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다시 부른 외인' 기업은행 산타나 25득점 맹활약

[여자배구] 28일 페퍼저축은행전, 기업은행 3연패 탈출

등록|2022.12.29 09:54 수정|2022.12.29 09:54
기업은행이 오지영 리베로가 가세한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7-25, 20-25, 25-12, 26-24)로 승리했다. 최근 3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KGC인삼공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게 3연패를 당했던 기업은행은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개막 17연패에 빠트리며 승점 3점을 챙겼다(7승 10패).

기업은행은 표승주가 45.10%의 공격성공률로 18득점, 김희진이 16득점을 기록하며 고르게 활약했고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도 서브득점 2개와 블로킹 1개를 포함해 1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그리고 기업은행도 이날 다른 구단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가 25득점으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산타나의 활약은 일반적인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외국인 선수 비중 높았던 기업은행
 

▲ 지난 시즌 라셈의 대체 선수로 16경기에 출전했던 산타나는 시즌이 끝난 후 기업은행과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는 남녀부를 막론하고 외국인 선수가 높은 공격비중을 책임지는 리그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번 시즌 득점 1위(462점)를 달리고 있는 인삼공사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는 42.13%에 달하는 공격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GS칼텍스 KIXX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 역시 41.36%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고 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도로공사의 카타리나 요비치마저 32.48%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과거 박정아(도로공사)와 김희진으로 이어지는 위력적인 토종쌍포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결코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낮은 팀이라고 할 수 없다. 2012-2013 시즌 기업은행 첫 우승의 주역이었던 알레시아 리귤릭은 무려 43.50%의 공격점유율로 기업은행의 공격을 책임졌다. 기업은행의 V2를 견인했던 데스티니 후커 역시 2014-2015 시즌 40.19%의 높은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V리그의 외국인 선수 제도가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을 거치는 드래프트 제도로 바뀐 후에도 외국인 선수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바뀌지 않았다. 기업은행 구단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메디슨 리쉘(터키항공)은 2016-2017 시즌 37.19%를 기록했던 공격점유율이 2017-2018 시즌에는 42.78%까지 올라갔다. 박정아의 이적으로 기업은행 토종 선수들의 공격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정철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8-2019 시즌에는 어도라 어나이(프로메테이)가 2018-2019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1895회의 공격을 시도하며 43.0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어나이가 태업논란에 시달렸던 2019-2020 시즌엔 공격점유율이 36.71%로 떨어졌지만 2020-2021 시즌 안나 라자레바(페네르바흐체SK)가 외국인 선수의 공격점유율을 다시 41.86%로 끌어 올렸다.

그렇게 외국인 선수 혹사의 대표적인 구단이었던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두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30%가 채 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가 레베카 라셈에서 달리 산타나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두 선수의 적응문제가 겹치면서 두 선수가 한 시즌 동안 386득점을 합작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나머지 6개 구단 외국인 선수들은 물론이고 기업은행의 토종에이스 김희진(398점)보다 적은 득점이었다.

리그에 흔치 않은 공수겸장 외국인 선수
 

▲ 산타나는 시즌 개막 11일을 남기고 기업은행으로 돌아와 이제는 기업은행에서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산타나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선수를 찾으려 했다. 지난 시즌 16경기를 함께 했던 산타나의 기량이 공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2020-2021 시즌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 활약한 후 기업은행에 입단할 때까지 소속팀이 없었던 게 치명적이었다(실제로 산타나는 처음 국내에 들어왔을 때 몸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듯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4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아웃사이드 히터 아나스티시야 구르바노바를 지명했다. 하지만 7월에 입국해 8월부터 본격적으로 팀 훈련에 합류한 아나스티사야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김호철 감독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결국 기업은행은 시즌 개막을 단 11일 남겨두고 팬들의 우려에도 지난 시즌 라셈의 대체 선수로 뛰었던 산타나를 다시 불러 들였다.

산타나는 1라운드에서는 주로 교체 선수로 활약하며 6경기에서 70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산타나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외국인 선수들이 1라운드에서 모두 100득점을 넘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산타나의 활약은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2라운드 6경기에서 95득점을 기록하며 컨디션을 회복한 산타나는 3라운드에서도 5경기를 치르며 94득점을 올렸다. 3라운드 산타나의 득점순위는 카타리나(81점), 니아 리드(페퍼저축은행, 73점)보다 앞선 전체 5위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뛰어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산타나는 28일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팀 내 가장 높은 30.72%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진 산타나는 45.10%의 성공률과 2개의 블로킹을 곁들이면서 팀 내 최다인 25득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페퍼저축은행의 목적타 서브를 받아내며 48.28%의 리시브 효율과 신연경 리베로(17개)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4개의 디그로 수비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산타나는 여전히 이번 시즌 공격 점유율 24.08%로 7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에서 가장 적은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26.36%의 리시브 점유율로 44.51%(8위)의 높은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쉬움으로 지적되던 득점에서도 어느덧 표승주(252점)를 제치고 팀 내 1위(259점)로 올라섰다. 비록 타 구단 외국인 선수들처럼 압도적인 높이와 파워를 가지진 못했지만 산타나의 기여도가 결코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이유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