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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으로 해외 진출 작가가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한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

등록|2023.02.08 16:37 수정|2023.02.08 16:37

▲ 신혼방을 그린 그림이 책 표지가 되었습니다. ⓒ 김정희


출판사로부터 특별한 기쁨을 선물 받았습니다. 바로 제 첫 책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가 인도네시아 출판사와 저작권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연락이었죠. 그러니 마음껏 기뻐하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기쁘고 뭉클한 마음 감추지 않고 처음 만났던 출판사와의 인연을 생각하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가슴이 막 두근거렸습니다. 해외 진출 출간 작가라니요.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일이고 그 일이 내게도 일어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런 출판사 대표와 작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 강연회가 이곳 지역 서점인 에스트 서점에서 있었습니다. 독립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책을 쓰는 공가희 작가의 강의였습니다. 작가는 강의 내내 글쓰기와 출판사를 운영하는 일에 대한 고충과 보람, 각오와 전망을 얘기했습니다. 유창한 말솜씨는 아니나 할 말은 다하는 모습, 콩닥콩닥 설렘을 추동하던 눈빛과 호탕한 웃음을 가진 공 작가는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누군가의 첫 책을 응원하는 출판사

코로나가 극심하던 2020년 겨울, 하던 일이 중단되면서 고인 물 같은 잠깐의 삶을 사는 동안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할 때, 에너지를 받고 싶은 제 간절한 마음이 통했을까요. 그 후 다시 독립출판 수업 3기를 들었고 저는 출판사로부터 그림 에세이 출간을 제안받았습니다.

일 년 동안 함께 지내던 친정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드렸던 죄책감과 미안함, 한편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 위로 하면서 복잡하고 뒤숭숭한 겨울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뭔가에 집중하고 몰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제 마음을 공 작가는 알아차리기나 한 것처럼 손을 내밀었습니다.

'누군가의 첫 책' 시리즈는 '첫 책을 응원하는 공(KONG) 출판사의 프로젝트'입니다'. 첫 책의 출간 의미는 글 쓰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소중한 감동이 이는 일이니 괜히 위로가 되는 말이었습니다. 첫 책을 응원한다니요,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좋아서 읽고 좋아서 쓰고 좋아서 그렸던 서툰 글과 그림을 따뜻하게 봐주는 어느 손짓이 있어 저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권의 책이 된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글, 그림 김정희/ 공 출판사)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 제 첫 번째 책 모습입니다 ⓒ 김정희


코로나가 한창이어서 카페에서도 마스크 벗기가 두려웠던 때, 출판사 대표는 서울에서 밤차를 타고 가제본을 가지고 왔습니다. 무슨 특급 작전도 아니고 마스크를 쓴 채 앉지도 않고 서서 가제본에 관한 얘기를 하였고 계약하고 싶다고 말하던 공 작가.

그가 다시 서울을 향해 총총 떠나는 모습을 보며 울컥한 마음을 가다듬었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참 성실하고 고마운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한쪽에서 열정을 보이면 다른 쪽에서도 당연히 맞장구를 치며 따라주는 게 예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몇 번의 수정 작업을 하느라 출판사와 여러 통의 메일을 주고받으며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막 시작되는 2021년 9월 첫째 날에 드디어 알라딘에 책이 올라갔습니다. 책은 이제 제 손을 떠나 세상 밖을 여행 중입니다. 책은 부지런히 제 발걸음으로 누군가의 마음 밭에 가 닿으며 제 생을 부지런히 살고 있습니다.

책을 읽었다는 멀리 부산 사는 어릴 적 친구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세상에 안 계신 엄마 생각이 나서 자꾸 보게 된다고, 그림이 어릴 때 무심히 보던 풍경이라 집 생각이 난다고, 그래서 책을 쓰다듬게 된다고요. 이 무슨 감동적인 일입니까. 제가 쓴 글과 그림이 뭐라고, 책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 글 쓰고 싶다는 딸에게 아버지는 파처럼 매운 격려를 하셨습니다. ⓒ 김정희


책에는 '머리로 맨들지 말고 가슴으로 말해야 한다. 그려야 읎는 사람, 못 배운 사람 죄다 알아듣는 거셔' 하며 글 쓰는 딸에게 당부하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있고, '평생 젖어 있던 손, 햇볕과 비바람에 하얗게 풍화된 손'을 가진 어머니의 생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배우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던 그림에 대한 간절함을 풀기 위해 쉰이 넘은 어느 날 무작정 문화센터의 문을 두드렸던 제 이야기도 실었습니다.

서툰 것이 주는 위로
  

▲ 어릴 때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는 대숲을 그려 책에 실었습니다. ⓒ 김정희


이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저 스스로 치유되는 경험을 한 책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고급지고 세련된 글과 그림은 아니지만 서툰 것이 주는 위로라고나 할까요. 저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파장'이란 시 첫 행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고요. 서툴고 굽고 좀 어리석어야 함께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흥겹지요. 저는 이 책이 그렇게 서툰 사람들 속에 섞였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맞아 그랬었지, 맞장구치며 어릴 적 고향을 생각하고 가난했으나 풍성하게 자랄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부모와 보잘것없던 살림살이, 코흘리개 친구들과 결핍도 즐겁게 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책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한 사람의 지극히 평범한 의지를 눈여겨보고 지지하고 응원하며 기꺼이 손 내밀어 줄 누군가 어디쯤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믿고 마음껏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도 되겠다는 의지 또한 가르쳐준 책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멀리 해외에서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시는 책으로 읽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 걸음씩 더디게 가더라도, 차근차근 꿈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를 내보게 하는 책. 춥고 지루했던 겨울의 인내를 털고 봄을 향해 숨을 쉬는 작은 씨앗 같은 책이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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