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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의 '보수 셀럽' 김건희 띄우기

[까칠한 언론비평] 시장 방문과 식사 정치... 보수언론이 김건희 여사 공개 행보를 다루는 법

등록|2023.02.01 15:32 수정|2023.03.17 12:05
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환호하는 상인과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새해 들어 김건희 여사의 광폭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의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등 정치 개입 논란이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보수 언론들은 김 여사에 대해 '보수 셀럽(유명인을 뜻하는 셀러브리티의 줄임말)'이라며 긍정 일변도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월 27일 국민의힘 여성 국회의원 10명을 대통령 관저로 불러 오찬을 했다. 이날 오찬에서 김 여사는 윤 대통령 없이 단독으로 정치인들과 만났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한창인 상황에 정치 개입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대다수 언론들의 관심은 김 여사의 '입'이었다.

<동아일보>는 27일자 기사(김건희 "尹(윤), 솔직하고 정 많아 결혼"... 女(여)의원들과 오찬)에서 참석자들의 전언을 통해 김 여사가 '솔직하고 친화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 기사에서 "김 여사는 이날 이야기를 많이 하기보다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중략) 의원들에게 일일이 칭찬을 하고 자녀들의 안부를 묻는 친화력을 보였다고 한다"고 오찬 당시 풍경을 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오찬 당시 김 여사가 꺼냈던 윤 대통령과의 연애 이야기에 주목했다. 기사 제목도 "저 아니면 누가 尹(윤) 구제했겠냐... 김건희 여사 연애담 빵터졌다"(중앙일보), "김건희 '다 해진 잠바 尹(윤), 나 아님 누가 구제해줬을까'"(조선일보)였다.

김건희 연애담에 친화력까지 칭찬

<조선일보>과 <중앙일보>는 "저보다 눈물도 많고, 저와 정반대로 요리도 잘하고 마음도 여린 것을 보면서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되고 결혼하게 됐다" "제가 아니면 남편을 구제해줄 사람이 없었지 않겠냐"(중앙일보), 윤 대통령이 추운 날 얇고 다 해진 잠바를 입은 걸 보고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조선일보) 등 김 여사의 말을 꼼꼼하게 전했다.

<중앙일보>는 "조용한 내조를 해온 김 여사가 점차 당과의 접점을 넓히는 모습"이라며 최근 김 여사의 행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도 1월 27일 기사(김건희 여사 與(여) 여성의원 10명과 오찬서 나온 건의)에서 한 의원이 김 여사에게 한국산 물건을 많이 써달라고 건의했다고 전하면서 '역할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여사의 '오찬 정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부적절한 정치 개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이들 언론은 '화기애애한 오찬장 모습'에만 주목했다. 김 여사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은 <경향신문>이 1월 28일자 기사에서 김 여사 오찬 등의 소식을 전하면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지지해달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의원들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것이 사실상 유일하다.

어묵·납작만두·양말... 김건희가 산 물건들도 집중 보도

보수언론들은 김건희 여사의 공개 행보 때마다 그를 '보수 셀럽'이라고 지칭하며, '신변잡기'식 보도를 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김건희 여사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에서 언론들의 이런 분위기는 여실히 드러난다. 언론들은 아이를 안고, 어묵을 먹고, 팔 하트를 그리는 김건희 여사의  모습들로 사진 보도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 여사가 먹은 '납작만두'와 '어묵'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 동아일보 11일자 보도 ⓒ 동아일


<서울경제>는 11일 기사('영부인' 김건희 내조... 납작만두 찍먹 후 "딱 제 스타일")에서 김 여사가 시장 음식을 먹는 모습을 상세히 전했다. 이 기사에는 "이런 데서(시장) 처음 드시는 것 아니냐"는 시장 상인 질문에 김 여사가 "납작 만두가 너무 맛있다.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답한 일화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한국경제>도 같은 날 기사(대구서 급식 봉사한 김건희 여사... 서문시장서 구매한 물건은?)에서 "양말가게에 들러서는 오전에 급식 봉사활동을 한 성서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들을 위해 겨울 양말 300켤레를 직접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는 김 여사가 들른 양말가게의 사장이 IMF 당시 실패하고 노점을 하다가 최근 재기에 성공한 인물이라는 후일담까지 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김 여사가 시장에 들른 행보를 '소탈함'(아이 안아주고 떢복이 먹고... 김건희 여사, 소탈한 행보에 시민들 환호성)이라고 표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김 여사는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 등 소탈한 행보를 보였고, 그런 그를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몰리면서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서문시장 방문에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

<중앙일보>는 11일 기사(만두 찍먹하며 "딱 제 스타일"... 朴(박) 눈물 흘린 곳, 김건희 찾았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이 터졌던 2016년 12월 서문시장을 방문해 눈물을 흘렸다"며 시장 방문의 정치적 의미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이 언제나 영부인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영부인 행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더 많았다.

지난 2019년 6월 김정숙 여사가 대기업 CEO와 오찬을 했던 사실이 알려지자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대기업 관계자들과의 비공개 만남을 꺼려온 상황에서, 김 여사의 대기업과의 비공개 오찬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2월 코로나가 한창일 당시 김정숙 여사가 서울의 한 시장을 방문해 물건들을 구매하자, <조선일보>는 2020년 2월 20일자 기사(영부인의 시장 방문 전날 걸려온 전화 "건어물 가게죠? 꿀 40㎏ 준비해두세요")를 통해 김 여사 방문이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는 비판 기사를 썼다. 기자 2명에 인턴기자까지 투입해 만든 기사였지만, 시장상인회 측이 "왜곡보도"라며 반발(미디어오늘 - 김정숙 여사에 '계란 던지지 마라' 조선일보 보도의 '진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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