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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을 매개로 한 전위예술가 톰 벌레인

톰 벌레인(1949-2023)

등록|2023.01.30 16:33 수정|2023.01.30 16:34
펑크 록에 전위적, 실험적 요소를 더한 하위 장르 아트 펑크. 뉴욕 출신 록 밴드 텔레비전의 1977년 작 < Marquee Moon >은 역설적 두 단어의 결합으로 파생된 이 장르의 명반으로 꼽힌다. 펑크의 신작로를 건설한 텔레비전의 음악적 두뇌 톰 벌레인이 지난 23일 세상을 떠났다. 장기하와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등 그를 존경했던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추모의 글을 남겼다.

벌레인의 취향은 텔레비전의 음악색을 결정했다. 1970년대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 록 시기에 심취했던 벌레인은 < Marquee Moon >에 재즈의 즉흥성과 변칙성을 심었다. 프랑스 시인 폴 베를렌으로부터 이름을 따온 그답게 자유로운 가사도 전위(前衛)의 발로. 펑크 록으로서 이례적인 10분 길이의 'Marquee moon'은 텔레비전의 음악성을 집약했다. 펑크의 테두리 아래 같은 해에 나온 섹스 피스톨스의 < Never Mind The Bollocks, Here's The Sex Pistols >와 확연히 다르다.
 

▲ Marquee Moon(1977) 과 Tom Verlaine(1979) ⓒ 염동교


CBGB와 Max's Kansas City에서 라이브 무대를 펼치며 뉴욕의 대표적 펑크 집단으로 부상한 텔레비전은 다음 해에 2집 < Adventure >로 기세를 이어갔다. 전작의 야심에 못 미치나 'Glory'와 'Ain't that nothin''의 독창적 사운드는 유효했다. 밴드의 또 다른 기타리스트 리처드 로이드의 활약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음악적 견해차와 로이드의 약물 문제로 텔레비전은 1992년 작 < Television >까지 13여년 간의 휴지기를 가졌다. 그간 벌레인은 2~3년 주기로 꾸준하게 솔로 앨범을 내놓았고 첫 번째 앨범 < Tom Verlaine >(1979)과 < Dreamtime >(1981)이 호평 받았다. 텔레비전의 연장 선상처럼 느껴지는 두 작품은 밴드 내 벌레인의 음악적 비중을 드러냈다. < Tom Verlaine >의 수록곡 'Kingdome come'은 데이비드 보위가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거칠고 파괴적인 이미지 대신 냉소와 풍자를 드리운 가창과 다채로운 테크닉의 기타 연주, 다중적인 노랫말은 아트 펑크의 기준점을 제시했다. 그는 음악을 매개로 한 전위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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