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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오스카' 세자르상, 성범죄 혐의자 시상식 퇴출

혐의만 있어도 시상식 초청 않기로, 후보 선정 배제도 논의

등록|2023.01.03 16:09 수정|2023.01.03 16:09

▲ 프랑스 영화제 세자르상의 성범죄 인사 시상식 참석 불허 결정을 보도하는 영국 BBC 방송 갈무리 ⓒ BBC


프랑스 최고 권위 영화제 세자르상이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람은 기소 전이라도 시상식에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세자르상을 주최하는 프랑스 영화예술기술아카데미는 2일(현지시각) 성명에서 "성범죄, 또는 성차별적 성격의 폭력 행위로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사람은 올해 시상식에 올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피해자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성범죄 혐의로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는 사람을 부각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성범죄 혐의 있으면 '수상 금지'도 논의 

아울러 "성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세자르상 수상을 전면 금지할 것인지에 관해서도 논의하고 있으며, 곧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프랑스 영화 <레 자망디에>(Les Amandiers)에 출연한 배우 소피안 베나세(25)가 과거 여러 차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나왔다.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베나세는 <레 자망디에>에서 주연을 맡으며 세자르상 신인상 후보로 유력했다. 베나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세자르상 주최 측은 베나세를 후보에서 제외키로 했다.

AFP통신, BBC방송 등 주요 외신은 "세자르상의 새 규정에 따라 배우, 제작자를 비롯한 모든 영화계 인사들은 성범죄 혐의로 수사받을 경우 아직은 후보로 오르거나 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라고 전했다.

'미투 운동' 외면하던 프랑스 영화계, 백기 들었나?
 

▲ 프랑스 최고 권위 영화제 세자르상 포스터 갈무리 ⓒ 프랑스 영화예술기술아카데미


1976년부터 시작된 세자르상은 '프랑스의 오스카'로 불리며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프랑스에서 개최하는 최대 국제영화제가 칸 영화제라면, 세자르상은 프랑스 국내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최대의 시상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세자르상은 지난 2020년 미국과 유럽 등에서 다수의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던 로만 폴란스키(89) 감독에게 상을 주면서 영화계와 여성계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영화 <장교와 스파이>로 작품상, 각본상 등 12개 부문 후보로 오른 폴란스키 감독은 감독상과 의상상 등 2개의 상을 받았다.

하지만 <장교와 스파이> 출연진과 제작진은 주최 측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상식에 불참했고,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배우 아델 에넬(33)은 곧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기도 했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프랑스 영화계는 성범죄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악명 높다"라며 "수많은 분야가 성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반면에 프랑스 영화계는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처럼 성범죄로 기소된 유명 인사들은 계속해서 일자리를 얻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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