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신원미상자 18번... 국가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 고 서형주씨의 누나 서이현씨
아래는 2023년 1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나온 발언 전문입니다.[편집자말]
▲ 지난 2022년 11월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부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글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 권우성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서형주 누나 서이현입니다. 먼저 참사 직후 우리 가족이 형주를 찾으며 겪었던 일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10월 30일 새벽 1시경 이태원에 간 형주와 연락이 안 된다는 소식을 듣고 112·119에 실종신고 후 위치추적을 요청하여, 이태원에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이태원에 바로 갔으나, 현장에 접근할 수 없었고, 순천향병원으로 가면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자의 말을 듣고 병원에 가봤지만, 그곳에서도 형주의 신원과 생사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원효로 체육관으로 시신을 이송했다는 소식을 듣고 체육관을 가려 했으나, 곧 다시 변경됐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이태원에 있던 형주의 핸드폰이 경찰서로 이동된 것을 확인하고 용산경찰서로 갔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출입할 수 없고 핸드폰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개별 연락 올 거라더니... 연락은 없었다"
한남동 주민센터에서 실종신고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민센터 3층에서 다시 실종신고를 하였고, 지하에 가족대기실이 있다고 하여 그곳에서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면서 몇 차례 공무원에게 진행 상황을 물어봤었고 개별 연락이 올 것이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신원이 확인되는대로 부상자 및 사망자 명단이 뉴스로 나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뉴스에는 같은 내용만 나올 뿐이었고, 한남동 주민센터에서도 부상자, 사망자 신원확인 및 이송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가족들에게 전혀 설명이 없었습니다.
명단 발표가 아니라도 누구든지 지금 신원 확인, 이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유가족에게 브리핑이라도 해줬다면 동생 소식을 알게 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렇게 막막하고 피 마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오전 11시, 3층에 다시 올라가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달라고 항의하였더니 직원이 이름을 물어봤고, 검색해보더니 '서형주는 일산동국대병원에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까지도 동생이 죽었을 거라 생각을 못 하고, 주민센터 직원에게 명단의 부상 정도가 나오는지 물어봤고, 부상 정도는 나오지 않는다고 하여 병원 이름만 몇 차례 확인 후 병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바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 중에 형주가 그곳에 있는지 확인했으나 이태원에서 온 환자가 없다며 장례식장으로 연결해줬고, 장례식장에서도 '모르겠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병원을 잘못 알았다고 생각하여 다시 주민센터로 돌아가 확인해보니 이름과 병원 이름만 나올 뿐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장례식장으로 전화를 다시 하니, 시신 몇 구가 와 있지만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형주를 확인할 수 없었고, 직접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그것도 안 된다고 하여 다시 주민센터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오후 1시경, 형주의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갔습니다. 가족에게 개별 연락을 해준다고 하였으나, 우리 가족이 장례식장에 도착할 때까지 연락은 없었습니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렸더라면 동생을 찾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동생이 어떻게 일산동국대병원에 가게 됐는지 알고 싶어 소방서에 구급 일지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방서에는 당시 의식이 없었거나 사망한 사람들은 신원 확인이 안 되어서 구급 일지가 없다고 했습니다. 대신 이동 경로는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동생은 임시 건물에 안치해 있다가 새벽 2~3시 사이에 원효로 체육관으로 이송되었고, 6시 50분쯤 일산동국대 장례식장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당시에 신원미상자 18번으로 분류되어 있었다는데, 혹여 신원 확인이 되었어도 신원미상으로 구급일지가 없다는 게 너무 답답합니다.
제 동생은 동행인이 없어서 언제 사망했는지, 이 점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시체 검안서를 받고 제일 먼저 시간을 확인했고, 10시 15분 이전 추정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검안서를 받고 그 시간을 믿었습니다. 그런데 유가족 모임에서 만난 한 희생자 어머니께서 따님의 사망시간은 제 동생과 똑같은 10시 15분 이전 추정인데, 따님은 11시 30분까지 맥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안소에 적힌 시간이 정확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구급일지를 확인하고 싶은데, 그것마저 확인이 안 된다고 합니다.
▲ 지난 2022년 11월 1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메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이희훈
"정부, 공식적으로 유가족 만난 적도, 사과한 적도 없다"
참사 후 우리 가족은 심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통합지원센터 관련 뉴스에서 의료비 지원에 대해 알게 되었고 문의하여 관련 서류를 준비하였습니다. 제가 알아보기 전에 통합지원센터에서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연락이 온 적은 없었습니다. 서류 접수하는 과정에서 통합지원센터, 구청, 시청에서 안내하는 사항이 모두 달라서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통합지원센터는 기한 없이 서류를 메일로 보내라 하였고, 엄마랑 동생이 거주하는 구청 직원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등본상 주소가 김제인 엄마의 경우에는 김제시청에, 주소지가 서울로 되어 있는 동대문구청에 서류를 각각 따로 제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빠가 엄마 의료비 서류를 김제 시청에 제출했는데, 직원은 국민연금공단에 직접 신청하라며 아버지를 다시 돌려보냈고, 저는 결국 통합지원센터로 모든 서류를 보내 의료비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 과정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는 최근 이태원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참사 이후 남은 동생이 심한 우울증을 겪으면서 장애로 인해 대화심리상담을 할 수가 없어서 다른 지원 방안이 있는지 문의하러 간 것이었습니다. 센터 한켠에 있는 방으로 가서 면담을 했는데, 그곳에 유가족들이 얘기하기 위해 마련된 방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다른 유가족들이 오셨냐'고 물어보니 '없었다'라고 했습니다. 당연합니다. 저도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으니까요. 왜 우리가 물어보고 찾기 전에 안내하고 챙겨주면 안 되는 겁니까? '왜 유가족을 만나지 않느냐' 물어보면 '유가족이 싫다고 했다' 합니다. 왜 공간을 마련해주지 않느냐고 하니, 만들었는데 유가족들이 다른 곳에도 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정부는 누구와 이야기하고 결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사가 난 지 76일째이지만 단 한 번이라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유가족을 만난 적도 사과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유가족은 더 외롭고 힘듭니다.
나라와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힘들겠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유가족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정확한 진상규명과 모든 책임자 처벌이며, 동생을 먼저 떠나보낸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서이현씨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서 진술하며 흐느끼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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