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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어' 발설한 윤 대통령, 어떻게 수습할 셈인가

[분석] 반헌법적 비밀 군사동맹을 공개... 정략과 전략 균형 어긋나면, 국가는 위기에 빠져

등록|2023.01.20 20:27 수정|2023.01.20 20:42
"이란은 적"이라고 말한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 발언이 논란입니다. 이에 대한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겸임교수(전 정의당 의원)의 진단을 싣습니다. [편집자말]

▲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 원자력공사(ENEC)는 지난 2009년 12월 27일 중동지역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UAE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에 한전컨소시엄이 프랑스(Areva)와 미국(GE)-일본(Hitachi)컨소시엄과 경합 끝에 최종사업자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 청와대


논란의 비밀군사협약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의 원전 수주전은 한국이 프랑스에 완패하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그해 말에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를 만나고 난 뒤에 반전이 일어났다.

UAE 측은 "한국이 UAE의 안보를 위해 무엇에 기여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한국 측은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고, 그러자 UAE는 '양국의 비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UAE 유사시 한국군 부대 파병을 의무화하는 자동개입 약속, 평시에도 전투부대 주둔 및 UAE 군 교육훈련과 정보, 군수지원까지 한다는 한국 정부의 의무를 담고 있다.

이런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가 우리 정부의 외교부와 법제처, 국방부에 전달되었다. 이 문서 초안을 보고 외교부에서는 '헌법을 위반하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비판에 직면하자, 이렇다가 원전 수출이 무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 이 대통령은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UAE로 급파했다.

이후 김 장관은 연거푸 세 번이나 UAE를 방문하면서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UAE 측은 이를 수용하였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2018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 비준을 놓고 많이 고민했다. 제일 큰 문제는 국회에 가져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공들인 게 다 무너지는 거다. 그래서 내가 책임을 지고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협약으로 하자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협약이 체결되고 얼마 후 UAE는 차기 원전을 한국에 발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1년에 특전사의 1진이 UAE로 파병되었다. 협약에 따라 평시에 전투부대를 UAE에 상주시켜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그게 바로 현재 UAE에 나가 있는 아크부대다.

이 부대는 평화시에 UAE 군에 대한 교육훈련과 작전지도의 역할도 수행한다. 뿐만아니라 한국은 UAE 군 현대화를 위한 무기체계와 기술과 정보지원까지 약속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없는 '자동개입' 조항이 들어간 이 협약으로 인해 한국은 졸지에 UAE의 비밀 동맹이 되고 말았다.

한편 이 비밀협약의 존재를 모르고 2017년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자꾸 UAE 측으로부터 무리한 군사 지원 요구가 들어오자 뒤늦게 이전 정부가 비밀 군사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이 협약에 대해 송영무 국방장관은 UAE를 방문하여 '일부 조항 수정'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UAE는 크게 격분했다. 이에 놀란 문재인 대통령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UAE에 대통령 특사로 급파하여 사태를 수습하도록 했고, 협약을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절충했다. 이후 UAE의 아크부대는 UAE의 허락이 없으면 철군할 수 없는 '지정학의 인질'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 금기어를 발설하다
 

▲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중인 아크부대를 방문, UAE측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월 15일 이 아크부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운영되고 있는 한-UAE 비밀 군사 협약의 존재를 인식한 게 분명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이란은 적", "UAE는 형제국"이라는 발언이 저절로 나왔을 수가 없다.

아크 부대에게 말한 비상식적인 "여기(UAE)가 조국"이라는 독특한 발언의 진정한 배경은 한국과 UAE는 이미 안보공동체로 묶여 있으며, UAE는 원전과 차세대 미래기술에 대한 한국 투자 대가로 한국군 부대를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비밀 협약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매우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헌법상 국군의 파병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UAE 유사시에 우리 국회가 이를 동의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윤 대통령은 모르는 것 같다. 유사시 파병을 전제로 한 이런 비밀협약 자체가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중대한 국기 문란이라는 점을 더더욱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8년 1월에 "원전 수출 당시 이면 합의는 없었다"며 거짓말을 하고, 한사코 비밀협약을 은폐하려던 중요한 이유를 윤 대통령 혼자만 모르는 것 같다.

UAE의 안보를 우리가 책임지고 있다는 말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이에 대한 비밀 유지는 오히려 UAE가 우리에게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UAE가 외국군을 끌여 들여 자신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수니파와 시아파를 막론하고 외세에 원초적 반감이 있는 이슬람 전체로부터 비판과 조롱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중동 국가와의 원만한 관계 설정과 교민 안전을 위해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발언 참사 이후가 더 문제

그런데 윤 대통령이 민감한 사안을 말해버리자 상황을 관찰하던 이란이 우리에게 항의하고 해명을 요청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외교부의 거짓 해명은 더 가관이다. 이란의 반발을 걱정했는지 외교부는 "아크부대는 비전투부대"라고 해명했는데, 특전사 정예 요원이 어떻게 비전투부대인가. 자꾸 이런 거짓말과 무성의한 해명이 쌓이면서 이란은 우리가 국내에 동결한 70억 달러의 이란 돈에 대해 강력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갈등 요인이 분출되면 이란 정부나 이란 외교부는 회유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혁명수비대를 관할하는 이란의 강경파들이 자극을 받아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행동을 개시할 가능성도 있다. 2021년에 유조선 한국케미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사건을 수습하러 당시 이란을 방문했던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온건파인 이란 외교부에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우리가 제공하지 않는다면 통제 불능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필자에게 설명한 바 있다.

이란에 해명을 하거나 발언을 수정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외교부더러 수습하라며 사태를 방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 역시 이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금은 대통령 특사라도 파견해야 할 중대한 국면이다. 정략(政略)은 "적을 만들지 않는 책략"인데 반해 전략(戰略)은 "있는 적을 이기는 책략"이다. 정략과 전략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극단으로 치우치면 매우 국가는 위기를 자초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몸소 이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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