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칡 줄넘기까지... 덩굴식물 한가득 겨울숲 산책

장모님의 사랑 느껴지는 사위질빵 열매도 풍성

등록|2022.12.21 14:06 수정|2022.12.21 14:06

▲ 씨앗을 한가득 달고 겨울을 보내는 사위질빵 ⓒ 용인시민신문


며칠 춥던 날씨가 따뜻해지고 겨울 숲에 가기 좋은 날이다. 친구들과 만날 생각에 들떠 조금 일찍 숲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숲은 조용했다.

부스럭하는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그러다 햇살이 비치는 숲 가장자리 다른 나무를 폭 감싸 자라면서 유독 예쁜 씨앗을 한가득 달고 겨울을 보내는 풀인 듯 나무인 나무가 보였다. 사위질빵이다.

사위질빵은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마주나고 3장의 작은 잎이 나온 겹잎이며, 잎자루가 긴 잎은 볼수록 참 예쁘고 귀엽다.

꽃은 7~8월에 흰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 취산상 원추꽃차례로 달린다. 꽃잎은 없으며 암술과 수술이 많다. 나무 한가득 달린 자잘한 꽃들은 소박하지만 풍성했다.

 

▲ 꽃말마저 아름다운 한국이 원산지인 큰꽃으아리열매. ⓒ 용인시민신문



열매는 수과로서 5~10개씩 모여 달리고, 9~10월에 익으며 흰색 또는 연한 갈색 털이 난 암술대가 있다. 12월인 이 계절에도 꿋꿋이 달린 열매를 따서 민들레처럼 후 날려 봤다. 민들레가 아니었다. 있는 힘껏 불어도 잘 날아가지 않았다.

사위질빵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사위는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손님이다. 농사일이 바쁜 처가 일을 도우러 온 사위에게 무거운 짐을 지울 수 없는 장인 장모의 마음이 사위에게는 짐을 조금만 지게 했단다.

주변 사람들이 사위의 가벼운 짐을 보고 약하디약한 질빵풀로 지게의 질빵을 만들어도 끊어지지 않겠다고 놀리게 되었고, 질빵풀은 사위질빵풀이 되었다. 꽃말은 더 재밌다. '비웃음'이다.

숲을 조금 더 걸어 들어가 늦봄에 크고 하얀 꽃을 피워 고고한 자태로 필자 마음을 설레게 했던 큰꽃으아리 열매가 보였다. 같은 수과이며 9~10월에 익고 갈색털이 있는 긴 암술대가 회오리 모양처럼 달려 있다.

큰꽃으아리는 쌍떡잎식물 미나리아재비과 식물로 원산지는 한국이다. 숲 가장자리와 산기슭 햇볕이 잘 드는 풀밭에서 자라며 꽃은 5~6월 흰색 또는 연한 자주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1개씩 달린다.

꽃받침 조각은 6~8개며 꽃잎은 없고 암술과 수술이 많다. 꽃말도 꽃처럼 아름답다. '당신의 마음은 진실로 아름답다'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있는 큰꽃으아리에게 딱 어울리는 꽃말이다.

숲에는 또 다른 덩굴식물이 있다. 이들보다 더 강렬하게 다른 식물을 감고 자라고 보라색 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꽃향기는 더 달콤하다. 초록색이 선명한 자른 단면을 6살 꼬마 친구가 "키위 같아서 칡이라고 하는구나" 했다.

겨울 숲은 칡이 최고다. 칡으로 림보도 하고 전깃줄 놀이도 하고 줄넘기도 한다. 겨울 숲의 덩굴식물은 삭막한 겨울 숲을 아름답게도 하지만 이렇게 추위를 잊고 실컷 뛰어놀 수 있게도 해준다.
 

▲ 칡 단면은 마치 키위를 닮았다. ⓒ 용인시민신문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나경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