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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흰눈썹뜸부기의 죽음, 장남평야 생명력 보여주다

말똥가리의 흰눈썸뜸부기 사냥... 자연생태계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 입증

등록|2022.12.12 14:27 수정|2022.12.12 14:27
국내에서 매우 드물게 월동하는 흰눈썸뜸부기 소식을 전한 지 1달여가 지났다. 장남평야에는 두 마리의 흰눈썹뜸부기가 월동중에 있다. 그런데 이중 한 마리가 지난 11일 말똥가리에 의해 사냥 당했다. 장남평야를 모니터링하는 지킴이 서영석씨가 사냥하는 말똥가리를 목격했다.

사냥한 말똥가리가 매우 원망스럽기만 하다. 하필이면 국내에서 보기 힘든 흰눈썹뜸부기 였던 것일까?

자신의 월동을 위해 사냥하는 맹금류의 습성을 원망할 수 도 없는 일이다. 자연의 법칙은 냉혹하다. 훈련이나 학습이라도 시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개입 할 수 있어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자연에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생태계의 악화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장남평야에는 말똥가리 이외에도 다양한 맹금류가 서식한다. 최근에 찾아온 검은어깨매부터 참매, 큰말똥가리, 매, 새매 등 최상위 포식자들이 많다. 최상위 포식자의 다양한 서식은 자연생태계가 잘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다양한 맹금류가 서식하는 장남평야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사냥한 후 먹고 있는 말똥가리를 지켜보는 고라니 ⓒ 서영석


흰눈썹뜸부기를 사냥하고 먹고 있는 말똥가리 주변에 고라니가 찾아와 살펴보고 있다. 사냥한 먹이를 먹고 남은 것이라도 먹으려는 까치들이 주변을 살피기도 했다. 말똥가리가 남겨놓은 사채는 깃털과 발정도였다. 29cm의 크지 않은 흰눈썹뜸부기는 말똥가리의 배로 사라졌다.

이 새를 보기위해 몇시간을 습지에서 기다렸던 과거가 스쳐 지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26년간 탐조를 하면서 흰눈썹뜸부기를 직접 만난 것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

아쉽지만 다양성이 잘 갖추어진 곳에 다양한 생명이 깃들여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드물게 찾아오는 흰눈썹뜸부기의 사냥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다양한 사건을 목격할 수 있는 것 자체 만으로도 장남평야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장남평야 지킴이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 1개체가 남아 있다. 사람의 간섭도 힘든데 자연의 법칙까지 힘든 겨울을 보내야 하는 흰눈썹뜸부기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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