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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소문난 비건베이커리... "누군가의 첫빵을 만드는 즐거움"

함양의 도하 비건베이커리 대표 김다솜씨... "시골 삶에 가장 필요한 건 공감과 위로"

등록|2023.01.03 14:48 수정|2023.01.12 10:16

▲ ⓒ 이승현(@workworkduck)



경남 함양뿐만 아니라 전국에 '도하 비건베이커리' 소문이 나고 있다. 성공한 청년귀촌을 말할 때 매번 언급되는 이곳의 성공을 이끈 함양의 청년 김다솜씨를 만났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도시 생활이 정말 막막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집도 못 구하고, 차도 못 사고, 아이도 못 낳을 것 같다는 막막함이요. 제 주변 친구들도 도시 생활로 우울증을 겪었거든요. 학업이나 취업 스트레스도 있고 취업 준비를 3년 하다 어렵게 입사했는데 월 급여가 200만 원이 안 되는 현실 등이요.

이렇게 힘겹게 치이면서 도시에서 살 바에는 시골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함양에는 부모님이 먼저 귀촌을 하셨기 때문에 올 수 있었고요. 부모님은 귀촌 장소를 정할 때 사람이 없고 고압전선도 없고, 지리산자락의 산속이었으면 좋겠다고 기준을 정하셨대요. 그 기준에 맞는 곳을 찾다 보니 함양으로 왔어요."


제빵 더하기 비건
 

▲ ⓒ 이승현(@workworkduck)



김다솜씨가 찾은 그가 좋아하는 일은 제빵, 의미 있는 일은 비건이었다. 열심히 제빵 기술을 익히고 비건을 공부했고 그렇게 함양에 도하 비건베이커리를 만들었다. 도하에서 만드는 빵은 비건쌀빵이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든 도하의 빵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아기들이 먹는 첫 빵으로 도하의 빵을 주문하는 분들이 제법 많으세요. 누군가의 첫 빵을 만든다는 것은 매번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에요."

도하 비건베이커리가 성공했냐고 묻는 말에 "잘 모르겠다"고 머뭇거리던 김다솜씨도 도하 비건베이커리가 성공한 청년 귀촌사례가 될 수 있냐고 묻자 고민 없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도하 비건베이커리는 시골에서 영업했을 때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모두 갖고 있어요. 지리산자락에서 난 좋은 재료를 쓸 수 있어요. 또 재료의 생산자를 명확하게 알 수 있고요. 생산자와 산지직송으로 직접 거래를 할 수 있으면서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단가도 싸요. 그리고 도심과 떨어진 산에서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도 큰 장점 중 하나예요."

귀촌 실패하지 않으려면...
 

▲ 도하 비건베이커리 김다솜씨 ⓒ 주간함양



김다솜씨는 큰 결심을 하고 귀촌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부모님을 따라왔다. 하지만 2년 차 함양군민 김다솜씨는 처음과 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함양에서 터전을 잡고 활동하다 보니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이 엄청 커졌어요. 내가 함양에서 얻은 것을 더 많이 나누고 싶어요. 이 지역에 애착이 생기고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평범하게 지내던 김다솜씨가 지역을 위해 행동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함양청년네트워크 이소(아래 이소)와 농촌유토피아대학원 활동이다.

"함양 와서 부족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귀농인을 대상으로 하는 단체는 많은데, 귀촌인을 위한 단체가 없다는 거였어요. 귀촌하고서 만날 사람도 없고 연고도 없으니 귀촌 우울이 찾아왔어요. 이소는 그런 마음을 해소하고 싶어서 시작한 단체입니다."

김다솜씨가 만든 이소에서 만날 사람이 없어서 귀촌의 우울을 경험한 귀촌 청년들은 이소를 만나고 활력을 느꼈다. 귀촌 우울은 김다솜씨만 느낀 감정이 아니었다.

"우울을 해소하는 것은 진짜 간단한 일이잖아요. 사람을 만나서 이해하고 공감과 위로를 하면 우울이 쌓이지 않고 금방 해소가 되니까요. 함양에 있는 청년들에게 이소가 그런 단체가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해요.

시골에서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건 청년끼리의 다양한 이야기, 가치를 나누고 교류를 하는 단체라고 느꼈어요. 함양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들은 단체가 없어도 이곳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함양으로 귀촌한 청년들은 그게 어렵거든요. 함께 모여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골에서 사는 멋진 청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된 농촌유토피아대학원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함양에 본부를 두고 있는 농촌유토피아연구소의 교육과정이다. 도하에 방문한 농촌유토피아연구소의 장원 소장이 가입제의를 했고 가입하게 되었다.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등록금도 캠퍼스도 수업도 없는 곳이다.  학교를 다니며 돈을 받는다. 어디에도 없는 이 학교에 각 지역의 석박사, 영화감독, 농부, 요가강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은 매달 전국에서 성공한 시골의 사례를 탐방하고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번에는 군 단위 7곳에 일자리와 주거공간, 문화시설을 포함한 선도마을을 계획하고 있다.

김다솜씨도 농촌유토피아대학원을 다니며 꿈이 생겼다. '나만의 마을' 만들기다.

"귀촌하거나 꿈이 있는 청년들이 모여 비건, 동물복지, 기후위기, 환경, 제로웨이스트 등 지속 가능한 발전과 상생을 위한 가치와 신념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주거공간, 일자리에 대한 문제도 해결하고 마을 구성원끼리 문화생활 환경도 조성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시골의 삶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을 묻자 김다솜씨가 주저하지 않고 답을 이어갔다.

"내가 시골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시골의 삶은 도시에서 사는 것과 달라요. 도시만큼 일자리도 없고 도시만큼 주거공간을 쉽게 구할 수도 없어요.

많이 변화되고 나아진 것들이 있지만 시골에 오래 살려면, 내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떤 삶을 살아도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도시의 삶이 어렵고 시골의 삶이 쉬운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아요. 삶의 종류가 다른 거예요. 노력 없이 살 수 있는 곳은 없어요."


전국적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났지만 정착에 실패하는 사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고민 없이 귀촌을 선택하는 것도 문제지만,  막상 시골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고민을 이야기하고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시골 곳곳에 김다솜씨와 같은 사람이 많으면 어떨까. 정착에 실패하는 인구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 ⓒ 이승현(@workworkduck)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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