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윤심' 놓고 내전격화? 정진석 "자중자애하라"
"친윤·반윤 쓰지 말자"에 이어 재차 과열 자제 촉구... 나경원 측 "이제는 진윤·멀윤"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같은 당 동지들끼리 주고받는 말에 날이 서 있는 것 같다. 이제 전당대회 시작이니까 아무래도 경합을 피할 수 없는 국면이지만…"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시 한번 당권주자들을 향해 자제를 촉구했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후보군 내 갈등이 연일 격해지면서 당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대표 출마자는 물론 우리 당원들은 앞으로 '친윤' '반윤'이라는 말을 쓰지 말았으면 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친 윤석열계' '반 윤석열계'라는 계파가 있을 수 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윤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뛴 우리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은 모두가 다 '친윤'"이라며 화합을 강조한 메시지였다.
그는 16일 오전 기자들 앞에서도 "(당권주자들이) 좀 차분하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내년 총선, 당대표 아닌 윤 대통령 얼굴로 치르는 선거"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내년 4월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질 선거"라며 "나아가 내년 총선은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처"라며 2024년에 치러질 국회의원 총선거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는 "후보들 사이의 과열 경쟁이 그래서 더 염려가 된다"라며 "국민의 지혜와 저력을 믿고 우리 집권여당이 혼연일체 일심동체가 되어서 기필코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야 한다. 3월 전당대회는 그 결의를 다지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전당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이라며 "상대방을 향한 말이, 같은 당 동지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이 서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 당이 공천했던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우리는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를 했다"라며 "지난 5년 동안 우리 당은 고립무원, 한가닥 희망도 없었다. 그러던 중 독보적 정권교체 수단이었던 윤석열 후보에 거는 국민 기대와 우리 당원들의 노력이 5년 만에 정권 탈환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여러 정치평론가들 말이 '내년 총선은 당대표의 얼굴로 치르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건 조금은 맞는 얘기일지 몰라도, 크게는 틀린 이야기"라며 "우리 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 윤석열 대통령의 성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샴쌍둥이 같은 한 몸이 되어야 한다. 혼연일체로 움직여야 한다"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반드시 단결과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당대표가 되려는 분들은 총선 필승을 위한 비전과 방법론을 가지고 당원들의 선택을 구해야 하겠다"라며 "각 후보들과 후보를 돕는 분들"을 향해 "모두가 자중자애하면서 반목과 갈등이 아닌 단결과 화합의 국민의힘을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당내 반발에도... "분란 조장에는 제재 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비대위원장의 메시지가 오히려 또다른 갈등을 촉발하는 모양새이다. 그가 전날 페이스북에 "이번 전당대회를 대통령을 공격하고, 우리 당을 흠집내는 기회로 사용하지 마시라"라며 "당과 선관위원회가 즉각 제재에 나서겠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끌여들여 비하하고 우리 당을 헐뜯어서, 반대 진영에서 환호를 얻고, 그걸 대중적 지지라고 우겨대는 사람들을 우리 당원들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였다.
그러자 당장 유승민 전 의원이 "대통령을 공격하면 당이 즉각 제재한다고 협박한다. 권력에 취해 제 정신이 아닌가 보다"라고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은 "지금이 일제시대인가, 군사독재시절인가, 아니면 여기가 대한민국 아니고 북한인가?"라며 "뭐가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고 비판인지, 그건 누가 재판하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권력에 아부해서 임명된 자들이 판단하는 건가? '윤심 맞춤 윤리위'를 다시 가동하는 건가?"라며 "민심을 버리고 윤심에만 아부해서 당을 망친 자들은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친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향해 기자들은 관련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는 '제재'를 언급한 데 대해 "그런 일 없을 것"이라면서도 "없겠지만, 어쨌든 이런 계제에 당의 어떤 갈등과 반목·분란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메시지가) 부적절하다는 생각은 안 한다"라며 "지금 100% 책임당원들의, 그야말로 단결과 화합의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데 부합하기 위해 우리가 서로 자중자애하며 그야말로 첫째도 둘째도 우리 혼연일체의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께 보여주는 그런 노력들을 기울여야겠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라고도 덧붙였다.
대통령에 대한 공격과 건강한 비판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 이어 나왔으나, 정 비대위원장은 "이미 대답을 했다"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나경원 측 "친윤·반윤 이야기하지 말라? 이제는 진윤·멀윤"
▲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나경원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친윤·반윤 얘기하지 말라니까 이제 '진윤'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라며 "진윤이라고 저는 얘기하기로 했다. 진윤과 멀윤"이라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꼬집으며 '진짜 윤석열 대통령 측 인사'를 진윤, "멀리 있는 사람들"은 '멀윤'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는 "제2의 진박 감별사가 나오는 이런 당의 행태들 어떤 공정하지 못하고 대통령 측근들이 나서서 나경원 (전) 대표를 총 공격하는 이런 양태에 대해서 국민들이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여러 진윤 의원들이 나서서 나 의원을 공격하고 있는데 부작용이 오히려 더 크다. 거부감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대통령의 뜻을 곡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이 며칠 사이에 행보라든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출마 의지는 명확해 보이지 않느냐?"라며 "다만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서 외국에 나가 계시고 하니까 그 기간에 어떤 의사를 밝히는 것은 좀 예의가 아니다. 그래서 귀국 후의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제가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끝난 후, 나 전 의원이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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