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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기초수급자도 포괄 못하는 에너지바우처... 화장실 빙판되는 주거빈곤 해결 필요

등록|2023.02.01 11:45 수정|2023.02.01 11:47
에너지 요금 인상에 따른 난방비 대란을 다루는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혹한의 고통을 드러내는 사진과 영상이 언론과 포털의 메인에 오르고,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각종 팁을 전하는 뉴스들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도 민감하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작년 10월,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여름철 전기요금을 차감하고, 겨울철에는 난방요금 차감 또는 난방 연료 구입비를 지원하는 제도) 가구당 평균 지원 단가를 연간 1만 3000원 인상했다. 더불어 지난 1월 26일, 대통령실은 겨울철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를 연간 15만 2000원에서 30만 4000원으로 2배 인상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발맞춰 바로 다음날 산업통산자원부는 집단에너지 업계와 취약계층 지원대책 회의를 열고, 1~3월 동안 97억 원(기존 지원액 포함) 규모의 한시적 기본요금 감면 및 지원을 하기로 하였다. 같은 날 서울시도 구청장 회의를 열고 기초생활수급 약 30만 가구에 10만 원씩 지원하기로 하였다.

지난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다음날 대통령실은 "차상위 계층까지 난방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가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중산층 지원 방안 계획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비가 부족하다니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어찌 보면 시의적절한 지원인 듯하다. 그러나 한낱 대증요법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층 깊은 진단과 대책이 필요하다.

에너지바우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모두 포괄 못해 

지원 금액의 한시적 확대는 향후 지속될 에너지 위기의 답이 될 수 없다. 현행 에너지바우처의 지원 대상은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생계, 의료" 및 "주거, 교육" 급여 수급 세대 중 노인, 영유아, 장애인, 임산부, 중증·희귀·중증난치질환자,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가정위탁보호 아동 포함)이 있는 세대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모두에게 주는 게 아니라 이와 같은 '세대원 특성기준'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 더욱이 기초생활보장 주거, 교육 급여 수급자는 2022년도 한시 지원대상일 뿐, 2023년 사업분(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부터는 지원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은 2022년 117.6만 가구(추경)에서 2023년 85.7만 가구로 축소됐다.

그동안 에너지바우처는 2018년에 중증 및 희귀난치성질환자, 2019년에는 한부모 및 소년소녀가정세대를 지원대상으로 포괄하는 등 점차 지원대상을 확대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포괄하지 못하는 빈약한 제도라는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최소한 기초생활수급자 모든 가구를 포함하도록 지원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적정 예산이 편성돼야 한다.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와 지원 대상의 점진적 확대 기조에 따라 에너지바우처 예산은 2019년 997억원에서 2022년 2305억원으로 증액되었다. 그러나 2023년 예산은 지원 대상 축소로 다시 1909억 원으로 삭감되었다. 더군다나 정부는 "동절기 지원단가 추가인상에 따른 재원 부족 시 '23년 하반기부터 집행예정인 '23년 에너지바우처 예산을 '23년 초에 당겨 사용하여 지원"할 계획이다(산업통산자원부, 2023.1., 2023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자료). 에너지바우처 지원 단가 인상에 대한 별도의 예산 대책도 없이 일단 발표부터 하고, 모자란 돈은 안 그래도 쪼그라든 2023년 예산을 갖다 쓰겠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에너지 원료비 상승, 그에 따른 요금 인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탕주의식 재정 운용은 무책임할 뿐이다. 

모르면 지원 못 받는 에너지바우처... 제도 진입 장벽 낮춰야

에너지바우처는 신청 대상이 제한적인 것과 함께 모르면 못 챙겨 먹는다는 한계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에너지바우처 집행실적 분석에 따르면 해마다 상당한 불용액이 생기는데, 동절기 바우처의 불용액은 2017년 51억 원에서 2021년 305억 원으로 확대되고 있다(국회예산정책처, 2022.10. 2023년도 예산안 주요 사업 평가).

불용액 발생의 이유는 제도 접근성이 낮다는 데 있다. 에너지바우처 지원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돼야 하는데,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서에는 에너지바우처 신청란이 없다. 더욱이 에너지바우처는 별도로 정한 신청 기간(2022년 사업은 2022년 5월 25일 ~ 2023년 2월 28일)에만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청 기간을 폐지하고, '사회보장 급여 신청서' 상 에너지바우처 신청란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 동자동 쪽방 건물 내 붙어 있는 안내문. 임대인이 난방비 인상으로 월세 3만원을 인상할 것을 통지하고 있다. ⓒ 홈리스행동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는 에너지바우처 대상 여부를 가르는 일차적 기준(소득 기준)이 된다. 그러나 국민기초보장제도는 에너지바우처의 도움 없이 그 자체만으로 에너지 빈곤을 해소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급여의 내용으로 "의복, 음식물 및 연료비와 그 밖에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금품을 지급"(제8조 1항)하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주거급여를 통해 "주거 안정에 필요한 임차료, 수선유지비, 그 밖의 수급품을 지급"(제11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임차인인 한, 주거급여는 임차료만을 지급하는 데에 그친다.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의 30%로 일괄 책정된다. 따라서, '기준중위소득'을 얼마로 하는지가 관건인데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020년도에 스스로 정한 기준중위소득 산출 산식(최신 3년간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평균 증가율(기본 증가율) 적용, 통계원 변경에 따른 추가 증가율 적용, 변경 가구균등화 지수 적용)을 재정 여건 등을 빌미로 따르지 않고 임의로 낮게 편성해 왔다.

작년 7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2023년 기준 중위소득을 5.47% 증가시켰을 뿐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 합당한 연료비가 포함돼 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법률이 정한 생계급여 최저보장수준을 보장하려면 일시 지원금과 같은 임기응변이 아닌, 물가 인상 요인을 반영한 적정 기준중위소득을 산출하도록 해야 한다.

주거 빈곤 문제 풀어야 에너지 빈곤도 해결 가능 

끝으로, 난방비 급등에 따른 에너지 빈곤은 대체로 주거 빈곤층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13일, 인천의 한 고시원에서 불이 나 거주하고 있던 2인이 사망했다. 소방에 따르면, 침대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21일 방문한 동자동 쪽방의 한 주민은 한낮 실내임에도 방한 점퍼를 입고 있었다. 심야전기 온돌 판넬로 난방을 하는 집이라 낮에는 방이 말 그대로 냉골이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쳐 화장실에서 흘러나온 물이 얼어 계단은 빙판이 되었다. 작년에 건물주가 재래식 화변기를 수세식 양변기로 바꾸면서 임대료를 1만 원씩 올렸는데, 단열에 취약한 건물이다 보니 수도관이 동파돼 화장실 바닥은 물론 모든 계단이 얼음으로 뒤덮인 것이다. 요 며칠 새 주요 포털에 '얼음 계단'으로 나오는 바로 그 집이다.
 

▲ 화장실에서 새는 물이 얼어 온통 빙판이 된 동자동 쪽방 내부 ⓒ 홈리스행동

 

▲ 화장실에서 새는 물이 얼어 온통 빙판이 된 동자동 쪽방 내부 ⓒ 홈리스행동


동자동 쪽방 주민들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한 연구는, 쪽방 주민들의 연간 탄소 배출량이 3.98톤으로 월드뱅크 기준 2016년 한국 1인 평균의 1/3수준이라고 한다. 쪽방 주민들은 에너지 사용을 통해 연간 1.28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이 역시 한국인 평균의 1/3에 지나지 않았다(강준모, 2021, 쪽방촌과 탄소배출 불평등).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에너지 비용이 없고, 개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는 주거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목숨을 걸고 전열 기구를 써야 하는 고시원, 겨울이면 실내가 빙판으로 변하는 쪽방. 이런 문제를 한시적 난방비 보조로 풀 수는 없는 일이다. 해답은 비적정 주거를 적정 주거로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

2월 5일이면, 동자동 쪽방 지역에 공공주택을 건설하여 주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서울역(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이 발표된 지 만 2년을 맞는다. 계획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공주택사업 절차의 시작으로, 2021년에 완료되었어야 할 '지구지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창신동 쪽방은 쪽방 주민 등 거주자에게 임시 거주 주택을 제공하고, 재정착을 이루도록 하는 창신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 고시된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정문헌 신임 종로구청장은 계획을 변경해 해당 지역을 100층 규모 초고층 건물, 공항 터미널이 들어서는 '창신동 미래도시 프로젝트'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해 주민들의 주거 전망은 미궁에 빠진 상태다.

한해가 멀다 하고 고시원 화재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를 적정 주거로 변화시키기 위한 계획은 없다. 지자체의 건축조례로 "실별 최소 면적, 창문의 설치 및 크기 등의 기준"을 정하도록 '건축법시행령'이 개정됐으나, 2022년 7월 1일 이후 신규 내지 변경 개설된 고시원에만 적용돼 오래되고 열악한 고시원은 정작 여전히 사각에 처하도록 제도화된 것이다.

주거 빈곤을 뿌리로 하는 에너지 빈곤은 한시적 요금 지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쪽방 등 비적정 주거를 적정 주거로 다시 건설하고, 고시원 등 모든 주거 용도의 거처에 최저주거기준을 적용하여 적정 주거 환경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주거 빈곤 대책과 동떨어진 에너지 빈곤 대책은 공허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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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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