점, 정책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주관하고 김영진, 이은주 등 여러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하는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 윤종은
노동계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는 진통 끝에 주52시간제를 도입했으나 지난해 연평균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16시간보다 200시간 가량 많아, 여전히 OECD 최장노동시간 국가라는 오명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노동시간은 우리 삶과 생명에 직결된 문제로서 주당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산재 발생률도 높아진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확인됐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주 52시간 이상인 사업체의 산재율은 주당 40시간 미만 사업체보다 4.8배나 높다고 밝혀진 바 있다.
▲ 인사말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윤석열정부 노동시간제도 개편의 실체와 문제점, 정책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종은
윤석열 정부는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
8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의실에서 '윤석열정부 노동시간제도 개편의 실체와 문제점, 정책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주관하고 김영진, 이은주 등 여러 국회의원들이 공동 주최하는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이미 임금체계와 노동시간제도 개편을 골자로 하는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발표하고 소위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통하여 재벌과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한 노동개악을 추구한다"며 "노동탄압, 임금체계 및 노동시간 제도 개악에 맞서 전체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정부는 장시간 노동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를 또다시 확대하고 올해말 종료될 예정인 30인 미만 사업장 대상 한시적 추가연장근로를 2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며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개악 정책을 막아내고 노동자의 생명권, 건강권을 확보하는 차원의 노동시간 정책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진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집권 이후 윤석열 정부는 반노동 정책을 일관하고 있다"면서 "윤 정부의 반노동, 반시대적 노동시간 제도개편안에 대한 신랄한 문제 지적과 적절한 정책대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국회의원도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산재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창출이 이뤄지도록 하는 후속조치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인사말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종은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ILO와 EU 기준으로 개선 필요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장의 사회와 함께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와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는 '비교법적 관점에서 본 한국노동시간 규율체제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들은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며 여러 선진국의 근로시간제를 비교, 설명했다.
이들은 "사회복지 수준이 대단히 높은 유럽의 경우는 직업생활과 사생활 및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시하고 휴가를 일괄 사용하는 전통이 근로시간제에 반영되어 있다"면서 "개인의 노동을 통해 얻는 수입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여 생활해야 하는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과 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유럽 국가들의 실근로시간 길이는 우리와 차이가 큰데다 실근로시간의 단축 없이 무분별하게 총량규제 방식 등을 도입하여 근로시간 유연화를 확대하는 경우 이는 결국 장시간 노동을 방치하면서 임금 삭감의 결과만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의 최소휴식시간제 전면 도입, '야간근로자'의 개념 법제화 및 보호, 사업장내 상설적인 근로자대표조직의 구축, 연장근로시간 혹은 근로시간 기록 의무제도 도입, 일과 사생활 조화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주제발표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박귀천 이화여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 주제 발표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김종진 (사)유니온센터이사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윤종은
이어서 김종진 (사)유니온센터이사장은 '유연근무제 확대 등 윤석열 정부 노동시간 정책의 문제점과 대응과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국의 노동시간 법제도는 국제노동기구(ILO)나 유럽연합(EU) 등과 비교해보아도 장시간 노동체제(법정노동시간, 연장근로 및 특례, 연차휴가, 휴게시간 등)가 지속되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나 장시간 노동 확대, 특례 업종 확대(스타트업 등) 및 유연근무 도입 등은 노동조건 악화와 노동자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런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흐름과 역행하는 것이며 포괄임금제 폐지, 특별연장 근로 인가 규제와 같은 법률 추진과 함께 실노동시간 단축,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ILO와 EU 기준으로의 지향, 산업 및 국가 차원에서 기후위기 및 미래세대 문제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제도 설계의 핵심은 일과 생활의 균형
박성우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노동시간을 둘러싼 현장 갑질 사례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이메일의 두 방식으로 연간 약 2만 건의 상담 및 제보를 접수하여 답변 등의 처리를 하고 있다"며 "이중 지난 2년간의 279건 이메일 상담 건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분석 결과 장시간 노동체제 종식과 법 준수를 위한 강력한 방안 마련, 노동자에게 근로시간에 대한 결정권 부여, 포괄임금약정 금지와 사용자에게 근로시간 기록의무를 부여 및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시간제도를 전면 적용, 시간외수당 적정 가산율에 대한 재검토와 근로시간의 정의 및 해석에 대한 재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대안적 노동시간 제도 설계에서 핵심이 일과 생활의 균형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이상윤 한국노총 부장은 '노동시간 실태 및 제도 설문조사 결과 분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대부분 노동자가 노동시간을 1주 52시간 체제로 인식하고 1일 단위 실노동시간 상한을 8시간 또는 12시간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며 장시간노동 관행이 개선되었다는 응답이 적었고 '월 단위 연장노동시간 규제' 정책이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윤 정부가 추진하는 유연근무제 도입 확대 등이 건강권을 위협할 것이고 노동시간에 대한 사용자 재량권 확대, 임금 감소 등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고 5인미만 사업장, 특수고용 노동자 등의 노동시간 규율 사각지대 해소와 장시간노동 사업장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저임금은 여전히 장시간노동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어서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대책이 노동시간 규제 정책에 필수적이다"고 주장했다.
▲ 토론회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양정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 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윤종은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5인 미만 업체, 초단시간노동자, 농어촌 이주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근로기준법상의 사각지대 해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맞는 노동시간 정책의 로드맵 구성, 노동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노사관계 재편과 편법적인 노동시간 확대에 대한 규제, 법정노동시간의 준수를 위한 강력한 근로감독과 현장의 인식 개선, 근로자대표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의 온전한 이행과 노동자의 노동시간단축 청구권 도입 등의 방안도 제시됐다.
토론이 끝난 후 양정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 국장은 "2018년 개정된 근로시간 단축 규정에도 불구 노동 현장에서는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아 제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다. 또 고용 현장에서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경영 악화 문제도 있고 유럽 등 선진국과의 문화 차이도 있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다음주 발표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연구 결과를 보고 조만간 정책 개선안을 정리하여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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