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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까치밥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먹이가 부족한 겨울, 새들에 까치밥은 한 줄기 빛

등록|2023.01.02 16:33 수정|2023.01.02 16:33

▲ 감을 먹고 있는 직박구리 ⓒ 이경호


연일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은 새들이 먹이를 먹지 못해 죽어가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고 있다. 사람에게도 힘든 계절이지만 새들에게도 힘든 계절이다.

먹이 주기는 겨울철 철새에 큰 도움이 된다. 까치밥(까치 따위의 날짐승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몇 개 남겨 두는 감)도 새들에게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자연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유럽은 새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심고 쉼터와 물을 공급하는 인공 공원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나라마다 겨울을 보내는 새들을 위해 남겨두는 문화가 있다.

벼도 마찬가지로 낱알을 다 수확하지 않는다. 자연을 위한 배려다. 자연에서 농작물을 수확하는 보답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농경 낱알이 곤포 사일리지라는 이름으로 모두 거두어 사료로 사용되고 있다. 까치밥도 마찬가지다. 감을 남겨두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 감을 먹는 노랑지빠귀(좌) 개똥지빠귀(우) ⓒ 이경호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대전에 대규모로 감이 수확되지 않고 남겨진 곳을 찾았다. 대전 유성 탑립동에 감나무 10그루가 수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다.

이렇게 남겨진 감에는 다양한 새들이 와서 겨울철 배고픔을 달래고 있었다. 처음 현장을 목격한 후 매주 현장을 찾았다. 직박구리, 개똥지빠귀, 노랑지빠귀, 박새, 노랑턱멧새, 까치, 물까치 등 다양한 새가 찾아와 감을 먹고 있었다.

특히 기후위기와 환경변화로 겨울철에도 월동하는 여름 철새인 찌르레기 27마리가 현장을 찾아 감을 먹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겨울, 새들은 감나무로 풍요를 누리고 있었다. 대규모 감나무밭은 이렇게 겨울철 어려운 새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제 감도 다 사라졌다. 남은 겨울 새들은 또 어디에선가 먹이를 찾아 낼 것이다. 내년에는 이런 까치밥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럼 새들도 좋고 그걸 보는 나도 좋고, 아마 남겨놓은 시민들도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까치밥이 늘어나는 날을 기다려본다.
 

▲ 감을 먹는 찌르레기 - 여름철새 였던 찌르레기가 겨울에도 남아 까치밥을 먹고 있다 ⓒ 이경호


 

▲ 먹이를 먹는 박새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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