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손웅정 여전히 "손흥민 월클 아냐"... 아버지의 깊은 속내
[TV 리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아들의 이유 있는 EPL 성공기
▲ 지난 14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비록 8강의 꿈은 아쉽게 좌절되고 말았지만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은 모처럼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부상 투혼은 안타까움과 더불어 가슴 뭉클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대회가 임박할 무렵 경기 도중 안면 골절을 당해 자칫 월드컵 출전이 무산될 수도 있는 위기를 뛰어 넘고 손흥민은 마스크를 쓴 채 플레이를 임하는 악전고투를 펼쳤다.
원할한 움직임을 가질 수 없는 최악의 컨디션 속 무득점에 그치면서 일부 악성 축구팬은 그의 몸상태에도 아랑곳 없이 막무가내식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무색케라도 하듯이 조별리그 3차전 강호 포르투갈을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짓는 역전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호령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삼류선수 했습니다"
▲ 지난 14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조세호와의 우연찮은 인연으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사연을 시작으로 손 감독의 이야기는 가볍게 출발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손흥민의 안면 부상에 대한 궁금증도 이날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당시 네 군데나 골절되었는데 그는 빠른 시일 내 수술을 받기 위해 잠잘 때를 제외하고 늘 얼음 찜질로 부기를 뺐고 결국 수술 날짜를 하루 앞당길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님도 축구선수 출신이시죠?"라는 MC 유재석의 물음에 대해 그는 "삼류선수 했습니다"라고 웃으며 답을 건넸다. 스스로는 삼류라고 낮춰 불렀지만 1980년대 명문 프로구단인 현대 호랑이(현 울산 현대), 일화 천마(현 성남 FC)에서 뛰면서 K리그 통산 37경기 7골의 성적을 거둔 인물이었다.
비록 부상 때문에 이른 나이에 은퇴를 했고 A매치 대표팀에는 아쉽게도 이름을 올리진 못 했다지만 프로 무대를 누빌 만큼 그는 제법 능력을 인정 받았던 축구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왼발을 잘 사용하기 위해 압정을 오른발 축구화에 박아 넣고 훈련할 만큼 독하게 연습했던 손 감독은 아들 손흥민에겐 늘 왼발 중심의 생활을 하게 만들면서 자유자재로 경기 중 발을 쓰는 습관을 키웠다고 한다.
"내 자식이 축구를 하는데 멀리 봐야죠"
▲ 지난 14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EPL 득점왕에도 오른 손흥민이지만 정작 손 감독은 슈팅 연습을 18살 이후부터 시켰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어린 시절부터 하게 되면 자칫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 청소년 시기엔 철저히 기본기 훈련만 했다는 것이다. 오래 축구를 하기 위해 멀리 봐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이어진 대화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 레버쿠젠 시절 감독의 이해할 수 없는 잦은 교체, EPL 이적 협상 실패 등 당시 어려웠던 순간의 비화를 털어 놓으면서 손 감독은 현재의 손흥민이 있기까지 숱하게 만난 고난을 특유의 화법에 담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선 축구팬들이 궁금해하던 사항 중 하나인 "(손)흥민이는 월드클라스가 아니다"라는 예전 그의 인터뷰에 대한 현재의 생각도 함께 공개되어 눈길을 모았다. "그건 변함 없다. 내 자식이라서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있겠지만 늘 흥민이의 축구가 10% 더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아버지의 애정을 드러냈다.
훌륭하게 성장한 자식에 대한 고마움
▲ 지난 14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어찌보면 손웅정 감독은 자식 교육에 지독하리만큼 매진하고 독하게 키우는 아버지였을지도 모른다. 부상 때문에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축구화를 벗었던 젊은 시절의 회한이 더욱 강하게 아들을 훈련시킨 이유였을 수도 있다. 냉정하면서도 강하게 손흥민을 지도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시킨 그도 여타 부모님들과 다르진 않았다.
"네 꿈도 이루고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뤄서 너에게 고맙다. 자식이지만 고맙다."
손 감독이 바라는 아들 손흥민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토트넘과의 계약이 2025년까지 남아 있음을 언급하면서 만약 그때 이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연봉을 떠나 살아보고 싶은 도시에 가서 행복하게 공 차다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버지의 바람이었다.
겉으로는 무척 엄격한 축구 지도자였지만 그도 역시 속내를 겉으로 잘 드러내지 못 하는 우리들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모질기만한 부모로 비춰졌을지언정 자신만의 확고한 축구 철학을 갖고 훈련에 매진한 결과가 EPL과 월드컵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손흥민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좋은 선수의 뒤에는 남 모르는 아버지의 노력이 자리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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