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계절, 겨울이다. 올 겨울은 동장군이 벌크업이라도 하셨는지 유독 매섭게 춥다. 추위를 조금 떨쳐내려 시린 발을 동동 구르고, 언 손을 호호 불어 봐도 여의치 않다.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남들은 반팔을 입고도 '덥다, 덥다' 하는 오뉴월에도 혼자 '춥다, 춥다'를 외치는 나에게 올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하다.
이런 겨울을 버텨내는 나만의 비결 중 하나는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구운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면 나는 잠시 천국을 찍고 현실로 돌아온다. 따뜻한 어묵 국물과 매콤달콤한 떡볶이를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땅콩빵, 국화빵, 계란빵, 타코야키, 떡꼬치, 핫도그 등등등 어느 하나 빼면 서운한 겨울나기 먹거리들이다. 나에게 그 중에 최고는 단연 붕어빵이다.
안타깝게도 내가 사는 동네는 오피스텔촌이라 그런지, 이런 노점 음식들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20분쯤 걸어 아파트촌이나, 번화가 쪽으로 가야 실물 영접이 가능했다. 그러다 몇 년 전, 드디어 내가 사는 집 근처에도 겨울이 되면 할아버지가 오셔서 붕어빵을 팔기 시작하셨다. 오호, 말로만 듣던 '붕세권'(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지역)이었다.
할아버지가 자리를 잡고 장사를 시작하신 게 벌써 5~6년 전이었다. 당시에도 이미 나이를 지긋이 드신 백발의 할아버지는 비록 손은 빠르지 않으셨지만, 천천히 그러나 정성껏 붕어빵을 구워주셨다. 팥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에 딱 맞게 단팥을 듬뿍 넣어 바삭하게 구워낸 붕어빵을 그 자리에서 바로 한 입 베어 물면, 한겨울 추위는 물론 그날의 시름조차도 사르르 녹아버렸다.
당초에는 큰길가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어느 날 길 안쪽으로 장소를 옮기셔서 여쭤보니 누군가 '노점상이 길에서 장사를 한다'고 신고를 해서 큰길에서는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하셨다. 손님이 많이 줄어 걱정이라던 할아버지의 표정은 조금 풀이 죽어보였다. '내가 더 팔아드려야지!' 속으로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가 시작되며 붕어빵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3년이 흘렀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그쪽 길을 지나갈 때도 할아버지를 뵐 수는 없었는데, 올해 붕어빵이 먹고 싶어 마음먹고 찾아간 그곳에도 붕어빵 할아버지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창 장사를 하실 때는 쉬는 날에도 붕어빵을 파는 기계를 줄로 단단히 묶어 그 자리에 두셨는데, 올해는 기계조차 없이 휑하니 자리가 비어 있다. 혹시 오늘은 나오셨을까, 한 번, 두 번, 세 번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덩그러니 비어있는 빈자리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붕어빵 파는 장소를 알려주는 앱으로 확인해 보니, 그 할아버지가 올해는 개시를 안 하셨다는 글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우리 동네에 나 말고도 붕어빵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했다. 원재료 값이 너무 올랐다던데 재료값이 비싸져서 그냥 장사를 접으신 건지, 연세가 적지 않으셨는데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괜히 쓸데없는 생각마저 든다.
할아버지가 구워주신 붕어빵을 다시 맛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신 붕어빵을 먹을 수 없다 해도 할아버지께서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따뜻한 겨울을 나고 계시길 바란다. 붕어빵도 좋았지만, 추운 날씨에도 따스한 말 한 마디와 함께 맛있는 붕어빵을 구워주시던 할아버지도 참 좋았다. 나에게 붕어빵이라는 작은 기쁨을 건네주시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가 기억에서 더 또렷해지는 겨울이다.
이런 겨울을 버텨내는 나만의 비결 중 하나는 길거리 음식을 먹는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구운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면 나는 잠시 천국을 찍고 현실로 돌아온다. 따뜻한 어묵 국물과 매콤달콤한 떡볶이를 더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다. 땅콩빵, 국화빵, 계란빵, 타코야키, 떡꼬치, 핫도그 등등등 어느 하나 빼면 서운한 겨울나기 먹거리들이다. 나에게 그 중에 최고는 단연 붕어빵이다.
▲ 겨울나기 먹거리 중 나에게 최고는 단연 붕어빵이다 ⓒ Pixabay
안타깝게도 내가 사는 동네는 오피스텔촌이라 그런지, 이런 노점 음식들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20분쯤 걸어 아파트촌이나, 번화가 쪽으로 가야 실물 영접이 가능했다. 그러다 몇 년 전, 드디어 내가 사는 집 근처에도 겨울이 되면 할아버지가 오셔서 붕어빵을 팔기 시작하셨다. 오호, 말로만 듣던 '붕세권'(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지역)이었다.
당초에는 큰길가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어느 날 길 안쪽으로 장소를 옮기셔서 여쭤보니 누군가 '노점상이 길에서 장사를 한다'고 신고를 해서 큰길에서는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하셨다. 손님이 많이 줄어 걱정이라던 할아버지의 표정은 조금 풀이 죽어보였다. '내가 더 팔아드려야지!' 속으로 마음먹었던 것과는 달리 코로나가 시작되며 붕어빵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3년이 흘렀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그쪽 길을 지나갈 때도 할아버지를 뵐 수는 없었는데, 올해 붕어빵이 먹고 싶어 마음먹고 찾아간 그곳에도 붕어빵 할아버지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창 장사를 하실 때는 쉬는 날에도 붕어빵을 파는 기계를 줄로 단단히 묶어 그 자리에 두셨는데, 올해는 기계조차 없이 휑하니 자리가 비어 있다. 혹시 오늘은 나오셨을까, 한 번, 두 번, 세 번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덩그러니 비어있는 빈자리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붕어빵 파는 장소를 알려주는 앱으로 확인해 보니, 그 할아버지가 올해는 개시를 안 하셨다는 글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우리 동네에 나 말고도 붕어빵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는 듯했다. 원재료 값이 너무 올랐다던데 재료값이 비싸져서 그냥 장사를 접으신 건지, 연세가 적지 않으셨는데 아프신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괜히 쓸데없는 생각마저 든다.
할아버지가 구워주신 붕어빵을 다시 맛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신 붕어빵을 먹을 수 없다 해도 할아버지께서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따뜻한 겨울을 나고 계시길 바란다. 붕어빵도 좋았지만, 추운 날씨에도 따스한 말 한 마디와 함께 맛있는 붕어빵을 구워주시던 할아버지도 참 좋았다. 나에게 붕어빵이라는 작은 기쁨을 건네주시던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가 기억에서 더 또렷해지는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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