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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상] 고향, 가을, 어머니

제5회 <오마이뉴스> 평화통일염원 글짓기 수상작, 백채원(석적고, 시)

등록|2022.12.13 15:06 수정|2022.12.13 15:13
인동 5일장
촌 할매들 펼쳐놓은 노전판에
가을이 따라와 같이 앉았다.

고향 뒷산, 가득 밤나무에
성한 밤이 절반, 상한 밤이 절반일낀데

상한 밤은
가을 산하고 내하고 노나 먹고
성하고 좋은 밤은
다람쥐하고 죽은 울 아부지하고 노나 잡숫고 할낀데

땅 위를 기어 다니며 호미가 닳도록
키우고 가꾸었을 고구마가 한 소쿠리

한 여름 내 뜨거운 햇살 아래서
땀 한 자루와 맞바꾸었을 노란 콩, 까만 콩

달빛 고운 밤 가을마당에서
타박타박 두드려 얻었을 참깨, 들깨

고추잠자리도 한입 먹고 매워서 도망갔을
색 고운 고추

이렇게 잘 익은 가을
통째로 머리에 이고
타박타박 자식 집 찾아올낀데

통일만 되믄
통일만 되믄

통일만 되믄
울 어매도
그랬을낀데

서리 맞은 가을 단풍
빨간 손 호호 불 듯
울 어매도
호호
겨울 맞을 채비 하고 계실낀데

어떤 할머니
인동 5일장 노전판을 바라보며
혼자 오래 말했다.

백채원 (석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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