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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니 G에 대한 '극과극 평가'... 그의 생각은 어떨까?

[당신을 위한 OTT 이야기] HBO 웰메이드 음악 다큐멘터리 '뮤직박스' 시리즈

등록|2023.01.06 10:18 수정|2023.01.06 10:21

▲ 지난달 12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뮤직박스' 시리즈 '리스닝 투 케니 G'의 한 장면. ⓒ WAVVE


케니 G(Kenny G)라는 이름은 1980~1990년대 전 세계 팝 음악팬들에겐 친숙한 존재였다. 1986년 발표된 정규 4집 <Duotone> 수록곡인 'Songbird'는 연주곡으로는 이례적으로 빌보드 Hot 100 싱글 차트에서 4위까지 오르는 인기를 얻었고 이후 'Silhouette'(1988년), 'Going Home'(1989년), 'Forever in Love'(1992년) 등이 연달아 히트곡 대열에 합류했다.

​그가 발표한 음반의 판매량은 전 세계 7500만 장에 달할 만큼 "20세기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연주인"이라는 칭호가 따라 붙었고 각종 방송 뿐만 아니라 생활 속 BGM으로 케니 G가 들려주는 부드러운 색소폰 선율은 친숙함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치솟는 인기와 비례해서 그의 음악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았다.

케니 G는 대중성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미국 대중문화계 및 방송 미디어 등에선 조롱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재즈 음악의 정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음반에서 음원, 스트리밍으로 음악계의 흐름이 변화하면서 그의 이름은 어느새 희미해져갔다.

HBO가 제작한 웰메이드 음악 다큐 시리즈
 

▲ 지난달 12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뮤직박스' 시리즈 '리스닝 투 케니 G'의 한 장면. ⓒ WAVVE


미국 HBO가 제작한 <뮤직박스>는 다양한 대중 음악계 인물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시리즈이다. 힙합 음악인 DMX, 쥬스월드, 여성 록커 앨러니스 모리셋, 비지스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을 다룬 일련의 작품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HBO는 곧 시즌2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선 다소 늦은 지난해 11~12월에 걸쳐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소개된 <뮤직박스> 시리즈 중 필자의 눈에 띄었던 작품은 < 리스닝 투 케니 G >였다. 엄청난 인기 vs. 평단의 혹평이 공존하는 몇 안 되는 음악인 중 한 명이면서 보컬이 아닌, 연주만으로 세계 음악계를 석권한 전무후무한 인물이 바로 케니 G였기 때문이다.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페니 레인은 바로 이러한 사실에 주목해 이야기를 하나 둘씩 담아냈다.

​시애틀의 평범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케니 G는 고교 시절부터 실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재즈 키보디스트 제프 로버 밴드에 합류해 본격적인 프로 음악인의 길에 접어 들었다. 그러던 중 그의 연주를 오랜기간 주목했던 아리스타 레코드사의 CEO 클라이브 데이비스(산타나, 재니스 조플린, 시카고, 휘트니 휴스턴 등 발굴)의 제안으로 솔로 음반을 제작했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케니 G는 웬만한 팝스타 이상의 대성공을 거뒀다.

비평가들의 냉소적인 반응
 

▲ 지난달 12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뮤직박스' 시리즈 '리스닝 투 케니 G'의 한 장면. ⓒ WAVVE


​< 리스닝 투 케니 G >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여전히 케니 G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유지하는 재즈 평론가, 교수 등을 비롯해서 고교 시절 함께 음악을 했던 동료, 1990년대 케니 G의 음악에 주목했던 라디오 채널 관계자, 그의 연주를 직접 듣기 위해 해외 각국에서 공연장을 찾아온 팬들의 모습은 '문제적 음악인'(?) 케니 G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부정적 견해를 지닌 평론가들은 현대 재즈 음악가들이 과거 전통을 계승하려는 노력을 이어가는 데 반해 케니의 음악은 그것과 결별하려는 것처럼 들린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현대의 재즈 연주자들은 50년 전 쯤의 연주자들과 늘 소통하는 셈이에요. 하지만 케니의 음악에는 그런 연속성이 없습니다." 

​케니 G의 음악은 라디오를 넘어 치과, 은행 등의 공간 속 BGM으로 널리 애용되어 왔다. 일종의 기능성 제품 마냥 사용된 것 역시 비평가들의 입장에선 불만의 대상이었다. 이와 더불어 < SNL > <사우스파크>, 기타 여러 토크쇼 등에서 케니 G는 마치 조롱거리 마냥 다뤄지는 게 일상처럼 되었다. 이에 대한 팬, 당사자의 불만은 없었을까?

"듣기 편한 음악이 뭐가 나쁘죠?"
 

▲ 지난달 12월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HBO 다큐멘터리 '뮤직박스' 시리즈 '리스닝 투 케니 G'의 한 장면. ⓒ WAVVE


​이에 대한 케니 G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저는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제가 듣기에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거죠."

그 역시 한쪽에서 쏟아지는 자신에 대한 비난, 조롱을 잘 알고 있었다. 케니 G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던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의 견해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였다.

"메스니는 전통적인 재즈 장르를 대단히 아꼈던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은 알기에 화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의 음악을 쓰레기라고 칭하는 반면 또 다른 이에겐 인생의 한 자리를 장식해준 명곡이기도 하다. 케니 G에 대한 호의적인 견해를 피력한 한 비평가는 이렇게 말한다.

"솔직히 양면적인 심정입니다. 케니 G가 아니었으면 평생 재즈를 몰랐을 사람이 많죠. 그의 음악이 다른 재즈로 향하는 관문일 수도 있어요. 저는 그랬거든요."

재즈 여부에 대한 논쟁을 비롯해서 상업적 성공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아랑곳 없이 케니 G는 여전히 색소폰 하나로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80살이 넘어도 계속 세계를 돌면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한다. 재즈다, 혹은 재즈가 아니다 등의 여부는 정작 당사자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처럼 보였다. 케니 G는 그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애정이 많은 연주인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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