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유최안, 인권선언 낭독 거부 "가장 인권 유린하는 대통령이.."
대우조선 비정규직 노동자, 대통령 표창 포함되자 행사장에서 입장문 발표
▲ 인권선언 낭독 취소 선언하는 금속노조원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2 인권의날 기념행사에서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세계인권선언 낭독 취소를 선언하고 있다. 유 부지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세계인권선언 제23조 노동권을 낭독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인권상에 윤석열 대통령 표창이 주어지는 것에 반발해 낭독을 취소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 연합뉴스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인권 선언 행사가 제 취지와 맞지 않아 할 말만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됩니다."
'단식농성 10일째'가 적힌 몸자보를 두른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550자 남짓한 입장문을 낭독한 뒤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유 부지회장의 말 끝에 행사 시작 전임에도 박수 소리가 새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인권의날 행사 자리에서다.
유 부지회장은 자신이 선 행사 장소를 되짚었다. 그는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며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에 인권이 어디에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인권의 날 행사는 국가인권위원장 기념사를 시작으로 각계 인사들의 축사, 유 부지회장이 보이콧한 세계인권선언문 낭독, 대한민국 인권상 등의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한국 사회서 가장 많이 인권 유린하는 사람이... 웃기고 있는 현실"
▲ "오늘 인권 조항 낭독하지 못하겠습니다"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최한 세계인권선언 74주년 2022년 인권의날 기념식에서 인권조항 낭독을 보이콧했다. 유 부지회장은 대신 밝힌 입장문에서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인권 선언 행사가 제 취지와 맞지 않아 할 말만 하고 가도록 하겠다"면서 " 개인적 권리를 넘어서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웃기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느낀다.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고 말했다.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 따르면, 유 부지회장은 현장에서 이날 시상 되는 인권상에 대통령 표창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이 같은 입장을 밝히게 됐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 7월 하청 노동자 노조할 권리 인정과 삭감된 임금 원상 회복을 내걸고 가로·세로 1m 철창에서 31일간 농성한 이후, 지난달 30일부터는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하청 노동자들의 '교섭할 권리'와 사측의 폭압적 손배·가압류를 막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권이 있어야할 자리를 열거하며 주변의 동료 노동자의 '투쟁 장소'를 하나 하나 말했다. 유 부지회장은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그리고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부지회장이 낭독하지 않은 세계인권 선언 23조는 ▲모든 사람에게는 노동, 자유로운 직업 선택, 적절하고 알맞은 노동 조건, 실업에 대한 보호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 모든 사람에게는 아무런 차별 없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등한 보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과 가족에게 인간의 존엄한 존재 가치를 보장하고, 필요한 경우에 여타의 사회적 보호 수단에 의해 보완되는 적절하고 알맞은 보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 등 네 조항을 담고 있다.
한편, 이날 행사는 식전부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 '막판 보류' 사실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서훈 취소에는 외교부의 '의견 표명'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금덕 할머니는 1992년부터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법정 투쟁을 진행, 대법원으로 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은 인권운동가다. 양 할머니는 이에 "우리가 무엇을 부끄러워 해야 하느냐"며 불쾌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아래는 유 부지회장이 이날 "한국 사회에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 인권 조항 대신 낭독한 입장 전문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7일 밤, 단식 8일차인 유성욱(58)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본부장을 국회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단식 농성자 중 맨 오른쪽이 유 본부장. 그 옆으로 차례로 윤장혁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강인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유최안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 김성욱
"참가자 여러분. 올해 7월 조선소에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파업했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입니다.
오늘 인권선언문 23조를 읽기로 했으나 인권 선언 행사가 제 취지와 맞지 않아 할 말만 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인권은 20층 높이의 빌딩 위에 자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됩니다.
인권은 '사람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모두가 잠든 밤을 달리는 화물 노동자들, 그리고 오늘도 지하에서 햇빛 한 번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 병들고 아프지만 제대로 치료받지도 보호 받지 못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거리에서 인권을 지키려 곡기를 끊고 싸우는 사람들 속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권을 유린 많이 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에 인권이 어디에도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 권리를 넘어서 사회적 권리 속에서 보호되어야 할 (인권이) 이렇게 웃기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74년 동안 인권이 보편적 가치를 가진 권리가 되게 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인간으로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고 저항하는 사람들에게, 그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오늘을 기념하고 싶습니다. 오늘이 인권 조항 낭독하지 못하겠습니다. 먼저 퇴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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