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특별한 소원, "아이에게 한명의 친구라도 생겼으면"
사춘기 온 경계선지능 아동들, 소통·사회성 부족으로 또래관계에 어려움... 맞춤형교육 필요
▲ ⓒ 충북인뉴스
엄마라는 이름으로 견뎌야 하는 무게는 얼마나 되는 걸까? 세상의 모든 엄마가 그러하겠지만, 경계선지능 아동을 키우는 엄마들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겁다.
'아이의 지능이 평균보다 낮은 것이 혹시 나 때문인가', '내가 지금보다 더 노력하면 아이가 좋아질 거야', '조금만 더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 등의 말들을 경계선지능 아동 엄마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참고 되뇌인다.
"다운증후군이긴 하지만 이 아이는 앞으로 지능이 100 이상으로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어요. 지금은 딱 경계선이에요. '엄마가 얼마나 뛰느냐'에 달려 있어요.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아이는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어요."
모자이크 다운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들은 지 어느덧 10여년이 훌쩍 지났다. 그 사이 아이는 몸도 마음도 커졌다.
그러나 의사의 말은 아직도 은미씨 머릿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날 이후 은미씨의 모든 일상은 아이에게 맞춰졌고, '아이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희망의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무겁고 어려운 숙제로 자리 잡았다. 기분이 좋은 날에도, 슬픈 날에도, 아이가 아플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이 아플 때도, 모든 화살은 자신에게로 향했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기준이 되었다.
아직도 은미씨는 아이의 약한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을 몰아세운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아이가 힘들어하지는 않았을텐데, 수도 없이 후회와 자책감이 밀려온다.
박은영씨(가명) 또한 올해 5학년이 되는 경계선지능 아동을 양육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말이 느려 소통이 잘 안되었던 아이는 돌발행위가 잦았다. 그때마다 아이의 대한 주변의 비난은 이어졌고 그 화살은 엄마에게 고스란히 쏠렸다. 엄마는 이를 홀로 감당해야 했고, 상처받았을 아이를 보듬는 것 또한 오로지 엄마만의 몫이었다.
남편을 비롯해 시부모는 아직도 아이의 지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때로는 아이를 윽박지르며 학습을 강요할 때도 있다. 아이의 위축된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엄마뿐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낄 때, 아이가 힘겨워할 때마다 엄마는 매일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채찍질한다. 아이의 유일한 친구이자 보호자는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다짐한다.
부족한 사회성, 친구관계가 제일 큰 걱정
그런데 이들에게 요즘 문제가 생겼다. 초등 저학년을 지나 본격적인 사춘기를 맞이한 아이를 보며 엄마들은 부쩍 무기력감에 빠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어릴 적에는 자신에 따라 아이의 발달이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며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이제는 엄마도 어찌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바로 사회성, 친구 관계다. 경계선지능인들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사회성과 또래관계에 어려움을 느낀다. 또래집단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겉돌면서 위축감은 누적되고, 성격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문제가 생겼어요. 바로 친구관계에요. 억지로 친구를 맺어줄 수는 없잖아요. 교사도 부모도 해줄 수가 없어요."
학교에서 말 걸어주는 친구 한명 없이 외롭게 지냈을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요즘 은미씨와 은영씨의 유일한 바람은 딱 한가지다. 바로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단 한명의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아이는 늘 그림을 그려요.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림이 좋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버티고 있는 것 아닌지. 마음이 너무 아파요."
엄마들은 오늘도 마음속으로만 기도한다. '아이에게 단 한명의 친구라도 생기길.'
이제는 자신의 어깨에 얹어진 무게마저 무감각해하는 엄마들. 그들은 말한다. 장애와 비장애 사이 경계에서 애매하게 서 있는 아이들을 조금만 보듬어줄 수는 없냐고. 그리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조금만 기다려줄 수는 없냐고. 제발 아이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해줄 수는 없는 거냐고.
엄마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날을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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