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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2차'를 가야하는 송년회를 아십니까?

'대낮의 송년회'가 좋은 이유와 함께 하면 좋을 음식들을 소개합니다

등록|2022.12.26 10:31 수정|2022.12.26 10:31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 시민기자들이 '점심시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점심 송년회의 매력

연말이 되면서 조용하던 단톡방들이 하나 둘 분주해졌다. 그동안 만나자, 얼굴 한 번 보자 하면서 못 만났던 지인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약속을 잡느라 분주한 것이다. 지난 몇 년 간 어렵사리 약속을 잡아두면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서 조심스러워서 못 만나고, 아니면 누가 코로나 걸려서 못 만나고... 여러 이유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과의 약속들이 하나 둘씩 나의 달력을 채워나가고 있다.
 

▲ 송년회 시즌이다 ⓒ unsplash.com


예전의 송년회는 거의 대부분 저녁 시간으로 잡았던 데에 비해, 이제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인지 혹은 시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점심 송년회도 제법 잡혔다.

물론 코로나 이후 잡는 약속은 저녁이 됐든 점심이 됐든 리쌍의 노래
'우리 지금 만나'(Feat. 장기하와 얼굴들)처럼 일단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가능한 시간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명색이 송년회이니 물론 낮술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점심 시간의 송년회는 대부분 암묵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돼서 좋은 점도 있다.

저녁 시간의 송년회는 주로 술에 곁들이기 좋은 안주 맛집이 대세가 된다. 뷔페를 가기도 하고, 유명한 고깃집을 가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썰러 가는 모임도 있지만, 편한 지인들을 만날 때에는 요즘 '핫하다'는 삼겹살 집이나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회나 해산물(석화구이! 대방어!)을 선택하기도 한다. 거나하게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 저녁 시간 송년회의 주목적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간결하면서도 꽉찬 점심 모임

점심 시간의 송년회는 생각보다 단출하게 지낼 수밖에 없다. 점심 시간은 한정 되어 있고, 대부분은 다음 일정이 또 있기 때문에 마냥 늘어지는 송년회를 하기가 어렵다. 심지어 요즘은 웬만한 식당들은 브레이크 타임(식재료를 손질하며 점심과 저녁 사이에 잠시 휴식을 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메뉴 선정에 있어서도 아무래도 제한적이다. 고기를 굽는 식당들 중에는 점심 장사를 안 하는 곳들이 많고, 흔히 말하는 회식 하기에 좋은 식당들 중에도 마찬가지로 저녁에만 문을 여는 곳들이 많이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점심 송년회 메뉴는 파스타류로 한정 되는 듯하지만, 사실 조금만 더 찾아보면 색다른 분위기의 음식점에서의 송년회도 가능하다. 저녁보다 메뉴 제약은 있지만 오히려 고기나 회로 점철되는 저녁 송년회 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게 되어서 더 특별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추운 날씨에 따뜻한 동남아로 여행은 떠나지 못하더라도 동남아 여행을 추억하거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태국 음식점이나 베트남 음식점은 어떨까? 이열치열인건지 뜨거운 국물 요리도 제법 있는 더운 나라의 메뉴들을 골라서 먹으면 추운 날씨에도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상이 금세 차려진다.

흡사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처럼 달고 시고 매운 똠얌꿍(새우와 각종 향신료로 맛을 낸 태국식 국물 요리) 한 그릇을 먹으면 추위에 얼어붙었던 속이 사르륵 녹아내린다. 여기에 뿌빳퐁 커리(소프트쉘 크랩을 튀겨서 만든 카레 요리)나 팟타이(태국식 볶음 쌀국수)를 시켜두고 한국의 무생채를 떠올리게 하는 쏨땀(매콤새콤하게 무쳐서 나오는 그린파파야 샐러드) 한 접시면 푸짐한 식탁이 완성 된다.
 

▲ 태국 음식은 이국적이면서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서 좋다 ⓒ 김지영


베트남 식당을 선택했다면 뜨끈한 국물의 쌀국수만 시킬 것이 아니라 분짜(숯불 고기가 올라간 새콤한 느억맘 소스의 비빔 쌀국수)를 시켜 먹어도 좋겠다. 분짜 위에 올라 간 초록 야채와 주황색 당근이 흡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 해 줄 수도 있으니. 반쎄오라는 베트남식 부침개도 시키고 짜조(베트남식 튀김 만두)도 주문해 보자. 이것 저것 나눠 먹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멕시칸 음식점도 좋겠다. 왁자지껄한 느낌의 신나는 음악이 흐르는 식당에서 남미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이다. 멕시칸 음식은 또띠야(밀 전병 혹은 옥수수 가루로 만든 전병)에 채소와 고기 종류(보통 닭, 소, 돼지, 새우 그리고 간혹 생선 튀김)의 속 재료와 함께 여러가지 방법으로 먹는 재미가 있다.

옥수수 가루로 만든 전병을 튀기거나 구워서 그 안에 속 재료를 넣은 타코, 또띠야(밀 전병)에 속 재료를 마음대로 싸먹는 화이타, 또띠야 위에 속 재료와 치즈를 듬뿍 넣어 반 접어서 구워 나오는 퀘사디야, 또띠야 안에 속 재료 이것 저것 넣어서 그 위에 소스를 뿌리고 오븐에 구워 나오는 엔칠라다, 또띠야 안에 속 재료 가득 넣고 말아서 튀겨낸 치미창가, 속 재료에 밥까지 넣어서 또띠야를 야무지게 싸서 나오는 부리또 등, 구성은 같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이 되는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 멕시칸 음식은 메뉴도 골고루, 들어가는 고기도 골고루 시키는 것이 포인트 ⓒ 김지영


그동안 늘 "먹던 걸로!"를 외쳤다면 이번에는 이것 저것 다양한 조합으로 시도해보자. 어떤 메뉴를 시키든 특히 고기류는 이것 저것 다양하게 시키는 것이 포인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피쉬 타코나 소고기 타코에, 새우 퀘사디야, 돼지고기 치미창가를 좋아한다. 화이타는 스테이크와 새우 반반, 엔칠라다는 역시 닭고기지(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조금 점잖은 모임이라면 한정식이나 초밥집도 좋겠다. 왠지 조용조용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정갈한 느낌의 식사 장소로 제격이기 때문에 상견례도 한정식 집에서 많이 하는 것이 아닐까? 초밥집은 깔끔하게 먹기 좋아서 조금 어려운 손님과 함께라면 선호하는 편이다.
 

▲ 초밥은 정갈하고 좋은 송년회 음식 ⓒ 김지영


취중진담 말고 카(페인)중진담

간혹 송년회 기분을 내느라 술을 한 잔 하더라도 소주보다는 맥주, 혹은 와인을 마시게 되고 많아야 한두 잔 가볍게 마시게 된다. 술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저녁 송년회 보다 점심 송년회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 질 수 있는 부분이겠다. 또한 같은 식당이라도 점심 저녁 메뉴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점심 송년회가 가성비 측면에서도 더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저녁 송년회에서 2차는 주로 술집이라면 점심 송년회의 2차는 주로 커피숍이 된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달달한 디저트를 하나 앞에 두고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취중진담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카페인과 달달한 디저트도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데 탁월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시끌시끌한 커피숍에서 연말이라고 흘러 나오는 듣기 편안한 캐롤 음악, 공간을 가득 채운 커피 향기와 빵 굽는 냄새. 그 분위기에 젖어서 오랜만의 만남에 그 간의 안부를 묻고, 함께 아는 지인들 이야기, 아이들 커 가는 이야기, 각자의 생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아쉽게도 일어서야 할 시간이 오고 만다.
 

▲ 커피숍에서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면 시간이 순삭된다 ⓒ 김지영


오랜 지인들과의 오랜만의 송년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연말 분위기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정을 나눈 시간을 떠올리면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 솟아난다. 역시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그런 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면 "맞아. 내가 이래서 지금까지 이 사람이랑 이렇게 연락하고 지내는 거지. 내년에는 더 자주 연락하고 만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또 다시 일상이 시작 되면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또 다시 연락을 뜸하게 하거나 다음 해 연말이 되어서야 만남의 자리가 성사될 테지만.

얼마 안 남은 올해, 점심 송년회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당장 시간을 잡기가 어렵다면 점심 신년회도 물론 환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저의 개인 SNS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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