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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포장된 가스라이팅, 김완선의 노예 13년

[TV 리뷰]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등록|2023.02.12 10:46 수정|2023.02.12 10:46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이 매니저였던 이모에게 당했던 아픈 상처를 고백했다. 10일 방송된 채널A 상담 예능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는 가수 김완선이 출연했다.

김완선은 19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디바이자 댄싱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유의 몽환적인 눈빛과 격렬하면서도 우아한 댄스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그녀만의 고유한 트레이드 마크로 통했다.

10대에 데뷔하여 어느덧 37년 차가 된 김완선은 어느덧 55세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철저한 자기관리가 돋보였다. 김완선은 저녁 이후에는 철저한 금식과 충분한 숙면을 동안의 비결로 꼽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완선의 고민은 낮은 자존감과 고립된 대인관계였다. 막내동생 김영선 씨가 언니를 대신하여 고민을 의뢰했다. 영선 씨는 "언니가 연예인 병 좀 걸렸으면 좋겠다"고 고백하며 "자존감이 낮다. 그래서 인간관계도 부족하지 않나 싶다. 언니가 친구가 많이 없다. 인간관계가 깊어지는 사람이 별로 없다. 자기 혼자 홀로 떠다니는 섬같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하며 언니에게 가까운 친구가 많아지기를 바라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김완선은  "가수로서 바쁘게 10대, 20대를 보내고 나니, 그 이후로는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김완선처럼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하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언급했다. 먼저 다가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속깊은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 한다. 외로움이 별로 없다, 자기만의 신념이 확실하다, 친구라는 개념의 기준이 높다 등이 거론됐다.

김완선은 "관계의 시작보다는 유지가 더 어려운 편"이라고 고백했다. 겉보기에 화려한 이미지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내성적인 성격이었다는 김완선은, 모르는 사람과도 안면을 트고 어울리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후로 다시 만나는 상황에서는 친밀감이 '리셋'이 될 만큼 지속적인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게 힘들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또한 김완선은 자신의 연락이 행여 상대에게 민폐가 될까봐 먼저 연락을 하기를 주저하게 된다고 밝혔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연락하는 것조차도 망설이게 된다고. 어릴때부터 이모의 집에 성장하며 가수로 데뷔하여 홀로서기를 해야했던 김완선은 가족들과 가까운 정을 많이 나누지 못했다고.

듣고있던 오은영은 "김완선은 스스로를 짐이나 민폐처럼 굉장히 부정적인 존재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김완선이 언제부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 뿌리를 파고들어가보기로 했다.

김완선의 인생에 누구보다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바로 고 한백희 씨였다. 본인도 가수로 활동했던 한백희는 김완선의 친이모이자 매니저로서, 지금의 스타 김완선을 만들어낸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백희는 김완선에게 가수로 자리잡기까지 13년에 걸쳐 모든 트레이닝과 프로듀싱을 전담했던 가족이자 스승같은 관계였다. 김완선은 이모 한백희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성격으로 그녀의 모든 것이 관여했다고 밝혔다.

김완선은 "그 당시에는 너무 어렸다. 저는 이모가 시키는대로 하는 로봇같은 존재였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데뷔부터 지금까지 (한백희의 영향이 없었다면) 제가 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놀라운 속마음을 고백했다.

오은영은 "김완선은 본래 주도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되는 과정에서 이모의 손에 양육되면서 철저한 통제를 받았고, 모든 것을 본인이 아닌 이모의 의지대로 살아오느라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김완선은 인기는 얻었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야했다. 김완선은 "보람이라는 것을 못느끼고 살았다. (가수로서 성공해도) 나의 것, 내 인생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이모의 인생을 대신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이러한 김완선에 대하여 '정서적 탈진 상태'라는 진단을 내렸다. 오은영은 방전된 배터리에 비유하며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하는 이유도 상대가 싫어서가 아니라, 대인관계에 들이는데 소모해야할 정신적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사람과의 대화 내용을 기억한다거나 친밀감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는 성향도 이와 관련되어있다.

김완선은 심지어 연애조차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스튜디오에 함께 출연한 동생 영선 씨는 언니가 쇼핑조차도 힘들어서 멀미를 하고, 자동차를 비대면으로 구입할만큼 심각한 무기력증과 에너지 고갈에 시달리고 있음을 폭로했다. 다면적 인성검사결과, 김완선은 '생활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약하다', '때때로 슬프거나 우울하고 자기자신을 부정적으로 느낀다', '생각과 감정을 억제하며 진정한 자신을 잃어버린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또한 김완선은 무언가를 기억하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심지어 부모님의 집이나 자주 찾아가는 단골집을 찾아가는 것조차 헷갈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오은영은 "기억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하는 과정이다. 기억은 셀프다. 기억력도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쇠퇴한다"고 설명했다.

김완선은 기억력이 약해진 이유에 대하여 '안좋은 기억을 잊어버리는 연습'을 많이 했던 영향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김완선에게 가장 잊고싶은 기억은 제작자였던 이모와의 잦은 갈등이었다. 감정해소용으로 매일 쓰기 시작한 일기를 매일 하루에 분풀이처럼 몇장씩 쓰기도 했다고.

급기야 김완선은 "아예 생각을 하지말자"는 자포자기한 결론에 도달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좀비처럼 살게 됐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밝혔다. 김완선은 "살려고 그랬다.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이유도 안 좋은 기억을 잊어버리는 연습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라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이에 오은영은 "김완선이 사고억제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고억제란 겪고 싶지 않은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막는 행위를 의미한다. 자신을 상처로부터 보호하기위한 방어기제의 일환이다.

오은영은 김완선이 문장완성검사에서 '다시 젊어진다면?'이라는 질문에 "나와 내 인생을 포기한 채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데 주목했다. 오은영은 "얼마나 마음 아프고 처절했을까"라며 김완선의 아픔에 공감했다.

김완선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 살았다고 느낀 이유도 역시 이모였다. 헤어스타일, 의상, 신발, 노래 선곡 등, 김완선의 모든 삶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이모의 철저한 통제 속에 살아야 했다. 가끔 김완선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라도 하면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고. 김완선은 "한번 의견을 따라주면 더 이상 내 말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며 이모의 반응을 회상했다.

이모의 간섭과 통제에 지친 김완선은 그저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무력함에 휩싸였고, 음악에 대한 열정도 점점 잃어갔다. 그러면서도 "끌려가기는 싫으니까 좀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심지어 이모는 김완선이 가족과 만나는 것까지 통제했고, 없는 스케줄을 만들어서라도 김완선을 밖으로 내보낼 정도였다고.

여기에 김완선은 이모로부터 전성기에 활동했던 13년간 한번도 정산을 받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밝혔다. 김완선은 한번도 이모에게 정산해달라는 요구를 하지못했다고. 김완선의 가족들은 이모에게 정산을 요구한 결과, 김완선의 통장에 들어가야할 돈을 이모가 모두 빼돌린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리고 빼돌린 돈은 대부분 김완선의 이모부가 탕진했다고.

한백희는 2006년에 세상을 떠났다. 김완선은 그렇게 이모에 긴 세월 맺힌 응어리를 끝내 풀지 못하고 이별했다. 오은영은 한백희의 행동이 "명백한 독재이자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이라고 진단하며 "심리적 지배의 전제조건은 사랑이다. 가스라이팅은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벗어나거나 피해상황을 인지하는것조차, 제3자가 보는 것처럼 쉽지 않다"고 그 심각성을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심리적 지배에 익숙해지다보면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점점 더 의존하고 심지어 가해자를 대변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김완선은 "자꾸 내 자아를 죽이려고 하니까. 나라는 인간을 자라지못하게 하니까 불만이었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김완선은 정말 힘들게 이모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선택했다.

직접 이모와 얼굴을 맞대고 결별을 선언한 용기가 없었던 김완선은, 부모님을 만난다는 핑계로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고 그대로 뛰쳐나왔다고. 김완선은 "이모에게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고 회상했다. 오랜 세월 쌓아온 가수로서의 꿈을 포기해도 좋을만큼 당시의 김완선에게는 이모로부터의 해방이 절실했다.

오은영은 김완선의 상처에 공감하면서도 "아픈 기억이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직면해야 상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김완선에게 눈을 감고 젊은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볼 것을 제안했다. 가수가 되기 위하여 어린 시절의 평범한 일상과 행복들을 외면하고 살아야했던 아픔을 떠올리며 김완선은 감정이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은영은 김완선에게 당장 인간관계 개선보다도 시급한 것으로 '기분 부전증'을 지적했다. 오랜 시간 감정이 낮게 가라앉은채로 울적한 기분이 지속되는 증상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차분함과는 결이 다르다. 하지만 오은영은 "김완선이 최소한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으며 울적한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 의지가 있다"는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오은영은 김완선을 위한 처방으로 그녀의 히트곡을 패러디한 '난 차라리 웃고있는 완선이가 좋아"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웃음은 편안한 마음상태를 만들어주고 대뇌에 긍정적인 호르몬을 분비하는 효과가 있다고. 김완선은 "항상 내 자신의 마음이 궁금했는데, 여기와서 궁금증이 해결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뒤늦게 스스로의 자아찾기를 시작한 김완선의 활력있는 인생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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