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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TV 리뷰] JTBC 예능 프로그램 <결혼에 진심>

등록|2023.01.11 14:16 수정|2023.01.11 14:16
청춘남녀들간 '100일 간의 반쪽 찾기 여정'은 과연 얼마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을까. 10일 방송된 JTBC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결혼에 진심>에서는 최종회를 통하여 각 커플들의 마지막 선택이 드러났다.

100일 연애를 시작한 세 커플 중 정우해-정윤비 커플이 지난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별을 선택한 가운데, 남은 김동욱-권조이 커플과 김광석-지주희 커플의 선택이 그려졌다.

김동욱·권조이 커플은 드레스 숍에서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피팅에 이어 원하던 스몰 웨딩을 실현할 수 있는 웨딩홀 방문까지 결혼을 위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두 사람은 예복을 입은 서로 모습에 다시 한번 설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위한 견적을 알아보는 시간이 되자 예상을 뛰어 넘는 5500만 원이라는 비용에 비로소 현실을 체감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지켜보던 MC들도 "결혼식 비싸다"며 혀를 내둘렀다. 기혼자인 안현모는 "저 비용이 단 결혼식 몇시간 만에 나가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과 권조이는 잠시 급격히 낯빛이 어두워졌으나 "이렇게 예방주사처럼 미리 고민해보는 건 좋은 것 같다"며 애써 서로를 격려했다.

김광석-지주희 커플은 가족과의 만남 이후 카페에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데이트인만큼 두 사람의 결혼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갔다. 결혼에 대한 속도가 확연히 달랐던 두 사람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자연스럽게 변화해가고 있다는데 공감했다.김광석은 "변한다는 개념 자체가 내가 노력하고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고백했다.

김광석은 "한 순간에 맞춰질순 없다. 서로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눈높이가 같아지면 그게 베스트"라며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함을 암시했다. 지주희는 약 3개월간 우도 러브타운에서부터 지금까지 김광석과 함께한 추억이 담긴 포토북을 준비해 감동을 선사했다.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현실에 대하여 좀더 깊이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지주희가 "나와의 결혼에 대하여 그림이 그려지기는 해?"라고 질문하자 김광석은 "결혼을 위하여 어떤 스텝을 밟아나가는지가 중요한게, 그게 결국 현실이라는 부분과 부딪히는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경제적으로 아직 완전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부담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하지만 김광석은 "지금도 내 마음은 계속 깊어지고 있다"면서 지주희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희는 김광석에게 무언가 마음을 전달할 듯 했으나 끝내 말을 아끼며 "수고했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지주희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오빠랑 포토북을 마지막까지 채워가게 된다면 마지막 사진은 저에게 프로포즈하는 사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속마음을 밝혔다. 김광석은 "마지막 페이지가 없이 이 행복한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드디어 최종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두 커플을 비롯하여 결심남녀들이 한 결혼식장에 모두 다시 모였다. 커플들은 서로 마주보고 선 상태에서 각자의 마음이 담긴 반지함을 오픈하고 반지가 들어있으면 결혼 약속을, 없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두 커플들은 결혼 예복을 입고 최종선택에 나섰다.

김광석과 지주희의 최종선택은 둘다 NO였다. 두 사람은 모두 각자의 반지함에 반지를 넣지않았다. 지켜보던 MC들도 의외의 선택에 모두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광석은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 중 하나인 결혼을 100일 만에 결정하는건 저에게 너무 섣부르게 느껴졌다"고 이유를 밝혔다. 지주희는 "저는 100일 만에 결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니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선택이 이별은 아니었다. 지주희는 "결혼은 서로의 속도가 같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신중한 편인 오빠의 속도에 맞춰갈테니 걱정 말라는 의미의 NO였다. 100일이 아닌 365일을 지내보면 그땐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면서 방송이 끝나고도 인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김광석 역시 "섣부르게 하다가 어그러지기보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결정하고 싶다. 주희와는 오늘로 이별이 아니라 앞으로도 잘 만날 것"이라며 열린 결말을 암시했다.

두 사람은 청첩장에 이름 대신, 함께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을 글로 적어 사랑과 응원을 보냈다. 김광석-지주희 커플은 현재도 한때 고비를 넘기고 좋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마지막 커플인 김동욱과 권조이는 둘다 반지를 공개하며 YES를 선택했다. 김동욱은 "조이와 결혼하면 잘 살수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권조이는 "오빠와 결혼안하면 평생 안할수도 있겠구나라는 마음도 들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미소를 지었다.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MC들과 결심남녀들도 두 사람의 선택을 축하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도 두 사람은 방송촬영을 모두 마친 이후로도 결혼을 전제로 아름다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결혼에 진심>은 '남녀가 만난지 100일만에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콘셉트로 출발한다. 기존의 연애 리얼리티들은 대부분 서로를 처음 만나서 이성적인 호감과 설렘을 느끼는 '썸'에서 '밀당'을 거쳐 최종적인 '커플'로 이루어지는 연애의 시작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결혼에 진심>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결혼'에 초점을 맞춰 서로 전혀 모르던 타인들이 인생을 함께하는 동반자까지 될수 있을지를 보여주는데 차별화된 포인트를 내세웠다.

청춘남녀들은 모두 진지하게 결혼상대를 찾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임해야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나이·연봉·자녀계획 등 자신들이 원하는 배우자의 구체적인 조건까지 고려하여 최대한 현실적인 커플 매칭을 추진했다.

하지만 낭만성과 판타지가 강조되던 기존 연애물에, 실제 결혼 선택이라는 리얼리티를 어설프게 덧입히려는 시도는 오히려 독이 됐다. 아직 한창 나이의 솔로 청춘남녀들이 만난지 며칠되지도 않아서 연애관, 직업, 자녀 계획, 가족관계, 경제적 상황 등을 놓고 서로를 저울질하는 모습들은 나름 현실성은 있었지만 연애 리얼리티의 필수 매력포인트인 '설렘'과는 거리가 멀었다.

출연자들도 애초에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야한다는 부담 때문인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는데 신중해지고 방어적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는 출연자들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부각시키는데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또한 콘셉트만 달라졌을뿐 정작 구성 자체는 진부했다. 여러쌍의 청춘남녀가 제주 우도 러브타운이라는 지정된 장소에 모여서 소개팅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1차 커플을 결정짓는 과정은 기존의 수많은 연애 리얼리티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자동차 데이트, 단체로 함께하는 저녁식사와 토크타임, 새 멤버의 중간 투입, 호감도 투표, 취향 데이트로 이어진 구성은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방송 중반에 바닷가에서 벌어진 커플게임 에피소드에서 출연자들의 노출을 부각시키고 게임을 빌미로 스킨십을 유도하는 장면은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더구나 우도 러브타운 이야기가 끝나고, 커플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온 남녀들이 결혼을 전제로 100일 연애를 시작하는 후반부는 아예 긴장감을 잃은 지루한 다큐로 전락했다 . 시종일관 서로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김동욱-권조이 커플을 제외하고, 다른 두 커플의 온도차이는 확연하여 시청자들이 이미 각 커플의 결말을 충분히 예상할수 있을 정도였다.

장거리연애-경제적 문제- 성향 차이 등은 다른 연애 리얼리티에서는 '후일담'으로 다루어졌을 내용들이다. 각 커플들이 일상의 현실적 문제와 직면했을 때 '감정'을 함께 교류하고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조건'을 따지면서 고민하고 주저하는 모습들은, 일반인들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다만 시청자들로서는 굳이 연애 리얼리티물에서까지 팍팍하고 냉정한 현실을 다시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솔로> <돌싱글즈> 등 현실적인 연애물들이 이미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결혼 자체에 조급할 이유가 없는 전문직 남녀들에게 '제한 시간 내에 결혼을 선택하라'는 설정은 무리수에 가까웠다. 결국 <결혼에 진심>은 연애의 낭만성과 리얼리티라는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하나도 확실하게 잡지 못하고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으며 어정쩡한 완결로 막을 내렸다. 출연자들의 언급처럼, 결혼할 인연은 시간이나 조건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서로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감대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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