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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기억하는 방법: 효창·청파동 50명의 영상 타임캡슐

등록|2023.01.03 16:13 수정|2023.01.03 16:59
철저히 공간이 중심이 되었던 도시계획. '효창마루'의 시민인터뷰는 공간 중심의 도시계획에서 한 층 더 깊이 도시를 연구하기 위해 기획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민 아카이브 프로젝트다.

그 시절, 또 지금 이 순간 효창공원 일대에서 살아가는 50명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 일부를 들어보자.

"효창공원은 생활공간이자 치유소"  

"이 지역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그래서 학생들, 지역 주민, 그리고 우리나라 전문가들과 함께 효창공원을 널리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 숙명여자대학교 문화관광외식학부의 김세준 교수는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그는 '효창공원은 치유소이며 안식처'라는 말로 이곳을 소개했다.

학업을 위해 충남에서 서울로 올라와 살고 있는 숙명여자대학교 재학생 권윤아 씨는 "학교에 오면 다양한 사람들과 MT 같은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코로나로) 그런 게 많이 없어서 아쉽다"며 "앞으로 전공을 살려 폭넓게 다 양한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효창동에서 엘리프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 하고 있는 김주영 씨는 "처음 서울에 와서 살때는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서 반찬을 가져다주셨다. 용산역으로 오시는 두 분이 이동하기 편한 곳을 찾다 보니 처음에는 갈월동, 남영동, 이촌동 등지에서 살았다"며, "요즘 소상공인들이 힘든 상황인데, 단골 분들이 계셔서 유지하고 있다"고 지역 주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김창민, 김주영 ⓒ 효창마루


효창동에서 약 30년 거주 중인 새마을금고 이사장 김창민 씨는 "원래는 청파동에 살며 식당을 했는데 어려운 사람,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공짜로 줬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어릴 때 시골에 살았는데, 그때만 해도 배고프고 아픈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사회에서 돈을 벌고 출세하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지금 사회 환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활동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끝으로 "효창동은 효자 동네니까 효자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 지역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었으면 하는지에 대한 기대도 들을 수 있었다. 효창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호 씨는 "아이들과 놀 수 있는, 아이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시설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지역이 상업적으로 커져서 시끌벅적한 느낌보다는 어느 정도 지금 같이 유지하면서 상권이 조금 더 발전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청파동에 있는 역사 연구단체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방학진 씨는 '용산은 일제 침략의 1번지이자, 독립운동의 시발점'이라며, 동대문에서 청파동으로 회사를 옮긴 이유를 소개했다.

또 "우리 연구를 시민들에게 알리고자 박물관을 만들었다"며, 청파동과 효창동은 우리의 꿈을 실현하는 실험장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어릴 때 스케이트 타던 기억, 효창공원 놀이터에서 놀던 때"
   
"할아버님이 옛날에 효창동에 집을 지으셔서 아버지를 키우셨다. 아버지와 우리 삼남 삼녀가 금양초등학교 동창이 된다"며 효창동에 사는 이효숙 씨가 특별한 추억을 소개했다. 또 그는 "어릴 때 스케이트 타던 기억이랑 효창공원 돌아서 원효대사상 봤던 거, 놀이터 등이 기억난다"며 유년 시절 속 효창공원의 모습을 떠올렸다.

청파동에 약 50년 동안 거주 중인 청파 새마을금고 이사장 안병선 씨는 "꼭 재개발만이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웃끼리 서로 인사도 하고 사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라며 도시 계획에 대한 바람을 내비쳤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효창공원에서 느낄 수 있는 게 가장 큰 행복"

"효창공원은 많이 가고 즐기는 편이다. 우리 동네에 효창공원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효창공원에서 느낄 수 있는 게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어린이 안전학교 용산 지회장인 박혜영 씨가 효창공원을 이용하며 느낀 점을 설명했다.

"1979년 제대한 뒤 원효로, 청파동, 효창동에서 지금까지 살아 왔다. 청파동은 앞으로 내가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네이며, 내 인생을 마감할 때까지 청파동에서 살 것"이라고 청파동 주민자치위원장인 박수일 씨는 말했다.

청파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이보순 씨는 "충청도에서 청파동 이곳으로 시집을 왔다. 세탁일은 시집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50년 정도 했다"며 청파동에 계속 살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또 "청파동은 보물"이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서교동 4통 통장 김혜정 씨는 "만리동에서 살다가 청파동으로 시집을 갔다. 그땐 막 덤으로도 더 주고 떨이한다고 주고 참 좋았다"며 그 시절을 추억했다. 또 "시집가서 시집 식구 열 명을 밥해 먹이고, 아프신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내 마음에 병이 왔지만, 좋은 이웃 덕분에 치유가 됐다"라고 말하며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청파동에서 약 20년 동안 병원을 운영 중인 송영호 씨는 "2대, 3대로 진료를 받으러 오는 가족이 많다"며 "동네 아저씨 같은 느낌 으로 병원을 운영하려고 한다"라고 소개했다.

"내 영혼이 머무는 곳"
 

▲ 방학진, 김현호, 안병선, 이효숙(왼쪽부터 시계방향) ⓒ 효창마루


55년 동안 청파동에 거주 중인 황갑주 씨에게 자신에게 청파동이란 '영원하다'라는 걸 뜻한다면서, 제2의 고향이자 자녀들의 고향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청파동은 내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어렸을 땐 효창공원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우리 지역 안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게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며 용산구 장애인가족지원센터장 정정애 씨는 말했다. "우리 효창동에는 어른들도 많이 사시고, 젊은이들 많고, 장애인들도 있다. 서로 나이나 장애 유무 등의 편견 없이 서로가 어울려서 이해하면서 살 수 있는 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바람도 덧붙였다.

효창공원의 관리책임자 최원룡 씨는 "효창공원에 오시는 분들 보면 환자분들이 많다. 안에 소나무밭이 있는데 거기에 많이 계신다. 소나무 향이 참 좋다고 한다"고 말하며 효창공원이 많은 이들의 치유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주인인 시민 50명 인터뷰를 통해 효창공원 일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로병사 - 삶의 순환'을 읽어낼 수 있었다.

누군가는 효창공원에서 스케이트를 타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누군가는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미래를 위해 학업에 집중하는 청년 시절을 보낸다. 어떤 이는 제2의 고향으로 살고, 또 어떤 이는 아주 오랜 기간 살았어도 고향이라는 단어가 아직 어색하다. 서로 다른 추억의 효창공원 일대지만, 이곳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시민 영상 아카이브를 기획한 효창마루 관계자는 "공간 중심 도시계획은 행정과 자본이라는 권력 중심 사업을 뜻한다. 시민 아카이브는 그 공간을 삶으로 창출하고 형성시켜 간 진짜 도시 기록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는 결코 공간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 아카이브는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현재화할 것이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렇게 영상으로 기록된 도시 이야기는 온오프라인에서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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