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중고생연대를 "성인 이념 단체"로 몰아간 서울시의 황당 근거
촛불중고생시민연대 '표적 탄압' 논란... 서울시가 지적한 회원명부는 원래 '성인'만 등록 가능
▲ 서울시가 지난 17일 발표한 설명자료. ⓒ 서울시
서울시가 '윤석열 퇴진' 촛불을 들어온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대해 감사를 벌인 뒤 "중고생이 주축이 된 단체가 아닌 성인들로 구성된 사실상 정치이념 단체"라는 자료를 냈고, 이를 대부분의 언론들이 그대로 보도했다. 근거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서울시에 냈던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신청용 회원명부였다.
하지만 서울시 자체가 관련 회원명부에 대해 "미성년자인 중고생들의 이름을 올리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고, 행정안전부 또한 '비영리민간단체등록업무 편람'(지침)에서 "회원등록은 성년자로만 한정할 것"을 지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낸 설명자료에서 "감사 결과,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중고생 민주시민교육, 학생인권 보장 활동 등을 하는 중고생 단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회원들의 연령과 활동 내용을 보면 중고생이 주축이 된 단체가 아닌 성인들로 구성된 사실상 정치이념 단체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서울시는 다음과 같은 수치를 제시했다.
-2021.3. 회원명부(100명) : 만19세 34명, 20~30대 50명, 40~50대 14명, 60대 이상 2명
-2022.11. 회원명부(100명) : 만18~19세 3명, 20~30대 19명, 40~50대 60명, 60대 이상 18명
이 같은 자료를 본 <조선일보>는 18일자 "'촛불 중고생 연대' 알고 보니 회원 97%가 성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실상 성인들로 구성된 정치 이념 단체 아닌가"라고 개탄했다. <중앙일보>도 지난 17일 "'尹퇴진' 외친 중고생단체 반전…10대 단 3%뿐인 정치이념단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언론들이 제시한 근거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서울시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위해 낸 회원명부를 서울시가 나이별로 분류한 수치다.
이와 관련 최준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우리 단체가 서울시에 회원명부를 보낸 2021년 3월은 중고생 회원이 410명이었고 2022년 11월에도 중고생 회원 300~400명을 꾸준히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에 우리 단체 회원명부에 중고생 회원 명단을 적지 말라고 안내한 곳은 지금 우리 단체를 성인들의 정치단체라고 문제 삼은 서울시"라고 밝혔다.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위해 미성년자 회원까지 적어내려고 했더니 성년만 적으라고 해서 후원회원까지 포함한 성인들의 이름을 적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 행정안전부가 만든 '비영리민간단체등록업무 편람'. ⓒ 행정안전부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행정안전부가 만든 지침을 살펴본 결과 정부는 유권해석에서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은 공익활동 수행능력 구비여부를 확인해 자격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으로 '상시 구성원 수가 100인 이상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바, 구성원은 의사능력이 있는 성년자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유권 해석했다.
이와 관련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서울시 조사담당관실 관계자도 <오마이뉴스>에 "해당 단체 회원명부에 중고생들을 기입할 수 없다"고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
서울시 감사 당사자도 "중고생 기입은 불가" 시인, 그런데 왜?
이 관계자는 '이런 사실을 알고도 왜 서울시 설명자료에서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성인들로 구성된 정치이념단체라고 주장했느냐'고 기자가 묻자, "그 단체의 설립목적이나 당초 설립목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그렇게 지적할만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가 해당 단체에 대해 무리하게 표적탄압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물음에 대해 "그 질문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의견을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소속 학생들이 지난 14일 서울시의 탄압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윤근혁
서울시는 같은 설명자료에서 촛불중고생시민연대 감사와 관련해 "회원명부(100인)에서 무작위로 연결된 12명 중 10명이 촛불연대 및 그 전신(전국중고등진보동아리총연합회)의 회원이 아니거나 단체명조차 모른다는 사람들로 확인되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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