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여전히 유효한 대안"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변호사
우여곡절 끝에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동원해 무력화되었다. 때문에 어떻게든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는 어떻게 바꿀 건지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며 국회 원내·외에서 초당적인 정치 개혁 모임이 결성되고 있다. 이번엔 민심을 잘 반영한 선거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오랫동안 선거제도 및 정치 개혁 주장해본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지금 상황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 지난 3일 하 변호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하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4월 10일이 선거법 개정 법정 시한이니까 그전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된다는 공감대가 굉장히 높은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가 거대 양당이 아직 당론을 안 내놓고 있다는 거죠. 국회 정치개혁 특위가 있지만 국회 정치개혁 특위는 자기들끼리 의사결정 할 수 없고 양당에서 당론이 정해져야 되는데 지금 당론이 없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제각각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상황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높지만, 개혁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 예전과 비교해보면 어떤가요?
"예전에도 선거제도 개혁 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높은데, 막상 논의로 들어갔을 때는 각 정당의 이해관계 문제라든지, 또는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유지 때문에 개혁 논의가 왜곡되는 과정들을 계속 밟아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위성정당 문제 때문에라도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 봐야 된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서 그 점은 다른 것 같아요. 문제는 개악으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진전된 개혁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만들어 무력화했죠. 그럼, 연동형 비례 대표제는 시효가 끝난 걸까요?
"저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여전히 유효한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독일 정치가 가진 장점이 많아요. 독일이 다당제 정치 구조이면서도 정치가 안정된 대표적인 국가 중에 하나고. 또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가 비례대표 명단을 16개 주별로 작성한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독일은 어느 주든 특정 정당이 지역을 독식하는 선거 결과는 안 나와요. 그래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한다는 표의 등가성도 잘 보장하지만, 지역 일당 지배체제는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효가 끝난 건 아니고 여전히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다만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리가 제대로 도입하려면 항상 걸리는 문제가 의석이거든요. 지금 300석으론 독일식 연동형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왜냐하면 독일은 지역구 298석, 비례대표 298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지역구가 253석이고 비례대표가 47석밖에 안 되니까 비례대표 숫자가 너무 적은 거죠. 그래서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연동형 하려면 지역구 200석 대 비례대표 100석으로 하자고 예전에 주장했죠. 그려러면 지역구 줄여서 비례대표를 한 100석 확보하든, 아니면 전체 국회의원 숫자를 360석 정도로 늘려서 비례대표 100석 이상 확보하든 해야 합니다. 문제는 국회 의석 늘리는 건 국민들이 부정적이고, 지역구 줄이는 건 현역 의원들이 반대하죠. 독일식 연동형이라는 제도는 굉장히 좋은 제도지만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는 거죠."
- 우리나라 국민은 비례대표를 자기들이 직접 뽑는 게 아니라서 부정적이지 않나요?
"독일은 비례대표를 우리나라처럼 당 지도부가 정하는 건 불법으로 해요. 독일에서는 당원 투표(또는 당원들이 뽑은 대의원 투표)로만 후보를 선출하게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가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당원 투표를 의무화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게 안 된 거죠. 현재 비례대표에 우리 국민들이 불신을 가지는 건 결국 공천의 비민주성 때문인데, 독일처럼 전 당원 투표를 의무화하든 아니면 북유럽처럼 국민들이 비례대표 순번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 선거 제도 바꾼다고 해도 거대 양당이 꼼수 쓰면 의미 없지 않나요?
"위성정당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히 만들 수가 있고요. 지금 선거제도 개혁의 유력한 대안이, 아까 말씀드린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니면 북유럽의 덴마크 스웨덴 같은 나라가 하는 일종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봅니다. 스웨덴, 덴마크 방식을 한국에 맞게 변형하면 아예 위성 정당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A당은 지역구에서 내고 A'당은 비례대표만 내는 게 위성정당인데, 투표용지 한 장에서 유권자들이 정당도 고르고 후보도 고르게 하면 투표용지가 한 장이고 비례대표 명단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서 위성정당을 만들 수가 없어요. 다만 독일식 연동형 방식으로 한다면 위성 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하겠죠."
-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증원하는 대신 국회 예산을 동결하면 어떠냐고 하는데.
"예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죠. 그러니까 국회 예산을 동결하고 그 안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건데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좀 더 확실한 국회의원 특권 폐지안이 나와야 된다고 봅니다. 단순히 총액에서 국회 예산을 동결한다고 하면 항상 가지는 의심이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했다가 1년이 지나 늘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총액 동결한다는 것만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고, 저는 국회의원들 연봉도 삭감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 국회의원들은 지금 잘못해도 징계를 안 받잖아요.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 참여를 보장하고 징계 관련 사전 조사를 하는 독립기구 같은 걸 두는 게 필요합니다. 영국 국회에는 그런 제도가 다 있거든요. 단순히 예산 총액만 동결하는 걸로는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그 이후 아무 움직임 없는 것 같은데.
"사실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를 가지고도 해석이 두 가지로 갈리는데요. 그래도 뭔가 사전에 충분히 고민해서 한 멘트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즉흥적으로 나온 이야기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시각이 있는데요. 어느 시각이 맞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고요.어쨌든 그게 연초에 논의를 촉발시킨 효과는 있죠.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대선거구제란 표현이 가진 부정확함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논의를 혼선에 빠뜨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어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진짜 할 생각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움직여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안 그런 걸 보면 그냥 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 그럼 왜 그걸 꺼냈을까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현행 소선거구제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내비쳤기 때문에, 만약에 전략적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평소에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던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게 중대선거구제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요. 사실 제가 여러 글이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지만, 중선거구제하고 대선거구제는 전혀 다른 선거제도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걸 중대선거구제라고 뭉뚱거려서 표현한 걸 보면 일단 선거 제도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은 것 같고요. 중선거구제는 대부분의 전문가나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체로 반대하고 있는 제도거든요."
- 왜 반대하나요?
"지금 우리가 기초지방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뽑지 않습니까. 2명 3명을 뽑는 경우 거대 정당이 나눠 가지거나 영호남에서는 한 당이 다 독식 해버리기 때문에 이게 표의 등가성 보장하는 효과도 없고 양당제를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있죠."
- 대선거구제는 어때요?
"검토해 볼 만한 안이죠. 대선거구제라는 건 1개 선거구에서 5명 이상 뽑는 건데요. 5명 이상을 뽑으려면 결국 비례대표제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로 유럽의 대선거구제를 하는 나라들은 다 일종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대선거구제는 개혁방안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한 중대선거구제와 민주당이 그동안 (이야기 한)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의 접점은 대선거구제에 있다고 봐요."
- 지금도 농촌지역은 여러 지역을 묶어서 선거하잖아요. 그런데 대선거구제를 하면 너무 지역이 넓어진다는 의견도 있던데.
"지금의 지역구 선거 개념으로 생각하면 선거구가 너무 커진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걸 일종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되는 거죠. 가령 전북이면 전북을 하나의 권역이나 두 개의 권역으로 놓고 비례대표제를 하는 거죠. 그래서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 배분하는 거니까, 이거는 기본적으로 정당 중심의 선거이거든요. 지금처럼 후보 중심의 선거 운동이 아니고 정당 중심의 선거운동이 되고요. 다만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오해 중의 하나가 유권자는 정당만 투표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후보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유권자들이 그 권역에서 정당도 고르고 후보도 고를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채택하잖아요. 대통령제는 양당제가 맞다는 의견도 있던데.
"그런 의견이 있는데 근거가 없는 이야기고요. 왜냐하면 대표적인 양당제 국가 중의 하나가 영국인데 영국은 의원내각제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양당제이면서도 대통령제인 나라는 사실 찾아보면, 순수 대통령제인 나라는 미국 정도밖에 없고. 또 다당제인데도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들도 많아요. 그래서 제 생각으로는 양당제가 대통령제와 어울린다는 사실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는 없지 않나 해요. 그리고 특정 선거제도하고 특정한 권력 구조가 꼭 맞는다고 볼 수는 없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일정한 수정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대통령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 김진표 국회의장은 3월 말까지 선거제도 확정하겠다는 입장인 거 같은데.
"4월 10일이 법정 시한이라서 법정 시한을 지키려면 그렇게 해야 되죠. 저도 그게 맞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4월 10일이 넘어가면 정말 기약 없는 이야기가 되면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긴 하더라도 3월 말까지는 어쨌든 큰 틀에 합의해야 합니다."
- 가능할까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고요. 첫 번째 관건은 거대 양당이 당론을 내놔야죠. 개별 의원들의 의견으로는 교통정리가 안 되니까, 결국 거대양당이 당론을 내놔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3월 초가 돼야 대표가 뽑히는 상황이니, 결국 민주당이 당론을 어떻게 내놓느냐가 이번 선거제도 개혁의 관건이 아니겠나 해요. 그리고 국민의힘은 개혁을 약속한 적이 없는 거고, 민주당은 작년 대선 때 선거제도 개혁을 하겠다고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에 민주당은 개혁해야 하는 입장인 거죠."
- 개헌 이야기도 나와요. 36년이 지났으니 개헌해야 한다는 건데 이번엔 가능할까요?
"정치 개혁의 입구는 선거제도 개혁이고 출구는 개헌이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지금 상황도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이 돼야지 개헌까지 갈 수가 있고, 선거제도 개혁이 안 되면 개헌도 쉽지 않다는 게 지금은 대체적인 의견인 것 같아요. 선거제도 개혁도 선거제도 개혁이지만, 국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확장한다든지, 권력 구조를 손본다든지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미루기는 힘들어서 개헌도 필요합니다."
- 개헌은 너무 많이 걸 하지 말고 몇 가지만이라도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몇 가지만 하자고 해도 그게 쉽지 않은 거죠. 결국 개헌이라는 게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지 국민투표까지 할 수 있는데 3분의 2가 동의하는 내용을 만들려면 선거제도가 개혁되어서, 국회 자체가 앞으로는 정쟁이 아니라 정말 비전과 정책 중심으로 가자는 큰 틀의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가능할 것 같고요. 내용을 많이 바꾸는지 적게 바꾸는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선거제도 및 정치 개혁 주장해본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지금 상황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 지난 3일 하 변호사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하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 하승수 변호사 ⓒ 남소연
-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게 보세요?
"4월 10일이 선거법 개정 법정 시한이니까 그전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된다는 공감대가 굉장히 높은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가 거대 양당이 아직 당론을 안 내놓고 있다는 거죠. 국회 정치개혁 특위가 있지만 국회 정치개혁 특위는 자기들끼리 의사결정 할 수 없고 양당에서 당론이 정해져야 되는데 지금 당론이 없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제각각으로 법안을 발의하는 상황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높지만, 개혁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도 선거제도 개혁 논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는 높은데, 막상 논의로 들어갔을 때는 각 정당의 이해관계 문제라든지, 또는 현역의원들의 기득권 유지 때문에 개혁 논의가 왜곡되는 과정들을 계속 밟아왔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위성정당 문제 때문에라도 현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손 봐야 된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는 상황이라서 그 점은 다른 것 같아요. 문제는 개악으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진전된 개혁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 지난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도입했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만들어 무력화했죠. 그럼, 연동형 비례 대표제는 시효가 끝난 걸까요?
"저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여전히 유효한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독일 정치가 가진 장점이 많아요. 독일이 다당제 정치 구조이면서도 정치가 안정된 대표적인 국가 중에 하나고. 또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중요한 특징 중에 하나가 비례대표 명단을 16개 주별로 작성한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독일은 어느 주든 특정 정당이 지역을 독식하는 선거 결과는 안 나와요. 그래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한다는 표의 등가성도 잘 보장하지만, 지역 일당 지배체제는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시효가 끝난 건 아니고 여전히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어요.
다만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리가 제대로 도입하려면 항상 걸리는 문제가 의석이거든요. 지금 300석으론 독일식 연동형 제도를 제대로 도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어요. 왜냐하면 독일은 지역구 298석, 비례대표 298석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지역구가 253석이고 비례대표가 47석밖에 안 되니까 비례대표 숫자가 너무 적은 거죠. 그래서 중앙선관위가 독일식 연동형 하려면 지역구 200석 대 비례대표 100석으로 하자고 예전에 주장했죠. 그려러면 지역구 줄여서 비례대표를 한 100석 확보하든, 아니면 전체 국회의원 숫자를 360석 정도로 늘려서 비례대표 100석 이상 확보하든 해야 합니다. 문제는 국회 의석 늘리는 건 국민들이 부정적이고, 지역구 줄이는 건 현역 의원들이 반대하죠. 독일식 연동형이라는 제도는 굉장히 좋은 제도지만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는 거죠."
- 우리나라 국민은 비례대표를 자기들이 직접 뽑는 게 아니라서 부정적이지 않나요?
"독일은 비례대표를 우리나라처럼 당 지도부가 정하는 건 불법으로 해요. 독일에서는 당원 투표(또는 당원들이 뽑은 대의원 투표)로만 후보를 선출하게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최소한의 민주적 장치가 있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당원 투표를 의무화하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게 안 된 거죠. 현재 비례대표에 우리 국민들이 불신을 가지는 건 결국 공천의 비민주성 때문인데, 독일처럼 전 당원 투표를 의무화하든 아니면 북유럽처럼 국민들이 비례대표 순번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 선거 제도 바꾼다고 해도 거대 양당이 꼼수 쓰면 의미 없지 않나요?
"위성정당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는 충분히 만들 수가 있고요. 지금 선거제도 개혁의 유력한 대안이, 아까 말씀드린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니면 북유럽의 덴마크 스웨덴 같은 나라가 하는 일종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봅니다. 스웨덴, 덴마크 방식을 한국에 맞게 변형하면 아예 위성 정당이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A당은 지역구에서 내고 A'당은 비례대표만 내는 게 위성정당인데, 투표용지 한 장에서 유권자들이 정당도 고르고 후보도 고르게 하면 투표용지가 한 장이고 비례대표 명단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서 위성정당을 만들 수가 없어요. 다만 독일식 연동형 방식으로 한다면 위성 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는 필요하겠죠."
▲ 김진표 국회의장 ⓒ 남소연
-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증원하는 대신 국회 예산을 동결하면 어떠냐고 하는데.
"예전에도 나왔던 이야기죠. 그러니까 국회 예산을 동결하고 그 안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건데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좀 더 확실한 국회의원 특권 폐지안이 나와야 된다고 봅니다. 단순히 총액에서 국회 예산을 동결한다고 하면 항상 가지는 의심이 처음에는 그렇게 이야기했다가 1년이 지나 늘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총액 동결한다는 것만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고, 저는 국회의원들 연봉도 삭감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 다음에 국회의원들은 지금 잘못해도 징계를 안 받잖아요.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 참여를 보장하고 징계 관련 사전 조사를 하는 독립기구 같은 걸 두는 게 필요합니다. 영국 국회에는 그런 제도가 다 있거든요. 단순히 예산 총액만 동결하는 걸로는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그 이후 아무 움직임 없는 것 같은데.
"사실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를 가지고도 해석이 두 가지로 갈리는데요. 그래도 뭔가 사전에 충분히 고민해서 한 멘트라고 보는 시각도 있고, 즉흥적으로 나온 이야기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시각이 있는데요. 어느 시각이 맞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고요.어쨌든 그게 연초에 논의를 촉발시킨 효과는 있죠.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대선거구제란 표현이 가진 부정확함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논의를 혼선에 빠뜨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은 알 수 없어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진짜 할 생각이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움직여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안 그런 걸 보면 그냥 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 그럼 왜 그걸 꺼냈을까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현행 소선거구제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내비쳤기 때문에, 만약에 전략적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면 평소에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던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게 중대선거구제라는 표현에서도 드러나요. 사실 제가 여러 글이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지만, 중선거구제하고 대선거구제는 전혀 다른 선거제도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걸 중대선거구제라고 뭉뚱거려서 표현한 걸 보면 일단 선거 제도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은 것 같고요. 중선거구제는 대부분의 전문가나 선거제도 개혁운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체로 반대하고 있는 제도거든요."
- 왜 반대하나요?
"지금 우리가 기초지방의원 선거는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뽑지 않습니까. 2명 3명을 뽑는 경우 거대 정당이 나눠 가지거나 영호남에서는 한 당이 다 독식 해버리기 때문에 이게 표의 등가성 보장하는 효과도 없고 양당제를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비판이 있죠."
▲ 국회 본회의 ⓒ 남소연
- 대선거구제는 어때요?
"검토해 볼 만한 안이죠. 대선거구제라는 건 1개 선거구에서 5명 이상 뽑는 건데요. 5명 이상을 뽑으려면 결국 비례대표제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로 유럽의 대선거구제를 하는 나라들은 다 일종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대선거구제는 개혁방안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한 중대선거구제와 민주당이 그동안 (이야기 한)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의 접점은 대선거구제에 있다고 봐요."
- 지금도 농촌지역은 여러 지역을 묶어서 선거하잖아요. 그런데 대선거구제를 하면 너무 지역이 넓어진다는 의견도 있던데.
"지금의 지역구 선거 개념으로 생각하면 선거구가 너무 커진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걸 일종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생각하면 전혀 다른 얘기가 되는 거죠. 가령 전북이면 전북을 하나의 권역이나 두 개의 권역으로 놓고 비례대표제를 하는 거죠. 그래서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 배분하는 거니까, 이거는 기본적으로 정당 중심의 선거이거든요. 지금처럼 후보 중심의 선거 운동이 아니고 정당 중심의 선거운동이 되고요. 다만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오해 중의 하나가 유권자는 정당만 투표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후보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하면 유권자들이 그 권역에서 정당도 고르고 후보도 고를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채택하잖아요. 대통령제는 양당제가 맞다는 의견도 있던데.
"그런 의견이 있는데 근거가 없는 이야기고요. 왜냐하면 대표적인 양당제 국가 중의 하나가 영국인데 영국은 의원내각제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양당제이면서도 대통령제인 나라는 사실 찾아보면, 순수 대통령제인 나라는 미국 정도밖에 없고. 또 다당제인데도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들도 많아요. 그래서 제 생각으로는 양당제가 대통령제와 어울린다는 사실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는 없지 않나 해요. 그리고 특정 선거제도하고 특정한 권력 구조가 꼭 맞는다고 볼 수는 없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일정한 수정이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대통령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 김진표 국회의장은 3월 말까지 선거제도 확정하겠다는 입장인 거 같은데.
"4월 10일이 법정 시한이라서 법정 시한을 지키려면 그렇게 해야 되죠. 저도 그게 맞다고 보고요. 왜냐하면 4월 10일이 넘어가면 정말 기약 없는 이야기가 되면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긴 하더라도 3월 말까지는 어쨌든 큰 틀에 합의해야 합니다."
- 가능할까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고요. 첫 번째 관건은 거대 양당이 당론을 내놔야죠. 개별 의원들의 의견으로는 교통정리가 안 되니까, 결국 거대양당이 당론을 내놔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3월 초가 돼야 대표가 뽑히는 상황이니, 결국 민주당이 당론을 어떻게 내놓느냐가 이번 선거제도 개혁의 관건이 아니겠나 해요. 그리고 국민의힘은 개혁을 약속한 적이 없는 거고, 민주당은 작년 대선 때 선거제도 개혁을 하겠다고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기 때문에 민주당은 개혁해야 하는 입장인 거죠."
- 개헌 이야기도 나와요. 36년이 지났으니 개헌해야 한다는 건데 이번엔 가능할까요?
"정치 개혁의 입구는 선거제도 개혁이고 출구는 개헌이라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지금 상황도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이 돼야지 개헌까지 갈 수가 있고, 선거제도 개혁이 안 되면 개헌도 쉽지 않다는 게 지금은 대체적인 의견인 것 같아요. 선거제도 개혁도 선거제도 개혁이지만, 국민들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지방분권을 실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확장한다든지, 권력 구조를 손본다든지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미루기는 힘들어서 개헌도 필요합니다."
- 개헌은 너무 많이 걸 하지 말고 몇 가지만이라도 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몇 가지만 하자고 해도 그게 쉽지 않은 거죠. 결국 개헌이라는 게 국회의원 3분의 2가 동의해야지 국민투표까지 할 수 있는데 3분의 2가 동의하는 내용을 만들려면 선거제도가 개혁되어서, 국회 자체가 앞으로는 정쟁이 아니라 정말 비전과 정책 중심으로 가자는 큰 틀의 분위기가 형성됐을 때 가능할 것 같고요. 내용을 많이 바꾸는지 적게 바꾸는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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