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의 명예회복이 최고의 명절 선물이 되었으면
[제주 4·3 희생자 재심재판 방청 후기]
▲ 제주지방법원제주지방법원 ⓒ 제주다크투어
2023년 1월 17일 화요일 오전 10시 30분,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는 제주4·3수형인희생자에 대한 제2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1948년 내란죄 등으로 기소된 고(故) 김두하님 등 4명과 1949년 국방경비법 위반으로 기소된 고(故) 백해완님 등 26명, 총 30명에 대해 전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망 오병주님의 딸 오OO님은 "너무 어린 시절이라 아버지(망 오병주님)의 얼굴도 모르고 사진 한 장도 없이 살아왔습니다. 할머니께 아버지가 어디갔냐고 물으면 어디 가버렸다고만 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잘 돌봐주셨지만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사는것보다 고생을 더 하고 살지 않았겠습니까. 아버지 없이 살아온 것이 한이 되고, 꿈에도 한번 나오질 않은 것이 한이 됩니다.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가 많지만 명절이면 특히 더 보고 싶습니다. 평생 아버지 얼굴이라도 한 번 봤으면 원이 없겠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망 강정열님의 조카 진OO님은 "오늘 재판을 통해서 영령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영령들에게 큰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장님께 고맙단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리고, 앞으로도 우리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형사재판에서 죄를 지었다고 확신할 만한 증거가 없으면 유죄로 판단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오늘 재판받는 30명에 대해 죄를 저질렀다는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또한 "이번이 22차 직권재심 재판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이번 설 명절은 억울함을 풀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이며 재판을 마쳤습니다.
이제 곧 설날입니다. 오랜만에 온 친척이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 명절이지만, 4·3희생자 유족들은 오랜 세월 죄책감과 슬픔을 삼켜야 했습니다. 재판부의 말처럼 이번 설날에는 무죄판결을 받은 희생자와 유족들이 억울함과 서러움을 풀고, 75년 만의 명예회복이 최고의 '명절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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