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밤이 가장 긴 동짓날 열린 홈리스 추모제 "당신을 기억합니다"

대구에서 올해 무연고자 사망자 232명으로 해마다 증가 "홈리스의 건강 실태는 고인들의 죽음으로 증명"

등록|2022.12.23 01:19 수정|2022.12.26 17:17

▲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인 22일 오후 대구 경상감영공원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렸다. ⓒ 조정훈


"아는 사람이 없어서. 피붙이, 살붙이가 없어서 무연고자가 아니라 사는 형편들이 그만그만하여 연락하면 오히려 짐이 되고 부담이 될까 연락하지 못하고 살았다. 집도 없이 떠도는 내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하루 중 가장 밤이 긴 동짓날인 22일 오후 대구 중구 경상감영공원에서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 추모제(Homeless Memorial Day)' 가 열렸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4번째를 맞은 홈리스 추모제는 극빈의 상황에서 생을 마감한 노숙인을 추모하고 매년 무연고 사망자로 처리되는 '무의탁 빈민'의 현실을 알리는 행사이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추모제에는 쪽방에 거주하는 일반 시민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여했고 인사말과 추모 영상, 당사자 발언, 추모시 낭송, 추모공연, 헌화 순서로 이어졌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올해 대구 무연고자 사망자는 232명으로 지난해 집계된 177명보다 55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쪽방 생활인 사망자 수는 13명이다.

대구에서 무연고자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4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150명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계가 어려웠지만 2021년에는 177명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200명대로 올라섰다.
  

▲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인 22일 오후 대구 경상감영공원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렸다. ⓒ 조정훈


대구쪽방상담소는 "홈리스들은 차별과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침해받는 홈리스의 노동권, 정부의 그릇된 경기부양책과 고금리 정책, 금융 범죄 집단의 덫에 걸려 '신용불량'이라는 족쇄에 매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홈리스를 대상으로 한 비주택 거주자용 매입임대주택 공급계획 등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다운 집에 거주하지 못하는 열악함이 있다"며 "만성, 중증, 중독, 전염성 질환에 노출되는 홈리스의 건강 실태와 같은 현실들은 고인들의 죽음으로 증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폭염, 폭한, 코로나19로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서 돌아가신 분들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되는지 정부 통계조차 없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의 이름 없는 죽음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정부는 수많은 주거약자들이 사회적 혹은 여러 가지 재난·재해로 돌아가셨을 때 책임지겠다고, 임대주택 공급하겠다고 앞에서 얘기했지만 뒤에서는 수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당사자 발언에 나선 변아무개씨는 "우리도 인간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정부는 주거공간 예산을 왜 깎았느냐? 그러면서 뒤돌아서서는 취약계층의 복지를 두텁게 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