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또 검찰 간다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대선 패배 대가"
[긴급 기자간담회] 검찰 추가 출석요구 응하기로 "옳지 않지만... 검찰권 남용 대표사례"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를 두고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며 "모욕적이고 부당하지만, 패자로서 오라고 하니 또 가겠다"라고 말했다. 또 동료 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동행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대표는 30일 오전 국회의사당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가소환에 대한 질문이 이어져서 말씀드린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여러분이 보도한 내용과 어제 있던 일들을 종합해서 보니, (검찰이) 시간을 끌어서 재소환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 게 분명한 것 같다"며 "조사하고 난 다음에 조서가 199페이지더라. (수사팀이) 준비한 질문지가 100장 분량이었다고 하는데, 제가 30페이지 넘는 진술서를 냈고 '진술서로 답을 갈음한다'고 했는데"라고 했다.
그러면 '남은 질문은 얼마나 있냐' - '말해 줄 수 없다', '시간이 얼마 더 필요하냐' - '그것도 말해줄 수 없다' 그러더니 했던 질문 또 하고, 냈던 자료 다시 내서 물어보고 이런 현상이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끌어서 재소환의 명분을 만들려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저는 이게 검찰권 남용의 대표 사례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검사독재정권, 장기집권 꿈꾸는 것 아닌가"
이재명 대표는 또 검찰이 수사·기소권 남용을 넘어서 스스로 '권력'이 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검사의 나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국민의 나라에서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나라가 되고 있다. 지금은 검사독재정권이 탄생하고 있는 과정 같다. (중략) 검사독재정권에선 최소한의 배려나 고려도 하지 않는다.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이 공포정치를 통해서 국민을 억압하고 야당을 말살하고, 검사 독재정권 중심의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심지어 여당 안에서도 제거작업이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대표는 "또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추가 출석 요구가 "참으로 억지스럽고" "참으로 옳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결국 제가 부족해서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저의 부족함으로 선거에서 패배했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 각 분야가 퇴보하고 국민들께서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며 "제가 승자의 발길질을 당하고 또 밟힌다 한들 우리 국민들의 고통에 비교하겠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대신에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며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에게 "이번에는 정말로 (출석 현장에) 오지 마시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게 갈등과 분열의 소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 일부러 그런 것들을 상대가 기대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정말로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아무리 마음 아프더라도 절대 오지 마시라"라고 말했다. 또 "우리 지지자 여러분도 마찬가지"라며 "그 추운날에 너무 고통받지 마시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결국 이 사건은 기소가 된다. '답정기소(답은 정해져 있고 기소)' 아닌가. 기소하기 위해서 명분을 만드는 중이고, 제가 어떤 해명을 하더라도 기소할 뿐 아니라 합리적 설명을 하면 그 합리적 설명을 깨기 위한 조사를 한다. 제가 이미 겪어본 일이다."
다음은 이재명 대표와 취재진이 나눈 일문일답 중 주요 부분을 정리한 내용이다.
"검찰이 권력 그 자체로..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안 해"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언제 출석할 예정인가. 또다시 조사를 받으면 이번에도 서면진술서로 갈음할 것인가.
"출석 일시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수사준칙인가 거기에도 있지 않은가. 피의자와 협의하라고. 저도 노는 사람이 아니고 당무와 국정에 나름 역할도 있고, 미리 정해놓은 일도 있고, 수사라는 게 오늘 내일 안 하면 무슨 큰일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변호인과 일정을 협의하겠다. 또 가급적 주중에는 일을 할 수 있게 주말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 일부 강성 지지층은 검찰 출석에 동행한 의원, 동행하지 않은 의원을 파악해서 '좌표찍기'를 하고도 있는데.
"뭐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죠. 그래도 오지 마시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 이번 조사를 '시간 끌기용'이라고 느꼈다고 했는데, 검찰의 수사 상황이 향후 총선까지도 영향을 주려는 것이라고 느꼈는가. 또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8일 조사에서 검찰이 대장동 관련 자료를 내밀자 변호인과 면담을 요청, 30분간 만난 뒤 돌아와 진술을 거부했다고 하는데 맞는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30분 동안 따로 그럴 시간은 없었다. 총선, 그 얘기는... 글쎄 그렇게 말씀을 단정적으로 드리긴 어렵지만, 과거에는 정치적 색채를 가진 일부 검사들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했는데 지금은 검찰권력 자체가 정치권력이 돼버린 상태라는 거다. 권력 그 자체가 됐다. 그래서 정치권력 유지 자체가 검찰, 일부 검찰의 목표가 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좀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야 이렇게 정치적인 관점에서 또 정치적으로 사건 처리에 매달릴 수는 없다."
"체포동의안? 제가 왜 체포대상? 야당 대표라서?"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 남소연
- 검찰이 기소를 결정해놓고 있다고 했는데, 그러면 체포동의안이 2월 국회로 넘어올 거라고 보는 분들이 많다.
"제가 왜 체포 대상이 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가정적 질문이라 제가 답을 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거 같고. 글쎄요. 혐의에 대한 증거도 없고, 제가 도망갈 것도 아니고, 주거 부정도 아니고, 증거인멸을 하려야 할 수도 없는 상태인데 무엇 때문에 체포대상이 된다는 건지 저는 이해가 도저히 안 된다. 야당 대표이기 때문에 그런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 오늘 아침 최고위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나를 검찰청으로 부르지 말고 용산으로 불러달라'고 했지만 당에선 검찰독재탄압대책위원회를 본부로 격상하면서 대정부 투쟁 강도도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양립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저쪽은 안 된다고 하는데, 계속 대통령의 답변이 없다면 어떻게 할 계획인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정치세력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게 목표가 아니지 않나.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거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정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생과 국정을 챙겨야죠. 싫다고 안 하나. 일이란 싫어도 해야 되는 거다. 밉다고 안 만나나? 미워도 만나야죠. 왜냐면 사감을 갖고 하는 개인적 일이 아니고 공적인 책임을 이행하는 거라서 그렇다.
전쟁을 하면서도 외교는 한다. 오른손으로 싸우면서도 왼손은 잡고 있어야 하는 거다. 왜냐면 우리는 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데 정치를 전쟁하듯이 하는 게 바로 정부·여당이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여러분이 말해달라. (중략) 우리가 부탁하는 게 아니지 않나. 국정의 동반자로서 국정의 한 부분을 맡고 있고, 국회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국정을 논의해야 하고, 논의하기 위해선 만나야 한다. 정쟁하는 속에서도 민생을 챙겨야 되고, 국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국정을 논의하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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